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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Oct 06. 2023

나를 아는 노하우 대방출

너 자신을 알라. 

-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알려져 있으나,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 적혀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출처보다 중요한 건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입을 통해 전해져 왔다는 사실 아닐까. - 






혹시 기억하는가. 


프롤로그에 썼던 '내가 전하는 나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상당히 비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는 말. 목적지까지 향해 가는 빠르고 효율적인 길이 아니라 내비게이션에도 찍히지 않는 해안도로길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는 내내 즐겁고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만큼은 장담한다. 빠르고 효율적인 길을 마다하고 해안도로 길을 선택한 이들에게는 주변을 돌아보는 눈과 자연에 감탄할 마음이 준비되어 있을 테니.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밑밥 까는 중이다. 나를 아는 노하우라 했지만 '나'에게 한정된 방법이니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는 거.


거두절미하고 나를 아는 노하우 대방출. 








MBTI


MBTI 따위로는 나를 설명할 수 없다더니? 맞다. 16가지 유형 중 하나에 나를 구겨 넣어 설명하기에 나라는 존재는 너무도 신묘막측하다. 하지만 무(無)에서 시작하여 나에 대해 관찰 후 백지에 하나하나 일일이 적어 내려 가는 방법보다는 검사 결과지를 보고 맞는지 틀리는지 체크해 나가는 방법이 더 수월하다. 


MBTI 검사를 하려면 휴대폰으로 5분, 10분 하는 간이검사 말고 소정의 금액을 지불하고 지면검사지로 검사 후 세밀하게 분석받는 검사를 추천한다. 


내가 경험한 바 MBTI는 나를 알아가는 도구이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과의 상호관계에, 직장생활에 더 도움이 되는 도구였다. 물론 주위에 MBTI 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친구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예를 들어 사귀게 된 친구와 함께 검사를 받은 후 서로가 달라서 생길 수 있는 갈등을 사전에 인지한다든지, 함께 일하는 직장동료와 같이 검사 후 서로의 업무 스타일을 파악하여 상호이해를 토대로 효율적인 업무 성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 예술가나 프리랜서가 아니라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보통의 경우 자료에 근거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정해진 일정에 맞춰 업무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다. 만약 내가 업무 하는데 필요한 성향과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부족한 부분을 훈련시킬 수도 있다. 


MBTI를 처음 접했을 때 주변의 어떤 친구는 결과를 마주하고 울었다. 자신이 그런 성향인 게 너무 싫다며 나의 결과를 부러워했다. MBTI는 좋고 싫고 가 없고 타인과의 비교 또한 무의미하다. 그냥 성격을 측정하고 나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결과를 설명하는 글 중에 

'어? 나는 이렇지 않은데?'

라고 생각하면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냥 참고만 하면 된다. 

"너는 OOOO라서 그렇구나."

라고 MBTI 유형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말도 주의해야 한다. 

MBTI는 나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이지 누군가를 프레임에 가두기 위한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TCI


오롯이 나를 알기 위한 도구로는 MBTI 보다 TCI를 추천한다. TCI는 Tempa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의 약자로 유전적으로 타고난 기질과, 기질을 바탕으로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달한 성격을 파악하는 검사다.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인내력, 자율성, 연대감, 자기 초월 분야가 있는데 이 각 분야는 또 세부항목으로 나뉜다. TCI는 유형이 없다. 백이면 백 모두 다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드림팀에 나와 MBTI 유형이 같은 친구가 있다. 분명 같은 유형인데 기질도 말투도, 같은 상황에서의 선택 행동도 많이 달랐다. 같이 TCI 검사를 받고 결과지 공유 후 서로 달랐던 이유가 설명되었다. 분야별 점수가 다 달랐다. 


TCI 역시 전문가의 검사를 받고 세세한 설명을 들으면 금상첨화다. 이때 친한 친구나 가족과 함께 설명을 듣는다면 그동안의 에피소드로 밤샘토크도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분야여서 자격증 취득을 해볼까 생각 중이다. 혹여나 출간 이후 북토크를 하게 된다면, 북토크 전에 자격증 취득까지 하게 된다면 북토크 사전신청자 중 한 그룹을 추첨해서 TCI 검사도 해드리면 재밌을 것 같다. 상상만 해도 신난다. 




사랑과 이별 


나를 아는 방법으로 사랑과 이별만 한 게 없다. 사실 엄격히 말하면 인과관계가 바뀌었다. 나를 알기 위해서 사랑과 이별을 할 수는 없다. 사랑과 이별을 통해 나를 알게 된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어쨌든, 사랑. 이건 뭐 신세계다. 평소에 알던 내가 아니다. 


'누군가를 향한 집착이 이렇게 강한 사람이었다고?'

'내가 이렇게 징징댄다고?'

'나에게 이렇게 유한 모습이 있었나?'

'웃을 때 나 좀 예쁜데?'

'이 사람 앞에서 나 좀 또라이인데?'

'어머, 나 애교 많은 사람이었네?'

등등. 


외모부터 성격적인 모습 하나하나까지 달라지는 나를 시시각각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 상대에 따라서도 내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이별은 말할 것도 없다. 이별을 통해서 얻게 되는 깨달음은 세 종류다. 똥 밟았다. 미안하다. 덕분에 성장했다. 이 세 가지 모두를 '성장'으로 변화시키는 노력은 각자의 몫이다. 모두의 이별이 세 번째 경우가 되길. 


사랑과 이별을 통해 나를 알게 되는 경우는

'이 사람이 내 인생의 마지막 사랑이다.'

라는 마음으로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사랑하고, 또 인정할 수 없는 이별을 겪어냈을 때 극대화된다. 사랑과 이별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것만큼은 직접 겪어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신의 축복의 영역이다. 단순히 나를 아는 것을 뛰어넘어 가장 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모두가 이 축복을 누릴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여행


되도록 혼자, 가능하면 멀리 가보시길 권한다. 만약 혼자가, 멀리가 두렵다면 그게 '지금'의 '나'이다. 


여행 가기 전 짐을 쌀 때는 '나의 우선순위'에 대해 알 수 있다. 나의 경우 최대한 짐은 가볍게 주의이다. 짐을 싸는 데 있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부터 챙기는지, 필요 없는 것부터 버리는지도 나를 아는 하나의 방법이다. 나는 옷을 버린다. 티셔츠만 한 두 개 정도 챙기고 속옷과 양말은 빨아서 입고 신을 수 있는 정도만 넣는다. 대신 꼭 챙기는 건 휴대폰 충전기와 마스크팩이다. 어딜 가든 습관처럼 한 장 이상의 사진을 찍는다. 50% 이상 충전이 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하다. 일주일에 한 번 마스크팩은 포기할 수 없다. 내 피부는 소중하니까. 


여행지에 가기 전 계획을 세우면서도 나를 알 수 있다. 나는 하루에 한 군데 정도만 목적지를 정해 놓는다. 학교 수업시간표처럼 꽉 채워진 일정을 보면 토할 것 같다. 부모님과 함께 유럽 여행을 패키지로 갔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해서 좋긴 했지만 그때 확연하게 알았다. 

'난 패키지여행과는 안 맞는구나.'

 다음에 자유여행으로 다시 가서 한 달 살기를 꼭 해보고 싶다. 

현지에 가서도 꼭 가고 싶은 곳이 아니면 일정이 바뀌어도 그리 큰 상관이 없다. 함께 하는 사람과의 시간이 즐겁고 '그 순간'의 '내'가 행복하면 그만이다. 


내 친구 Y는 3박 4일의 제주여행 일정을 빼곡하게 짜서 놀러 온다. 본인이 정한 시간에 맞춰 나를 만나야 한다. Y는 그게 편한 사람이다.  


동행자를 배려하지 않고 오롯이 나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면 여행지를 선택할 때도 나를 알 수 있다. 카트나 패러글라딩을 타러 가는지, 미술관에 가서 전시를 관람하는지, 공원에서 산책을 하는지, 숲요가나 마라톤에 참여하는지, 맛집과 오션뷰 카페 투어를 하는지. 내가 우선으로 선택하고 즐겨하는 것을 통해 나를 알 수 있다. 


물론 선택 이전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겠지만. 어디든 자주 떠나보시길. 




글쓰기


마지막으로 나를 아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글쓰기이다. 일단 글쓰기는 다른 방법에 비해 돈이 안 든다. 돈이 안 드는 대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하지만. 


매일 실천해 볼 수 있는 글쓰기는 'to do list와 done list' 작성하기이다. 컴퓨터로 작성한다면 엑셀을, 노트에 작성한다면 간단한 표를 그려 활용하는 게 한눈에 보기 편하다. 왼쪽에는 '오늘의 할 일'을 오른쪽에는 자기 전에 '오늘 한 일'을 적는다. 처음에는 오늘의 할 일이 정말 많은데 비해 오늘 한 일은 적어서 실망했는데 이내

'내가 욕심이 많고 실천보다 계획이 많은 사람이구나.'

를 깨달았다. 그래서 이후에는 오늘의 할 일에 꼭 해야 할 한 두 가지만 적었다. 오늘의 할 일을 적으면서도 나의 우선순위를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은 소원해졌지만 내가 10년이 넘게 해 왔던 글쓰기는 '영화 보고 글쓰기'와 '책 읽고 글쓰기'이다. 내가 좋아하는 예능프로나 드라마를 보고 글을 쓰는 방법도 추천한다. 꼭 긴 글이 아니어도,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어도 괜찮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예능이나 드라마를 보고 기억에 남는 대사나 글귀를 적어보고 왜 기억에 남았는지를 풀어보는 것도 '지금의 나' 혹은 '나의 가치관'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오래된 방법이긴 한데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가로축에는 나이, 세로축에는 0을 기준으로 위는 행복 아래는 불행의 수치를 적고 그래프를 그려나간다. 인생그래프를 처음 접했던 건 중학교 2학년 수련회 때였다. 그때는 평탄한 그래프였는데 2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을 보내며 점차 오르락내리락 스펙터클해졌다. 기억에 남는 사건에 점을 찍고 점들을 연결해 그래프를 그린다. 기억에 남는 사건이 안 좋은 일일수도 좋은 일일수도 있다. 그래프를 그린 후 다른 사람과 공유하다 보면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누군가의 점은 안 좋은 사건으로만, 누군가의 점은 좋은 사건으로만 찍혀있고, 또 누군가의 점은 이 모든 게 섞여있기도 하다. 인생그래프를 그리며 내 인생에 기억에 남는 사건들의 색을 만날 수 있다. 


나의 필명을 만들고 이유를 적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단비'는 가뭄의 단비처럼 나의 글을 읽는 이들에게 기쁨과 위로 혹은 응원을 건네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서 정했다. 필명과 이유를 적다 보면 내가 지향하고 있는 내 삶의 목표가 드러난다.  





공복에 스트레칭


스트레칭이 무슨 나를 아는 노하우냐 할 수도 있지만, 나의 성격이나 가치관 등을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게 나의 몸을 아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일단 건강이 우선이다. 


공복에 10분 혹은 20분 스트레칭을 하며 오롯이 내 몸을 바라보는 시간을 꼭 가지면 좋겠다. 어제 운전을 많이 해서 어깨가 뭉쳤는지, 마감에 시달려 두통이 살짝 있는지, 하루종일 앉아서 일하느라 고관절이 뻐근한지, 오랜만의 등산으로 종아리가 팅팅 부었는지. 내 몸 상태를 알고 위로가 필요한 부위에 도닥도닥해 줄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음뿐 아니라 내 몸에도 응원이 필요하다. 












이상 나를 아는 방법 여섯 가지를 적어봤다. 적어도 나를 아는 데 확실히 도움 되는 방법이었다. 


실천 가능한 것들은 꼭 해보신 후 지기지기해서 백선백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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