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 글을 쓰지 못했다.
오래된 인연을 떠나보내는 것은 언제나 고통이 따른다.
무엇이 잘못된 건지도 모르는 시간을 지나면서
지난 시간 손절하거나 멀어진 관계들을 되짚어 보았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왔거나
아무런 준비도 없이 끝이나 버린 관계를 되돌리 수 없음을 알기에
마음 안에 화는 없는지 미움은 없는지 곰곰이 들여다보았다.
다행히도 좋았던 기억들만 가득하고, 미움이 남아 있지 않았다.
어쩌면 잘된 건지도 몰랐다. 내 힘으로는 끊어내지 못하는 관계,
그 어떤 물리적 힘이 작용해서, 깨어져 버린 것이 다행이었다.
예측가능한 일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감정의 격돌로 무슨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누구의 잘잘못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지키기에 급급하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바쁜 각자의 욕망이 충돌하면
언제나 그 끝이 있기 마련이고, 서로가 상처입을 수밖에 없다.
타인에게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아도 부서져 버리는 관계도 있다.
하나의 인연이 가면 또 다른 인연이 오는 법이다.
관계는 서로 얽히고설켜 연동되어 있다.
하나의 관계가 끝나면 다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나의 관계가 시작되면 다른 관계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한 사람이 내 인생에서 사라지리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느 날 한순간에 끝나버린
그런 참사를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단절되 버린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울고 있는 나에게
"눈물이 아까워, 그런 사람을 위해서 울지 마, 가치가 없어라고"
얘기했던 사람이 있었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이야기 속에서, 내 감정까지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이 감정은 오랜 시간 나에게 남아, 시시때때로 나를 힘들게 할 것이다.
알 수 없이 눈물을 쏟게 할 것이고,
허무를 안겨 줄 것이다.
이 마음은 진짜라서 내가 어찌할 수가 없다.
누구를 미워하고, 싫어하고, 용서하고, 미안해하고,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를 용서못하고 미워해서 괴로운데는
좋아했던 마음이 남았기 때문이다.
좋아했던 마음이 사라지면 미움도
함께 정리된다.
온전히미워만 한다면. 그다지 괴롭지 않다.
좋아했던 마음을 잊는다는 건 시간이 한참 걸리는 일이다.
관계가 끝났다고, 감정이 끝나지는 않는다.
여전히 그대로인 채로 헤어져야만 하는 관계도 있다.
서로에게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는 관계는 인연이 다한 것이다.
두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할 수없고, 한 사람의 이야기가 더 이상 마음에서
꿈틀대지 않고, 겉돌고 있으며, 감흥이 없고, 다른 의심의 여지를 남기며,
불편하다면, 그 관계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진정성과, 진심조차도 궁금하지 않을 때 한 사람이 완전히 마음속에서 정리된다.
하지만 감정은 정리될 수가 없다.
한 사람과 나누었던 무수한 대화와 그 대화를 나누었을 때 느꼈던 느낌들.
그 느낌이 내 정서를 변화시켰고, 평온함을 주었고,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해 주었다.
함께 했던 그런 시간들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감정들은
그 사람의 흔적과는 별개로 나만의 아주 순수한 영역이다.
그때 그 순간 들은 모두 진심이었기에 그 시간들이 나를 성장시켰다.
나를 비켜간 그 사람도 그런 마음이었으리라 믿는다.
우리는 그만큼 서로에게 소중했었다.
이제는 다른 사람을 만나서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만큼 성숙해져 있었다.
그 모든 지나간 시간들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