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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병찬 Jun 05. 2020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기업의  4가지 페르소나

Risk vs. Impact - Part I.


주) 이 글은 엘리먼트 AI의 CTO인 Jeremy Barnes가 쓴 2020년 5월 블로그 'Risk vs. Impact Part 1: The 4 Personas of AI Adoption'의 번역본입니다. 원문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대부분의 기업에서 모른 척하고 있기에는 너무나 중요하고도 큰 이슈가 되어 버렸고, 많은 기업의 이사회에서 경영진에게 인공지능이 과연 무엇이고 기업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이해하고, 빠르게 전략을 수립하여 실행할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런데 일단 인공지능 기술과 그 도입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면, 마치 한낮에 떠있는 태양을 쳐다보는 것처럼, 당혹스러울 정도로 많은 기술들, 용어와 유행어들, 그리고 전문가 (집단)이라 불리는 그룹과 서비스, 소프트웨어 공급사들의 주장과 설명에 곧 치이고 지치게 되기 십상입니다. 결국 경영진은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전략을 세우는 작업이 정글을 헤쳐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곧 인공지능 기술 도입에 대한 검토를 조직 내의 기술 담당부서에게 맡기게 되고 맙니다.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것은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수일지도 모릅니다. 기업의 운영 체계에 인공지능 기술을 성공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사실 '기술의 문제'가 아닐 확률이 큽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 검토는 해당 기업이 맞닥뜨리고 있는 환경,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이 어떻게 그 과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와 판단으로부터 시작해야 하고, 여기는 반드시  '인공지능의 도입을 미루는데 따르는 리스크'와 '인공지능을 도입하는데 따르는 마찰과 어려움'이라고 하는  내재적인 상호 충돌에 대한 고려가 수반됩니다.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은 그 성격이 과거의 전형적인 기술 도입 과정이나 방식과 다르고 또 달라야 합니다 - 인공지능 기술이 조직 내의 경계, 부서 내의 벽을 허무는 조력자 (Enabler)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수많은 기업들이 조직, 문화 차원의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투자를 동시에 진행하기 않으면, 인공지능 기술의 효과와 영향 측면에서 금세 한계에 부딪치게 되고 맙니다.


이런 관점에서, '성공적인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은 종종 아주 기본적인 요소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바로, 인공지능 프로젝트에 대한 전사적인 지원을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 데이터를 부서 간의 경계를 허물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 과정에서 반드시 맞닥뜨리게 될 리스크를 피하지 않고 이해, 관리하는 것들이 바로 그런 요소들입니다. 인공지능 기술 자체를 기술로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게 해 주는 명확하고 차별화된 사업 기회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변화에 열린' 조직을 만드는 것이 바로 핵심입니다. 


리스크 vs. 임팩트 : 이 두 가지 관점을 기준으로 한 4가지 페르소나


인공지능 기술을 기업에 도입하고 구현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작업이고, 이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정해진 공식은 - 적어도 아직은 - 없습니다. 그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 기업의 리스크 프로파일, 그리고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의 수준이라는 관점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에 접근하는 대략적인 조직의 페르소나를 정의해 볼 수 있습니다.



1. AI Follower : 높은 리스크, 낮은 임팩트


첫 번째 페르소나는 아마도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는 영역일 텐데, 바로 'AI Follower'입니다. AI Follower는 인공지능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 이메일 클라이언트나 타겟 광고 플랫폼과 같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또 데이터 사이언스 및 분석 플랫폼도 활용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매우 임의적, 또는 임기응변식으로 그때 그때의 필요에 따라 도입됩니다. 보통 이런 조직은 인공지능을 위한 거버넌스나 협업 구조를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이고, 인공지능 기술의 영역에서 사업에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수많은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양한 방식으로 인공지능 도입의 효과를 일부 볼 수는 있겠지만, 인공지능을 다른 방식으로 도입하는 경쟁자들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평가와 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에, 높은 리스크 환경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사전 준비가 계속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향후 인공지능의 전면 도입 검토와 실행, 적응에 드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커서, 이 유형의 사업자는 향후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에서 뒤떨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봅니다. 


2. AI Consumer : 낮은 리스크, 낮은 임팩트


이 유형의 페르소나에 해당하는 기업은, 예를 들면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서 수표를 은행에 입금할 수 있는 기능을 모바일 앱에 추가하는 등의 방식으로, 인공지능 제품이나 서비스를 'Point Solution'으로서 소비하고 사용합니다. 이런 경우 리스크는 비교적 낮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인공지능 기술의 사용 자체가 상당히 타이트하게 통제되는 환경에서 리스크의 상당 부분을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공급자 (Vendor)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많은 경우 조직과 부서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협업과 조정, 리더십의 지원이 필요한 정도로 인공지능 기술을 광범위하게 도입하는 경우가 아니므로, 인공지능 프로젝트의 범위가 제한적이고 따라서 그 임팩트도 그리 크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리스크 관리 수준을 점차 높여 나가면서 AI Follower가 AI Consumer로 변화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낮은 리스크'만을 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덫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거버넌스와 통제를 지나치게 중시할 경우,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변화를 시도하는데 수반되는 리스크를 받아들이기가 매우 힘들게 되기 쉽고, 리스크가 낮아지기를 기다리다 보면 실기하게 될, 즉 현실에 안주하다가 AI Innovator로의 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하고 경쟁자에게 뒤떨어지게 될 확률이 큽니다.   


3. AI Innovator : 높은 리스크, 큰 임팩트


현재 시장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성숙도 관점에서 보자면, 이 카테고리가 가장 바람직한 인공지능 도입의 양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I Innovator는 전략적으로 기업의 차별적인 경쟁력을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원천임을 인식하고, 인공지능의 도입을 Top-down 방식으로, 그리고 조직 내 부서 간 경계를 넘어서 적용할 수 있도록 추진합니다. 또한 예측된 위험 (Calculated Risk)를 택할 의지를 가지고 실제 도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학습과 경험을 축적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설정합니다. 이 카테고리의 페르소나는 새로운 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하는데 걸리는 시간, 즉 개발 생산성에서 다른 페르소나 대비 앞서고, 경쟁자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혁신함으로써 자사가 시장에서 도태되는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최소화합니다. 그리고 인공지능 도입을 추진하는데 따르는 리스크와 보상 간의 균형을 추구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 체계를 갖춥니다. AI Innovator가 다른 카테고리의 페르소나와 특히 다른 점은, 기존 사업 중심의 리스크가 낮은 기회보다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미래를 위한, 도전적인 기회'를 찾아내고 실행하는데 더욱 큰 관심을 둔다는 점입니다.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 성숙도를 기준으로 AI Follower의 모습에서 AI Innovator의 단계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고, 실제로 그런 기업들이 있습니다. 오히려, AI Consumer로서의 특성이 강한 기업이 이 단계로 도달하는 것이 더 어려운데, 이는 리스크를 대하는 기업의 문화와 태도를 180도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4. AI Explorer : 낮은 리스크, 큰 임팩트


많은 분들이 "리스크가 낮고 임팩트가 크면 그게 더 좋은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 모습이 기업이 되고자 하는 아주 강력한 페르소나일지도 모르죠 - 인공지능이 기업의 사업 모델에 내재화되어 있고 아주 편안하게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상태의 기업 말입니다. 이 정도의 상태에 도달한 기업이라면, 그 전략의 핵심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 기 구축한 인공지능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대, 확산하는 것에 있습니다. 문제는, 이 상태의 기업은 '새로운 기회'보다는 기존 사업구조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기회를 찾아내고 구현하는데 최적화되어 있기 쉽다는 것인데, 역설적으로 이런 태도 자체가 해당 사업의 미래에 다른 종류의 리스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일단, 어떤 기업이 이 상태에 도달하려면 먼저 Innovator가 되는 것이 순서입니다. 오늘 이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아주 적다고 하겠는데, 예를 들어 인공지능 기반의 광고 플랫폼 사업자 같은 경우가 해당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조직 간의 벽을 허물고 인공지능 담당팀이 다양한 사업단위와 함께, 통합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핵심 기제입니다.

조직 내의 서로 다른 부서들이 어떻게 인공지능 도입에 따르는 리스크를 함께 대비할 수 있을까요?

'경영진' 그룹이라면 전략 수립과 거버넌스의 관점에서 인공지능 도입에 대한 준비 작업을 해야 합니다. 이 준비 과정을 통해서 조직의 인공지능 도입 로드맵을 설정하고, 도입 초기부터 리스크에 대한 파악과 관리, 그리고 윤리적 인공지능 도입을 위한 기제를 조직 내에 구축하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구매/소싱' 관련 그룹에서는 평균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그만큼의 가격을 지불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하거나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 등의 관점에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또, 어떤 구조와 내용의 파트너십을 맺어 나가야 데이터의 확보 및 인공지능 시스템 운영에 따르는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준비가 될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합니다.

'기술 및 IT' 부서의 맥락이라면, 여러 가지의 특정한 기술적 제약 조건에 대한 준비를 해야 되겠죠. 우리의 로드맵에 따라 인공지능 솔루션들이 어느 정도의 컴퓨팅 자원과 스토리지를 필요로 할 것인지, 데이터의 프라이버시 보장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기술 인력의 유지를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등이 그것입니다. 또, 인공지능 기술과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요구사항이 생길 때는 대비한 유연한 도입, 운영 체계도 고려해야 합니다. 

'운영'을 담당하는 조직은 때때로 데이터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접근 및 관리 권한을 줘야 하는지에 대해 우왕좌왕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이 늘어날수록 조직 간의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교집합을 찾아내거나, 서로 다른 인공지능 시스템을 합하고 떼어내면서 새로운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새로운 리스크를 받아들이고 '탈바꿈'을 위한 계획을 해야 함


신기술을 도입할 때에는 항상 기술 도입에 따른 리스크와 보상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고, 이는 인공지능 기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는 항상 조금이라도 더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확실해지고 예상 가능하게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답이 아니죠. 아마도 다음 20~30년 동안, 실질적으로 우리가 영위하는 경제 활동, 산업 활동의 100%에 인공지능이 활용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또는 근 미래에 인공지능 기술에 투자하지 않을 때 우리가 감내하게 될 리스크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려는 모든 기업에 해야 할 고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리스크를 관리하고 줄인다는 관점에서는 '20세기의 사업 모델'에 기반하여 운영 체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조직 간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특성을 이해하고 대비하거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오래된' - 고리타분한 - 리스크 관리 체계는, 인공지능 기술을 수퍼맨에 비유한다면, 아마도 크립토나이트 정도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이사회라든가 최고 경영진의 관점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에 투자하고 이 기술을 기업 내에 도입하는 데 있어서 일정 수준의 리스크를 받아들이고 추진하고자 하는 거시적인 니즈가 분명히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화성으로 날아갈 우주선을 만들고 발사하는 수준의 리스크를 받아들이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에 인공지능 기술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해 보고 도입해 보는 것은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공급망에 미치고 있는 혼란을 한 번 생각해 보면, 이런 이벤트가 인공지능 기술을 이미 도입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경쟁사보다 더 먼저, 더 잘 평가하고 신속하게 적응해서 결과적으로 앞서 나가게 만들 수 있도록 해 주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모든 기업의 경영진은 이런 변화에 수반되기 마련인, '탈바꿈 (Break-out Time)'에 대한 계획을 해야 합니다. 새로운 문제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서 해결할 수 있는 안정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준비와 시간이 필요한지, 경쟁사 대비 앞서 나가기 위해서 어떻게 인공지능 기술을 차별적으로 조직 내에 확산하고 사업 모델을 혁신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직 내에 인공지능 관련 전문가들과 노하우를 축적할 뿐 아니라 끊임없는 실험과 시도를 통해, 그리고 실패를 통해 학습하는 것을 변화의 한 단계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문화적인 변화가 사실 가장 어렵고도 긴 과정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조직 전체의, 다수의 부서를 아우르는 변화 과제를 관리하고 추진하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다줄 수 있는 효익과 임팩트는 그 비용과 시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믿습니다. 결과적으로 AI Innovator의 페르소나에 도달할 수 있는 기업은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게임 체인저 (Game Changer)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CEO와 경영진이 이런 '인공지능 중심의 변화'를 시도하는 데 있어서 맞닥뜨리게 되는 몇 가지 어려움에 대해서는 다음 글, Part II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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