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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쩔기자 Apr 28. 2023

하늘을 나는 차가 열 세상과 네 돈벌이

경제기자 엄마의 돈 되는 잔소리③

하늘을 나는 차를 타고 부산 앞 바다를 날았다. 덜컹거리는 기체에서 네가 살 세상에 대해 생각했다.      


오늘의 취재 장소는 '월드IT쇼', 기업들이 준비하는 미래 신기술을 전시하는 공간이었다. 내가 출입하고 있는 SK텔레콤 부스에 가 보니 그 기업이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는 UAM(도심항공교통) 사업의 기체를 전시해 뒀더구나. UAM, 간단히 말해 하늘을 나는 차. 어렸을 때 만화로 봤던 세상이 눈앞에 있었다.      


IT 기자로 일하며 미래 산업을 엿볼 수 있는 기회들이 있다는 건 참 재밌는 일이다. 가상현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와 로봇. UAM 역시 그 중 하나지. 네가 살아갈 세상을 열 새로운 기술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부지런히 개발되고 있다. 기술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기업 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피 튀기는 전쟁도 이어지고 있지. 이런 곳들을 찾아다니다 보면 가끔 너와 이곳에 손을 꼭 잡고 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보는 미래 세상을 그 세상의 주인공이 될 너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도로를 굴러다니는 자동차의 네 바퀴를 도로에서 떼서 하늘로 올리기 위해선 여러 가지 신기술이 필요하다. 하늘을 날 수 있는 가벼운 기체와 그 기체가 하늘에서 육지와 교신할 수 있는 정교한 통신기술, 기체를 움직여 줄 수 있는 거기에 딱 맞는 배터리까지. 그 중 SK텔레콤은 UAM의 통신기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UAM 기체에 올라타 VR 기기를 쓰고 가상체험을 했다.      


기체가 덜컹거리며 하늘 위로 올라가는 순간 멀미가 났다. 순식간에 발밑에 부산 앞바다가 펼쳐졌지.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생각을 했다. 자동차가 땅에서 네 바퀴가 떨어지는 순간, 또 다른 세상이 열리겠구나. 만약 네가 내 삶에 없었다면 그저 '참 신기한 세상이다!'로 끝났을 체험이야. 그런데 네가 내 삶 속에 들어오고 세상을 바라보는 내 관점이 좀 달라졌다. 예컨대 이런 생각.      


이렇게 달라진 세상에서 네가 밥벌이를 하려면 난 너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내가 대학을 막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영어 하나만 잘 해도 밥벌이를 할 수 있었다. 너와 네 친구들이 부지런히 영어학원을 다니는 이유도 그런 시대를 거쳤던 엄마들의 경험이 어느 정도 어 있을 것 같다. '내 아이에게 적어도 영어 하나 만큼은...'이란 생각들이 넓게 퍼져있는 것 같아. 나 역시도 네 영어학원비를 지불해 가며 대세에서 벗어나지 않는 길을 가고 있다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영어 하나로 돈벌이 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얼마 전 인공지능 챗GPT 때문에 없어질 직업군에 대한 기사를 봤다. 번역가, 통역사, 언론인. 언론인은 내 밥줄인데 어쩌지? 10년 전 증권부에서 일했을 때, 아침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개장 시황을 쓰는 일이었다. 오늘은 코스피가 개장과 함께 몇 퍼센트 올랐고, 외국인과 기관은 얼마나 주식을 사고팔고 있으며 주요 종목들의 주가 흐름은 어떤지.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개장시황을 써 내는 일이 내 일이었지. 그런데 지금은 그 일들을 언론사 AI들이 하고 있다. 사람이 아무리 빠르게 쓴다고 한들 AI가 쓰는 개장시황을 이길 순 없지. 이미 내 밥줄을 AI가 잠식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나 역시 바뀌는 세상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데, 네가 밥벌이 해야 할 세상을 상상하고 널 교육시키는 일은 더 만만치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미래 기술들은 이미 굴러가고 있고, 그 안에서 네가 어떻게 밥벌이를 해야 할 지 너와 나 모두가 아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너에게 금수저를 물려주지 못하는게 명백한 사실이고(원한다면 이를 입증해 줄 통장 잔고도 보여줄 수 있다), 너는 언젠가 네 두 손으로 돈을 벌어야 할텐데 기왕이면 그 밥벌이를 돈이 굴러다니는 미래 산업에서 찾았으면 하는 게 너에 대한 내 욕심이다.      


그러기 위해선 네 시야를 교과서 속에 한정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학교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고민을 이어간다면, 그것이 미래의 너를 더욱 단단하게 지탱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그 말은 이미 AI에게 일자리를 잠식당하고 있는 나에게도 유효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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