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간과 감정이 내 것이었지-
몸속까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다양한 방향으로 산란하는 빛과 같은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템플스테이, 이 년 만에 두 번째다.
경기도 양평 용문산에 있던 용문사.
둥둥 떠다니는 자연의 입자들이 와닿으니 코 끝이 간지럽고, 돌을 나무를 바람을 손 끝으로 느끼니 몸 안이 출렁이는 듯하다 이내 고요해졌다. 귀 끝은 전자 기기의 작동음에서 벗어나 물 소리, 새 소리, 고양이 방울 소리로 가득 찼고 눈길의 끝엔 고층 건물 외벽 등 인공물의 선명함으로 막혀있지 않아 그러한 희미함이 좋더라.
한참을 바라보게 되는 디테일에 놀라웠다.
목조 건물을 채우는 단청의 색은 자연 속의 안료를 활용했다. 파스텔톤과 같은 색이 어떻게 나오는 거지 신기했고, 찍어 온 사진에서 스포이드로 색을 뽑아냈다. 하나로 시작했다 흩어지고, 다시 하나가 되는 과정을 생각하며 간단한 무빙 이미지를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안개가 껴 더욱 편안했고, 다음날 아침엔 따듯했다.
과거, 미래의 생각에 현재의 시공간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시점에 환기가 되는 듯했다.
가운데만 비가 안 닿아서 변색되지 않았다는 게 신기했던 돌!
스님과 사람들 그리고 고구마, 차와 함께 캠프파이어하며 각자의 생각을 나눠 갖고, 공감 가는 지점들을 까먹을세라 메모했다. 각자의 경험이 각자의 표현을 채우고 있었다. 자유 시간엔 혼자 책도 읽고 겨울이 머금은 햇살을 느끼며 새로 만난 친구들과 꼼지락 거리곤, 스님이 구워주신 화덕 피자도 1인 1판 마냥 씬나게 먹고 도란 도란! 흰쌀밥도 쫀득 맛있었다.
흔적만 남기고 사그라들었다.
고작 하루의 시공간을 다르게 보내면서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흩어질 수 있는, 흘러가는 존재로서의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나도 내 주변도 고정되지 않을 것임을 인식하기! 실체가 없는 것에 스스로 실체를 부여해 힘들어하지 않기. 흩어진 구슬을 꿰면서 의미를 만들듯, 내 안에 쌓여가는 경험들을 외면화해야겠다는 생각에 글을 써 기록으로 남긴다. 죽기 전까지 내 눈에 반짝이는 지점들을 잘 엮어 내며 살아야지~
정미의병 때 일본군이 양평 용문사에 불을 질렀고, 그때 유일하게 타지 않았던 은행나무가 있단다. 우리나라 은행나무 중 최고 높이인 42m에 1,100살 이상의 나이를 가졌다는 그 나무에 소원을 빌었다. 굳셈과 기운이 느껴지는 듯해 힘이 났다. 결국 그 소원을 이뤄지게 하는 건 나이어야 할 테니.
햐 좋다- 하는 감정을 꺼내어 짚어보니 좋았던 이유가 참 많다. 며칠 더 있어도 정말 좋겠다! 서울에서 움직인 지 한두 시간 만에 이렇게나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다니. 머릿속이 시끄러워 내면의 여유를 찾고 싶을 때, 내 시간과 감정이 내 것이었구나 느끼고 싶을 때 템플스테이 다시 갈 것 같다.
참,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불교 기반이었다.
교복도 회색, 축제 때 오시는 스님들, 미술 시간에 만들던 연등. 나를 포함한 대부분이 무교였는데 부담스럽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강요하지 않는다는 지점에서 더 끌리는 것 같다. 아직 잘 모르지만, 더 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