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원썸 Dec 03. 2023

사람팔자,동물팔자

하루만이라도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말은 뜨문뜨문되어도 글자는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이면 공통된 인테리어가 있다.

벽 한 면에 붙어있던 동물그림과 이름

세상에 태어 나 마주칠 일이 거의 없을 것 같은 사자와 하마등은 한글깨우치기에 딱 좋은

글자들이다.


맹수들의 소리를 흉내내면서 두려움은 커녕 친근감마저 들게하는 그림에 스티커놀이까지 아마도 

비슷한 기억일게다.


"어흥~"

동화속의 호랑이는 늘 욕심꾸러기에 심지어 어리석기까지하다.

식탐이 이만저만, 육식동물임에도 팥죽까지 먹어대질않나

그럼에도 뜬금없는 효성심의 동물이다. 

어머니란 소리에 눈물도 뚝뚝이며

성격이 급해서 불에 달궈진 돌을 덥석 물었다가 이가 다 빠지는 황당한 전개에

나도 온 힘을 내어 흉내내고 웃어대곤했다.


동물원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그림보다 훨씬 더 크고 사납고 무섭지만 여전히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어떻게든지

아이의 놀란 표정과 아이들이 내뱉는 동물소리, 동물원은 나를 포함한 부모들의 소확행이고 의무였다.


그들의 어떤 소리도 이해하지못하지만 아이에게 동물원의 많은 동물을 보여주고 온 날은

기진맥진이라도 최소 며칠간은 아이와의 대화거리가 풍부해지는...갇힌 동물들이 불쌍하긴해도 사람이 주지못하는 평온함을 얻는다. 


그나마 어린이대공원, 서울대공원까지는 반나절 나들이하기엔 딱 좋은 장소,

조금 더 욕심을 내는 곳은 에버랜드다. 

사파리라고 불리우는 그 곳은 갇힌 맹수가 아닌 저들의 공간에 감히 발을 들여본다.

안전하다고 믿는 차안에서 고기를 덥썩 무는 사자가 무서움에도 놀랍고 신기하다. 


최근에는 푸바오의 인기가 천정부지다.

역시나 S기업의 후견과 관리는 놀랍다. 

푸바오와 할부지, 10분만 볼 수 있는 규칙에도

모두들 열광할 수밖에 없는 그 귀여움에 해당굳즈도 날개다.

푸바오의 동생이 태어나는 사진은 타임지의 100대 뉴스에 뽑혔다고 하니 

동물은 글자를 배우기위한 도구가 아니라 팔로우가 대단한 인풀루언서다.



반려견을 키워보니 관점의 변화가 생긴다.

사람을 위해 동물이 존재한다. 그들은 미물이다란 생각에서 

동물을 위해 사람이 존재한다. 때로는 사람보다 동물이 한 수위다.

동물과 사람은 공존해야한다란 생각이다. 

사람을 기쁘게 하기위해 데려 온 강아지,

해를 거듭하니 녀석을 기쁘게 하기위해 사람이 노력한다.

호적에만 못올라갔을 뿐 가족이다.

한 이불을 덮고 자고

함께 차를 타고 

녀석의 배설물의 상태도 유심히 살펴보며 건강을 확인한다.

산책하는동안 녀석은 왕이고 나는 상궁이다. 고개도 못들고 

그의 걸음과 흔적을 보면서 졸졸졸 따라다닌다.

산책시간이 견생최고의 낙이라고 하니 철저히 지켜주려고 한다.

가족간의 웃음도 함께 하지만 

가족간의 작은 분쟁, 큰 목소리가 날 때

집을 치우지않아 더러운 순간에도

차마 이웃이나 타인에게는 부끄러운 부분마저도 반려견은 공유한다. 


가족이라고 하면서도 동물은 동물이다. 

개목끈이 그렇다. 밥그릇도 그렇고 사료도 그렇지만 가장 부당한 대우는 

녀석을 혼자 두고 나가는 시간, 횟수가 많다는 거다.

사람들은 녀석을 혼자 두고 하루 종일 때로는 외박에 가까운 긴 시간을 혼자 둘 때가 그렇다.

어릴 때는 문앞에서 가족을 기다리며 발자국 소리만 나도 왈왈왈 짓어대고

마지막 나가는 가족일원을 망연자실한 표정을 바라보고

온 가족이 여행가방을 싸면 

저도 데려가라면서 캐리어에 쏙 들어가 앉아있는 행동도 보였지만

이제는 늙어 그런가 나가면 나가기 전 간식에 관심

들어오면 좀 반갑네

산책은 시켜주겠지정도의 반응이다.


개의 나이는 사람의 7배라고 한다. 한 살이면 7살인셈이고 10년이면 70이라고 한다.

여전히 3키로의 작은 몸인데 고령의 녀석을 바라보는 마음은 짠하다.

사람처럼 백내장이 오질않나

산책시간도 짧아졌다. 가끔은 입맛이 없는지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를 내어도 사료를 본체만체한다.

헤어지는 게 싫어 강아지든 고양이든 반려동물을 키우지않겠다란 지인들의 말처럼

동물과의 정(精)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한 날, 서열은 낮지만 우리집에서 녀석과 사이가 제일 좋고 또 좋아하는 딸이 개와 눈을 맞추면서 뭐라뭐라 교감을 한다.

사람의 언어만 못할 뿐 10년정도 사람과 함께 사는 개들은 알아듣는 게 많다.

" 아, 얘가 하루만이라도 사람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얘가 한 번 바꿔달라고 하면 내가 한 번 바꿔주고싶어"

참고로 딸은 학교에 내는 가족환경조사서에 개를 동생으로 적어 담샘으로부터

" 동생이름이 참 특이하네요. 늦둥이인가봐요" 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키도 했었다.

하도 환타지가 넘치는 세상이다보니 별 소리를 다하는 딸에게 일침해준다.

" 너는 개를 믿냐?  얘가 니 귀에 대고 

미안, 난 개로 돌아갈 마음이 없어졌어라고 함 어쩔?"


순간 딸과 나는 녀석의 눈빛을 다시 보았다. 유난히 반짝반짝거리는게 어쩐지 기분이 묘해진다. 









작가의 이전글 마늘떡과 아보카도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