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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어 Mar 28. 2017

잔지바르, 탄자니아

 청각 장애인 대표인 쥬마씨를 만나기로 했는데 마침 그날은 잔지바르 장애인 연례모임이 열리는 날이어서 함께 그 자리에 참여했다. 그곳에서는 시각 장애, 청각 장애, 절단 장애, 언어 장애 등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나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쥬마씨와 나 사이의 수화 통역을 맑은 눈을 가진 청년이 해 주었는데, 그는 마고메니 동네에서 매 주말 운영되는 수화 교실에서 수화를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그 주말부터 나는 바로 마고메니로 향했다. 열의를 가진 젊은이들이 재봉기술센터를 빌려서 수화를 배우고자 모여 있었다. 수업 내용을 받아적고, 배운 내용을 발표하는 젊은이들의 손짓은 보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세상에 이보다 더 성스러운 손짓은 없으리. 듣고 말하지 못하는 이들과 세상과의 다리가 되어 주겠다는 아름다운 의지를 가진 젊은이들은 침묵 속 끊임없이 서로의 눈빛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후 얼마가 지났을까, 어느 날엔가 달라달라(탄자니아의 대중교통수단. 잔지바르의 달라달라는 탄자니아 대륙의 것과는 달리 지붕을 덮은 오픈 트럭의 형태)를 탔는데 콘다(요금징수원)가 다른 사람들과는 멀쩡히 말을 하다가도 나에게는 자꾸만 손짓을 했다. 가만히 보니 수화다. 이 사람이 나에게만 왜 이러는 걸까 하는 찰나,


 - 요즘 왜 마고메니에 나오지 않나요?

:- 네? ...... 아! 당신 콘다였어요?


 오늘도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았다. 가만히 떠올려보니 그는 모임에서 제일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던 학생이었다. 콘다였구나. 게다가 말도 할 줄 알았단 말이야? 머리 속은 빙빙 돌고 '왜?'라는 단어가 사정없이 들이쳤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대개 내일의 생계를 걱정하며 사는 터라 생계와 직접 닿아있는 일이 아니면 눈 돌리기가 어려운데, 그는 참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매일, 매 시간, 찌들고 냄새나는 돈을 만져야 하는 손으로 그리도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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