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기 쉬운 삶
아직 아무것도 해낸 것이 없어 보이는 현실에 불안함을 엄습해오기 시작하면 한동안 그 초조함에서 허우적거린다. 도대체 얼마나 긴 시간을 기다려야 나의 때가 찾아오는 것일까. 기다림은 너무나 무겁고 막막하게만 느껴진다. 이럴 때면 과거의 기억에만 무게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의 무게도 버겁게 느껴진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돌아가던 행복 회로는 멈추고 만다. 단지 취업을 못 했다는 사실 하나가,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다는 단순한 이유가, 자신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처 받지 않아도 되는 말들이 비수가 되어 상처를 남기고 실패의 두려움은 낮은 문턱조차 넘기 힘든 시련으로 다가온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 칠 때, 넘어지지 않는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덜 힘든 방법, 고통을 덜 겪는 방법들을 생각해 낸다.
어쩌면 이런 게 ‘철학’ 아닐까 생각한다. 대단한 발견이 아니어도 오늘을 헤쳐나갈 수 있는 작은 생각들이 모여 자신만의 철학적 이론을 세우는 기틀이 된다.
적어도 나에게 철학은 무엇이라도 붙잡아야 했던 과거 순간들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들어준 도구다. 내가 왜 진지충이 되었는지, 그리고 철학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조금은 알겠다.
철학을 좋아한다는 고백이 '나는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안다.'는 말과 같은 의미였으면 좋겠다. '나는 생각이 많다.'는 얘기가 힘든 시기를 이겨낼 방법을 찾고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요즘 생각이 너무 많아 고민이라는 어떤이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그 복잡한 생각들을 잘 사유했을까?
그는 분명 해답을 찾아냈을 것이다. 동시에 그가 느끼고 있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음에 분명하다. 더는 고민하지 않아도 될 만큼 명백한 목표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것이고, 그렇게 생각은 가벼워졌으리라 믿는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고통을 없애는 데 약 외에 철학도 있다.
몇몇 철학은 희박하나마
고통을 끝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토드 메이 《부서지기 쉬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