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꿈일까 아니면 불편한 진실일까
최근 기업에서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이 한창 화두입니다. DX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조직의 DX 전환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각종 DX교육(코딩, 빅데이터, AI 등)을 제공하고 경쟁적으로 새로운 디지털 툴과 인프라를 사내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DX 전환은 아직도 요원합니다.
사실 DX는 단지 특정한 디지털 툴/솔루션을 도입하거나 이를 이용하는 스킬 교육만으로는 달성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것이 선행되는 경우 대부분 실패하는 것 같습니다.. DX는 단지 기술적 진보와 적응의 한축으로서 이해되면 안 되고, 기업이 사업을 바라보고, 관리/운영하며 성과를 창출하는 방식에 있어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사람(고객)들이 정보를 탐색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소비하는 방식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게 되었고, 결국 이러한 변화에 적응해야함에 따라 기업의 경영활동과 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활동들이 오히려 DX의 본질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조직 내에서 가장 먼저 DX가 도입되고 활용되는 부서 중 하나가 바로 '마케팅'입니다. 마케팅 부서가 DX의 최전선에 서게 된 이유는 기술 진보가 촉발한 소비자(사회)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더이상 예전의 마케팅 방식으로는 매출은 커녕 홍보 조차 제대로 되지 않게 되면서 디지털 환경을 이해하고 적응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마케팅 부서와 유사한 목표를 가진 조직이 또 있습니다. 바로 영업 조직입니다. 영업 역시 새로운 고객을 찾고 거래를 이끌면서 매출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마케팅 부서와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그런데 영업 조직은 DX와 상당한 거리두기를 하고 있습니다. 영업과 DX는 쉽게 연결점을 찾아내고 있지 못 하고 있으며 조직에서의 저항과 반감도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업은 DX에서 예외일까요? 불가능한 꿈이거나, 어울리지 않는 옷일까요?
저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마케팅 조직에게 필요한 DX와는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분명히 다른 모습입니다. 영업 조직에서의 DX 전환의 당위성을 논하기에 앞서서, 저는 먼저 영업조직에서 디지털 전환 즉, DX가 갖는 의미와 목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이번 내용은 영업의 주요 업무인 '고객관리활동(리드발굴, 거래관리 등)'에 초점을 맞추어, 이와 관련된 대표적이 DX 사례인 CRM 툴의 도입과 활용에 집중하여 작성하였습니다.
B2B 영업조직에서 디지털 전환이 갖는 의미는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의 역할과 책임, 즉 직책에 따라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리더 (중간관리자 포함) : 영업 실무자가 입력하는 고객/거래/성과에 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요한 경영 의사결정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함. 이를 위해서는 CRM 솔루션에 고객/거래/영업성과 데이터가 정확하게 기재되어야 하며, 리더는 이를 바탕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현황을 파악하여 즉각적으로 의사결정이 가능
** 예: 어떠한 제품과 시장에 영업인력을 추가 배치해야할지를 '지금' 당장 판단하기 위해서 최근 6개월 간의 월별 신규 세일즈기회 창출 수와 영업인력당 영업생산성(수주액)을 CRM을 통해 확인
실무자 : 자신의 영업성과를 더 높이기 위해서 CRM 솔루션에서 제공하는 각종 기능을 활용. 가장 핵심적인 기능과 효과로는...
1) 거래-고객-인명의 데이터가 시스템에 체계적으로 관리되어, 정보탐색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고
2) 다른 영업담당자가 입력한 데이터에도 접근이 가능하여, 활용가능한 정보가 확대되고
3) CRM 솔루션이 제공하는 각종 자동화 기능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거래를 관리할 수 있음
엑셀이나 스프레드시트 등 레거시 형태로 영업이 관리되어온 조직에서 CRM을 도입하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는 단지 툴이나 인프라의 문제가 아니고, 고객을 관리하고 세일즈를 하는 행동 자체의 변화를 요구하는 '변화관리' 수준의 Intervention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체로는 다음의 이유로 인해서 CRM이 조직내에서 정착되지 못 합니다. 변화관리를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조직내의 공통된 영업 시스템이 부재하거나 미흡 : CRM을 사용한다고 해서, 영업 실무자의 모든 행동의 일거수 일투족이 통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업성과를 창출하는 기본적이며서 매우 중요한 관리정책은 일관되게 유지가 되어야 하고 이것이 조직의 CRM 환경에도 반드시 적용이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리드 창출부터, 수주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이 어떠한 단계로 나누어서 관리하는가?", "각각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가?" 등과 같은 전체 영업조직이 합의하는 공통된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리더의 CRM 솔루션 관리의지가 약함 : 영업 실무자가 CRM을 원칙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영업조직에서의 디지털 전환은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입력되는 데이터가 부재하거나 잘못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가 쌓이게 되고 리더는 제대로된 의사결정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영업 실무자는 성향과 관성으로 인해서 CRM 솔루션의 사용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의 자유의지에 맡겨서는 영업조직의 디지털 전환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리더가 영업실무자들이 CRM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주어야 하는데, 리더가 관리의지를 높은 수준으로 보여주어야만 합니다.
CRM과 영업성과 향상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영업실무자 : 영업실무자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신의 영업성과를 높여서 합당한 보상과 인정을 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CRM의 사용이 영업성과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없다면 영업실무자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말씀드린데로, 영업조직에서 새로운 CRM 솔루션의 도입은 디지털 전환이나 변화관리의 영역이므로 다방면으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저는 아래와 같은 이니셔티브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업조직 전체가 합의하는 CRM 관리체계 도출
리더 관점에서의 인식교육 및 핵심 관리포인트 합의 (성과평가/보상 반영)
조직내 고성과자 영업실무자를 중심으로 CRM 사용을 집중 관리하여 실무자들의 사용을 유도
저는 회사에서 사업개발과 B2B 영업을 담당하고 있고, CRM을 사용하여 성과에도 많은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이제 CRM 툴이 없이 영업을 한다는 것이 상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조직 깊숙히 DX가 침투해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언제든지 필요할 때, 고객과 영업에 관한 핵심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즉각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합니다. 또한 실력있는 팀의 사업개발자들은 CRM을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역량의 최소 200%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B2B, 즉 기업간거래는 국가경제와 산업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성과는 오로지 현장에 있는 수많은 세일즈맨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저는 영업조직의 DX 전환이 단지 개인의 성과창출이나 조직의 매출증대 뿐만 아니라 나아가 국가경제 발전과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영업조직이 CRM을 포함하여 DX 전환에 성공하여 국가와 사회의 번영에 일조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