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협과 매너니즘의 유혹을 극복하고 혁신의 정신을 유지하는 법.
어제 한 신입 지원자와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지원자에게 우리회사에 궁금한 점을 질문해달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아래와 같은 취지의 질문을 던져주셨습니다.
"코멘토는 스타트업 치고는 업력이 오래된 편인 것 같아 보이는데,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혁신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이 질문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진실한 대답을 위해서 저 스스로와 우리 회사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질문이 매우 예리한 질문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솔직히 창업 초기때의 마음과 자세를 한결 같이 유지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답변을 드렸습니다. 여러 해 동안 사업을 운영해오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노출되기도 하고, 또한 부족한 역량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로 혁신과 거리가 있는 의사결정을 할때도 있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때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 내키지 않는 사업을 할때도 있었고, 그러면서 고객으로부터 멀어진 사업에 매진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선택에 매몰되지 않고 불편함을 느끼면서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업 당시에 수립한 미션과 비전 그리고 고객의 문제에 집중하는 고결한 자세를 항상 유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렇지 못한 우리를 발견했을 때, 스스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면 혁신의 불꽃은 잦아들지언정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가끔 쉬어가고 돌아가겠지만, 길게 바라보면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을테니까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에 집중하거나 경쟁사 흉내내기를 최대한 멀리하는 것입니다. 저는 고객지향적 태도의 반대를 자원지향적 태도라고 말합니다. 자원은 우리가 사업을 하면서 형성한 성취의 결과들입니다. 예를 들어, 시장 점유율이나 레퍼런스 그리고 매출과 같은 것들입니다. 자원에 집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고객과 멀어집니다. 자원에 집중하면 할 수 있는 것은 대체로 뻔하고 지루한 것들입니다. 참신하고 혁신적인 것은 고객과 고객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unmet needs들에 있기 때문입니다.
경쟁사 흉내내기도 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병폐 중 하나라고 봅니다. 유망한 시장에서 크게 성장하는 경쟁사를 보면서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2등은 가능하겠으나, 혁신의 정신은 아주 희미합니다.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는 것보다 경쟁사를 벤치마킹하는데 더 집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2등을 지향하는 Second and Better 전략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성장 관점에서 매우 효과적이면서 효율적인 전략이 될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기업 내부의 혁신의 정신을 드높이는 전략이라면, 저는 무조건 First Mover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First Mover를 지향하는 순간, 고객이 가장 먼저 보이게 되어 있고, 그들이 현재 해결하고 있지 못하는 pain point를 찾는데 혈안이 됩니다. 경쟁사도 가끔 바라보겠지만, 그들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차별화하거나 고객의 문제점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참고하는 수준에 그칠 것입니다.
경각심과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면,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자원이나 경쟁사 흉내내기가 아닌 항상 고객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면 혁신의 불꽃은 꺼지지 않고 타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