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렉트로 실비보험을 가입을 하다보면 자신의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만약 자신의 직업이 영업직이라면 보험 심사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보험료가 올라갈 수가 있다. 실제로 보험설계사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결국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건강이 나쁠 위험이 있고, 그에 따라 보험사에서는 특별히 관리한다는 말이다. 영업직은 실적의 압박에 시달리고 그에 따라서 스트레스가 많다는 세간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왜 그래야만 할까? 나는 회사에서 사업개발과 필드영업을 모두 담당하는 사람이기도 하면서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행복과 건강을 함께 중시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나는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나 역시도 회사에서 B2B 사업분야에 대한 사업개발과 영업의 책임을 맡게 되면서 어김없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월말, 분기말, 연말이 다가오면 성과에 대한 결산을 하고 성장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했다. 결산 후에 성과가 좋았던 때에도 스트레스는 약간 줄었지만 여전했다. 결산과 성과에 대한 압박감은 앞으로 계속해서 반복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왜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했을까? 나는 그것이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바운드로 고객의 문의가 쏟아지는 날, 나는 이런 고민을 했다. "내일도 이렇게 문의가 올 수 있을까?", "무엇을 하면 인바운드 문의가 더 들어올 수 있단 말인가?" 성과가 중요한 세일즈맨이 성과를 스스로 통제하거나 예측하지 못하고 외부의 환경에 의존적이게 된다면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다음 달에도 이번 달 만큼의 아니 이번 달 보다 성장한 성과를 기대하는 회사의 기대를 어떻게 만족시켜줄텐가.
리모콘의 전원 버튼을 누르면 TV가 켜진다. 만약 켜지지 않는다면 아마도 건전지가 다 닳았을 것이고, 새 건전지로 교체하면 다시 리모콘이 잘 작동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청소기는 또 어떤가? 청소기의 전원 버튼을 누르면 어김없이 모터가 돌아가고 바닥에 있는 먼지를 깨끗하게 청소할 수가 있다. 바닥의 먼지를 깨끗하게 청소하기 위해서는 나는 한치의 의심없이 청소기를 집어 전원버튼을 누를 것이다.
영업을 좋아하고 직업으로 선택한 사람들은 모두 성취지향적인 사람들이다. 다사다난하고 때로는 지리멸렬한 세일즈의 과정을 거쳐서 끝내 거래를 성사시키고 나의 고객으로 만들어냈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으로 이전의 모든 고통을 보상받는다. 어려움을 뚫고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과 고객으로부터의 인정과 평판이 세일즈맨들을 웃음짓게 만든다. 그러나 역시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하다면 짧은 즐거움 뒤엔 늘 초조함과 스트레스가 뒤따른다. 영업이 직업인 사람들이 보험심사에서 불리한 이유다.
나는 성취지향적이고 도전을 즐기는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인 영업을 사랑하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성과를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치 리모콘의 전원버튼을 누르면 TV를 켤수 있는 하나의 완벽한 기계처럼, 즉 '세일즈 머신'이 된다면 영업은 스트레스가 아니라 즐거움만 존재하는 일이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세일즈 머신이란 3가지를 갖춘 상태를 의미한다.
즉, 인바운드에 기대지 않고 아웃바운 영업으로 성과를 만들어낸다. 인바운드는 세일즈맨에게 매우 달콤한 선물이지만 아쉽게도 예측 가능성이 매우 낮다. 브랜드와 평판, 시대적 변화 등 외부적인 변수가 다양하게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번달에 인바운드로 인입된 리드가 많다고 하더라도 다음달에도 많을 것이라고 100% 확신할 수 있는가? 인바운드 영업기회가 세일즈맨이 역량을 발휘하고 상황을 통제한 결과라고 할 수 있는가? 결고 그렇지 않다. 기회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세일즈 머신이다.
즉, 우리의 고객이 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정확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엄청 바쁘게 일하지만 성과가 뒤따르지 않는 세일즈맨의 대표적인 특징이 고객이 아닌 사람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쓴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정신없이 연락을 하고 제안서를 전달하지만 상대는 별로 관심이 없고 거래가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다. 누가 우리의 고객인지,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누구진지, 왜 좋아하는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 한채 단순히 많이 전화를 돌리고 이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세일즈 머신이 아니다.
무엇이 성과를 만들어내는지 핵심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핵심요소로 크게 4가지를 고려한다. 1달 동안 아웃바운드로 생산해낼 수 있는 영업기회(Opportunity)의 수, 영업기회에서 실제 수주로 이어지는 전환율(Closing rate), 1개 수주당 평균 가치(Deal Value) 마지막으로 평균 수주 소요일(Sales cycle)이 그것이다. 이렇게 4가지 지표에 대한 실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고 잘 관리할 수 있다면, 세일즈는 예측과 통제가 가능한 즐거운 게임이 된다.
앞으로 책과 현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습득한 나름의 세일즈 머신의 프로세스와 원칙들에 대해서 정리해보려 한다. 책은 Predictable Revenue를 참고했다. (이 책은 정말 훌륭한 세일즈맨의 필독서이다. 번역본이 없어 영어 원문으로 읽어야 하지만, 최소한 3번은 반복해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책이다.) 그 동안 습득하고 정리한 세일즈 머신 방법론을 다시 한번 글로 정리하면서 속으로 되내이고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지만, 혹시나 나와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세일즈맨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