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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당 Apr 02. 2024

점심 두 그릇 먹은 썰

#치앙마이 일년살기

날은 덥고, 음식 챙겨 먹는 것이 가장 큰 일인 요즘이다.


원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자주 가는 '카우만까이', 닭고기 덮밥집에서 아침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이곳은 오전 11시 40분 즈음이면 음식이 다 팔려서 문을 닫는 곳이고 나는 그 시간에 맞추지 못했다. 어제 내가 다니는 무에타이 체육관의 방년 19세 어린 태국인 여성 친구가 시합에 나간다며 나와 스파링을 하자고 했고 이후에 완전히 체력이 방전되었는지 결국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 19세에 장단을 맞춰주기에는 37세는 너무 힘든 것...


어쨌거나 점심이 가까운 시간, 식사는 치앙마이 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비교적 신축 건물인 이 학생식당은 여러 가게가 모여있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종류의 식사뿐만 아니라 카페, 아이스크림 가게, 빵집, 주스 가게, 편의점까지 들어와 있어서 상당히 편리한데 여기에 에어컨도 틀어준다. 사실 맛은 쏘쏘한 편이라 굳이 찾아가서 먹을 필요까지는 없을 텐데 에어컨님 때문에라도 가게 된다. 음식 가격대는 일반적으로 에어컨이 없는 가게와 비슷하지만 이 가격에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시원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니 치앙마이 대학교 만세...


학생식당 건물 외경
푸드코트 형식으로 여러 가게가 입점해있다, 영어 메뉴를 갖추고 있는 곳도 있고 대화가 안 통해도 사진을 보고 시키면 된다^^


식당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고 오늘은 2층으로 올라가 일본식 카레를 시켜봤다. 이런, 주문한 음식을 받아보니 한국으로 치면 어린이 메뉴 수준의 양이 아닌가. 가격은 69바트, 우리 돈 2천 원대로 맛은 정통 일본식이라기에는 애매하고 양도 딱 가격만큼 나왔다. 더군다나 음식을 만들면서 사장님이 맨손으로 코도 훌쩍거리고 계산도 하고 돈가스도 만지고 하는 것도 다 봐버렸단 말이지. 이런 위생 문제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무시하고 식사를 하는데 양이 적으니 3분 만에 모두 끝나버렸다.


그릇이 손바닥만 하다, 이건 유치원생 정도에게 적당한 양이 분명해


그리고 이것은 어제저녁부터 공복상태였다가 거의 12시간 만에 밥을 먹는 나에게 일종의 워밍업이 되어버린 수준이라서 밥을 다 먹었는데도 격렬히 배가 고팠다.


결국 1층으로 내려가서 신중하게 사람들이 먹는 메뉴를 살펴보면서 고민 끝에 다른 음식을 하나 더 주문했고, 그제야 위장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시킨 음식은 태국식 삼겹살 튀김과 양념된 프라이드치킨을 밥 위에 얹어준 것. 나름 밥도 흑미밥에 계란까지 추가하니 1차로 먹었던(?) 점심에 비해 상당히 괜찮은 구성이었다. 2차로 시킨 밥은 56바트, 우리 돈 2240원. 그러니 결국 점심으로 125바트, 5천 원을 쓴 셈이다.


카레보다는 훨씬 좋았는데 이걸 1차로 먹었어도 결국 뭔가 하나 더 시켜서 먹긴 했을 것이다


치앙마이 물가가 저렴하다고들 하는데 이처럼 1인분의 양이 매우 적은 함정이 숨어 있다. 사실 치앙마이에서 외식을 하게 되면 거의 대부분 이렇게 메뉴를 두 개는 시켜 먹게 된다. 정말 식사량이 적은 사람이 아니고 일반적인 한국인이라면 나와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태국에서 장기체류를 계획한다면 식비는 넉넉하게 잡아두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메뉴 하나에 50~60바트는 이런 푸드코트 혹은 에어컨이 없는 식당에서 태국 음식을 먹을 때나 가능한 가격이고 어느 정도 깨끗하고 이름 있는 가게에서 외식하게 되면 메뉴당 200~300바트도 금방 깨진다. 태국음식이 아니라 일식, 한식, 양식 등 외국음식을 먹게 되면 가격은 기본적으로 태국 음식의 두 배는 되는 것 같다.


먹고사는 것이 굉장히 귀찮은 일이라 때로는 그냥 알약 같은 것을 하나 먹으면 배가 적당히 불러서 식사가 해결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누가 이런 거 안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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