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치앙마이
정신과에 다닌 지 어언 한 달 정도 지났을까?
의사 선생님은 처음보다 약의 용량을 높여 처방해 주었다. 처음 용량이 일반적 사용량보다 매우 적었고 높인 용량이 일반적 사용 용량이라고 했다.
때마침, 나는 회사에서의 업무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참이었다.
밤 10,11시 퇴근은 허다했고 때로는 12시까지 일하고 막차를 타고 집으로 귀가하기도 했다. 이건 나의 업무 집착이 불러온 것이니 그러려니 해도 같은 팀 직원과의 눈에 보이지 않는 마찰도 겪는 중이다.
마찰이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고 큰 문제는 아니겠지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중간에 팀장님이 '그 문제를 풀어라'라고 종용 아닌 종용을 하신 덕분에 그것이 공식적인 문제가 되어버렸다.
팀장님을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니지만 갈등을 겪는 직원이 팀장님을 붙잡고 나의 어떤 행동이 자신을 '무시한다'라고 여기는지 말을 했다는데 팀장님은 그 내용을 나에게 그대로 전했다.
뭐지 이 총체적 난국은.
느낌상 팀장님은 상대방 직원이 자신에게 이렇게 미주알고주알 말하는 것이 싫고 그래서 내가 그것을 풀어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나는 그것이 해당 직원 개인의 문제지 내가 나서어 어르고 달래야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중이고.
나 자신의 문제만 집중해도 쉽지 않은데 내가 지금 누구를 챙길 참인가.
그러다 보니 용량이 높아진 약을 복용하고 있음에도 낮 시간에 심장 떨림 현상을 겪는 중이다. 오늘까지 3일간 휴가 중인데 3일 내내 그러했다. 약을 복용한 초반에는 없어졌던 증상인데 약의 용량을 높였음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이걸 그냥 하나씩 해결하면 되는 일일까 아니면 나는 곧 또다시 스트레스에 잡아 먹힐까.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심리상담 서비스가 있어서 그걸 듣기 위해 정신과에서 진단서를 받았다. 진단서상 진단명은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
팀장님에게 미주알고주알 나에 대해 말한다는 직원처럼 나는 그럴 수 없다. 그래봐야 큰 소용이 없을뿐더러 그렇게 될 경우 나의 불안 증상을 타인에게 의존하는 셈이 되어서 증상은 더 나빠질 뿐이다.
내가 기대야 할 것은 정신과 선생님, 곧 시작할 심리상담 선생님, 그리고 나 자신이다.
오늘부터는 치앙마이에서 돌아온 이후로 처음, 운동을 시작할 예정인데 운동이 좋은 영향을 끼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