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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프랭클린 익스프레스_에릭 와이

#보고읽은것

by 송송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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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기계발서가 필요하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종종 소위 말해 '자기계발서'라는 것을 극혐한다는 말을 한다. 정확한 이유를 묻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뉘앙스는 매우 짜증이 나 있었다. 아마 자기계발서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책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동시에 그 누구보다도 자기계발서에 나올법하게 사는 그녀를 보면서 '대체 왜 자기계발서를 혐오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는 간절히 자기계발서를 찾는다.


삶을 당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헤맬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가족과는 잘 어울리지 못했다. 아빠는 조선시대의 어느 양반가문의 사람처럼 행동했다. 정확히 말하면 조선 중기 이후의 사람이다. 조선 중기 이후부터 조선은 성리학이 베베 꼬인 채로 자리 잡아서 한반도에 존재했던 국가들 중 가장 보수적이고 재미없는 국가가 되었다. 아빠의 차별이나 보수성이 너무 심해서 초등학생 때는 아빠에게 '청학동에서 사는 게 어울리겠다'는 말을 꺼낸 적도 있다. 물론, 아빠의 반응은 '어디 감히 아빠에게 훈계질이냐'는 역정이었다.


엄마는 아빠에 비해서는 공격적이지 않았으나 순응적이었고 나와 전혀 대화를 주고받지 않았다.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 두 사람은 나에게 무엇 하나 알려주지 않았다. 최근 만나는 상담사 선생님은 나의 부모님이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했다.


서론이 길었는데, 그래서 나는 자기계발서를 찾는다. 좋은 부모를 만나지 못했다고 인생이 끝나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나는 모르는 것은 혼자서라도 배웠고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여러 좋은 책에 많이 의존한다.


자기계발서라고 거창하게 말했지만 나에게는 '삶의 방향성에 도움이 될만한 책'은 전부 자기계발서다. 그래서 특히 철학책을 많이 읽고 또한 이 어려운 철학을 쉽게 정리해 주는 책을 좋아한다.


그런 연유로 작가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좋아했고 그런 연유로 그의 또 다른 책인 '프랭클린 익스프레스'도 찾아서 보았다.


하루에 두 챕터씩 천천히 읽다 보니 일주일 정도 만에 기분 좋게 독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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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릭 와이너라는 사람은, 필시 나와 비슷한 사람인 것이 분명하다.


말이 많고 집착적이며 정서적으로 불안 증상을 겪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 고군분투한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나 이 [프랭클린 익스프레스는] 작가가 깊게 통한 철학자들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작가의 시선으로 이해한 철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의 에세이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는 여러 철학자를 다루는데 [프랭클린 익스프레스]에서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의 인생 전체를 다룬다. 그의 어린 시절부터 죽음까지, 그가 살았던 곳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푸는데 이건 거의 '사랑'수준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 나도 작가의 벤자민 프랭클린 사랑에 약간은 동화되지 않았나, 그런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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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프랭클린은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지독한 실천 주의자였고 사람의 가능성을 믿었다.


이는 그가 인쇄공이었다는 배경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는 인쇄에서 오탈자를 교정해 신판을 낼 수 있는 것처럼 인간도 그러할 수 있다고 믿었다.


물론 병든 아내를 모른 척하거나 인생 대부분 노예제를 옹호했다는 점에서는 역사적으로 완벽한 인물이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또한 큰아들과도 절연해서 가족적인 인물이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러나 작가인 에릭 와이너는 이런 점만 보고 벤자민 프랭클린을 판단하기보다는 그의 '길고 쓸모 있는 인생'에서 배워야 할 것은 배우자고 말한다.


나는 평생을 아빠에게 '판단'을 당하고 산 것의 영향으로 나 역시도 타인을 '판단'해버리는 성향이 있다. 아빠는 한 번 상대방을 나쁘다고 판단하면 그 판단을 밀고 나가고 슬프게도 나 역시 그렇다.


그런 점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교정될 수 있는 존재임을 믿었고, 자신 역시 말년에 가서는 노예제 폐지론자로 관점을 변화시킨 벤저민 프랭클린에 꽤나 마음이 와닿았다.


그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었고 이건 내가 정말 배워야 할 점이다.


그리고 벤저민 프랭클린이라는 사람의 일생만큼이나 그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짚어보는 작가 에릭 와이너에 공감했다.


말이 하도 많아서, 실제로 만난다면 1분 만에 기가 빨려버릴지도 모르겠지만 그가 대신 '무엇이 좋은 삶인가'에 대해 고민해 준 덕분에 나는 독서를 통해 편하게 그 고민의 과정을 건너뛰고 고민의 과실만을 받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작가가 떠먹여 준 벤저민 프랭클린의 철학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분노에 대한 대응'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일종의 '분노 분산 전략'을 사용했다고 한다. 화가 난 상태에서 쓴 편지는 24시간을 기다린 후 고쳐 쓰거나 절대로 상대에게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분노가 자신을 장악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분노를 장악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에게는 용서를 하는 것이 최고의 복수였다.


아직도 온갖 분노에 부들거리며, 분노 때문에 많은 일을 말아먹은 나는 가슴에 깊게 새겨야 할 문장이다.


내 인생에서 그 누구도 나에게 이런 가르침을 준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자기계발서가 필요하고 그런 점에서 이 [프랭클린 익스프레스]는 꽤나 훌륭한 자기계발서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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