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읽은것
백수로 지내는, 곧 만 나이 마흔이 되어가는 미혼 여성인 나. 직장, 부모님과의 관계에서의 힘듦으로 인해 불안장애로 병원도 다니고 심리상담도 받고 있다.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심리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모든 고통이 뾰로롱 하고 마법처럼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나를 도와주는 '보조'의 기능을 할 뿐 몸이 좋아지는 방법을 실천하고 고통을 이겨내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고통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주로 철학책을 찾아보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점점 불교철학에 마음이 많이 기우는 중이다. 한국에 처음 천주교가 학문으로 들어왔던 것처럼 나도 불교를 학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이해하는 불교철학은 '강요하는 것'이 없기에 불교철학에 대해 읽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불교에 대해 찾아봐야지 하고 마음먹게 만든 인물이 있는데 바로 법륜스님이다. 유튜브에서 '즉문즉답'이라는 컨텐츠를 진행하시는 내용으로 처음 봤다. 스님이라기 보다는 대단한 심리학자 같은 면모가 있으며 답변이 눈물나게도 내가 항상 듣고 싶었던 답변이라 한 번 스님의 영상을 찾아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게 된다.
그런 스님의 책이 나온다고 하여 예약까지 해서 받아본 책이 바로 '혁명가 붓다'다. (독후감인데 서론이 길었다...)
법륜스님이 이해하는 붓다라는 인물에 대한 책으로 법륜스님은 붓다를 당시 시대의 혁명가, 개혁가로 이해하셨다. 이에 대해 다양한 논리와 근거를 들고 계셔서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봤다. 이를테면 당시에는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 정도로 취급했는데 여성에게, 그것도 기녀에게도 수행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정말 파격 중에서도 이런 파격은 없었을 것이다. 수행은 최고위 계급인 '브라만'이나 하는 것인데 브라만과 기녀가 같은 수행을 하고 이들에게 어떤 차별도 없이 대하다니. 아파트의 자가 여부 만으로도 서로의 급을 나누려고 하는 현대 사람들의 눈으로 봐도 파격적이다.
책 자체는 불교 경전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많고 이런 내용이 '붓다께서 말씀하시니...붓다 킹왕짱' 같은 내용이 많아서 어색할 수도 있지만 이런 과한 내용을 어떻게 현대의 관점에서 이해하면 좋을지 설명하고 있어서 크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의 내용 중 가장 마음에 와닿은 내용은 불교의 핵심 가르침 중도, 연기법, 인연과보, 해탈, 열반 같은 내용들이었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한 번에 이해하기에는 불교 2600여년의 역사동안 계속 발전한 철학이기에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 내용을 내 상황에 대입해보았다. 이해를 하려고 필기도 하고 그림도 그려보며 공부했다.
내가 겪은 고통 중 가장 큰 고통은 가족과의 갈등이다. 폭력적인 아빠, 나에게 매달리는 엄마. 나는 이 두 분에게 그 어떤 공감도 하면서 자라지 못했다. 법륜 스님의 말에 따르면 이런 가정 환경속에서 자란 것은 나의 카르마다.
나는 이분들이 나에게 하는 말을 스폰지처럼 받아들였다. 내가 없었고 내가 곧 부모님이었다. 이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이들에게 혼나지 않는 것이 나의 욕망이였다.
책을 통해 내가 정리한, 내가 해야할 일종의 수행은 다음과 같았다.
1. 나의 욕망 알아차리고 나의 욕망 때문에 긴장하거나 욕망을 억제하거나 끌려가거나 저항하지 않기. (중도)
2. 지금 내가 겪는 고통(심리불안)은 평생 억압되어 오다가 해소할 때가 되어서, 일어날만 하니 일어난 것. 나의 유년시절이라는 원인이 있었고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는 것. 이것을 이해하고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이 고통을 줄여나갈 수 있을지 실천을 고민해보기. (인연과보)
3. 욕망=고통이며 욕망을 채우는 것은 불가능함. 욕망이 채워지면 더 큰 욕망이 나타남. 욕망에 집착하지 말 것.
4. 이런 내용을 일회성으로 생각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공부하고 나 자신에게 이해시켜 가면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
책에 대한 평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마음의 안정에 큰 도움이 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