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 환자의 창업시도 이야기
창업을 준비하려던 팀에서는 나가겠다는 말을 했다.
팀원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고 불만이 쌓여있던 게 한순간에 터졌다.
금요일 어느 날 밤, 팀원 한 명과 크게 부딪혔고 주말 내내 힘들어했다.
월요일이 되어 해당 팀원과 내리 두어 시간을 대화했지만 서로의 다름만 확인할 뿐이었다.
몇 년을, 혹은 그 이상이 되는 시간 동안 최측근으로 함께 하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을 굳혔다.
베타테스트까지 런칭하고 팀을 나오겠다는 내 결정 이후 그 팀원은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한다.
그 사이에 나는 친구들에게 하소연 비슷한 것을 했고 친구들은 내편을 들며 그 팀원을 욕해주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팀원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는 나 자신이 싫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어떤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다.
스타트업 치고는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 팀장님이 나를 맞아주셨다.
(실제로 나보다 스물다섯 살 즈음 많으셨다)
면접을 보기 전에 어떤 주제에 대해 에세이를 작성했는데 그는 나의 글을 두고 이런 말을 했다.
"무척 똑똑한 것은 알겠고 일을 잘할 것임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부정적인 면이 걱정스럽다."
글을 보고 그런 것을 알아내다니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어떤 일이 있을 때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본다고 조언을 건네주었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기에 나도 고치고 싶다고 적당히 둘러댔으나 한편으로는 불편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그도 나를 단편적인 모습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모두를 다 이해한다면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그 일을 개선하는 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면접을 끝마치고 집에 돌아와 불안한 마음을 폭발시켰다.
잔뜩 음식을 먹고 신경 안정제도 임의로 더 많이 복용했다.
내가 하는 행동이 그대로 아빠의 행동과 비슷하거나 같은데, 나는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아빠도 항상 남을 욕하면서 화를 냈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 누구도 품지 못한다.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누군가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것, 애정을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빠도 그랬던 걸까.
나는 또 한없이 작아져서 뭐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잃었다.
여기에 흔들리면 답도 없기에 오늘은 집안 대청소를 해보려 한다.
결국 나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역할은 타인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