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환자의창업
창업을 준비 중이다.
사실 잘 될지는 모르겠다.
프로젝트성으로 팀을 만들어서 앱을 만드는 중인데 팀원들과 그렇게까지 케미가 잘 맞는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그와 별개로 얼마 전에는 팀에서 사람을 내보내는 일이 있었다.
원래의 팀 멤버는 5명. 3명은 풀타임으로 참여 중이고 두 명은 각자 본업을 하면서 파트타임으로 참여 중이다. 파트타임으로 참여 중인 멤버 중 한 명이 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특정 기술의 개발 관련 파트인데 받는 돈이 없으니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않을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도 해도 해도 너무했다.
결국은 내보내기로 하고 그 내보내는 일을 내가 맡게 되었다.
전화 통화를 하는데 그는 본인에게 무례하다는 말을 하면서 왜 자신이 일을 하지 않았는지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웃으며 다음에 다시 보자고 하고 통화를 끝마쳤다.
악역을 맡는 것은 썩 좋은 기분은 아니다.
이런 일을 맡는다고 팀원들이 내 노고를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알아주길 바란 건가 싶긴 하다)
창업이라고 하면 흔히 사람들을 잔뜩 고용하고 멋지게 의사결정을 하고 지시를 하는 모습을 떠올리는데 실상은 이렇게 불편한 상황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나중에 해야 할 일을 미리 경험해 봤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합류를 시킬 때부터 매우 신중했어야 했다.
그가 갖고 있는 특정한 기술 분야의 지식에 현혹되어서 무턱대고 그를 팀에 받아들인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좋은 경험이었지만 그를 대하면서 겪은 스트레스의 양도 상당했기 때문에 모든 일이 마무리되었을 때 꽤나 지친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도 한 사람의 개인으로 보면 훌륭한 사람이겠지만 나와, 이 팀과 잘 맞지 않았다.
일을 되게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똘똘 뭉쳐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서로가 잘 맞는지가 너무도 중요하다.
불안장애로 약을 먹으며 하루하루 버티는 내가 사람들을 조율하는 일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허나 그렇지 않다면, 내가 불편한 이 상황을 마주하지 않는다면, 나에게 남은 인생은 늘 남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것뿐일 테니 그건 또 싫다.
결론은 힘들지만 헤쳐나가 보자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