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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많은김자까 Oct 13. 2022

나의 쫄깃한 '펑크'에 관하여...

지겨울리가요

친한 연사(방송패널)들과 모인 자리였다.

음식이 나오기 전,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다른 방송 연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잠깐 통화를 하고 나서 보니,

좀 전까지 옆에 있던 그들은 내 옆으로 하얀장막을 쳐놓고 사라졌다.

'무슨 일이지..........' 고민하는 사이, 잠에서 깼다.

휴우~~꿈이었구나.


휴일이지만 생방이었고,

담당피디는 하루 휴가라, 다른 팀 정피디가 대타 진행을 했다.

우린 20년전에도 함께 일했던 서로 잘 아는 사이다. 그때도 같은 채널에서 일했다.


생방송을 하러 스튜디오로 내려가던 정PD가 물었다.

“시사라디오 지겹지 않아요?”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딱히 생각이 정리되지는 않았다.

27년 방송작가 경력 중, 9할이 시사교양 라디오인데...

'글쎄..........지겨웠나? 지겹나?'

이런 생각만 머리속에서 맴돌았다.


그렇게 스튜디오에 내려가서,

생방송 준비를 했다. 가장 먼저 한일은

3시10분으로  예정돼 있는 '생방송전화인터뷰이'에게 전화를 거는 일. 확인전화다.

이미 그제 질의서를 보내고,

"질의서 보냈다. 확인하셔라. 확인하셨냐? 인터뷰 일정은 이미 말씀드린대로 몇일 몇시이며,

생방송전화인터뷰 당일 유선전화 몇번으로 확인 전화를 할테니, 꼭 받아주시며...(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


하지만, 이 연사.......전화를 받지 않는다.  

유선전화에도 휴대전화에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톡에도, 문자에도 답이 없다.


순간 많은 생각들이 치밀어 올라왔다.

12분짜리 마지막 코너 없이. 생방송은 무사히 끝날리 없다.

오늘은 휴일이라, 전화를 대신 받아주거나

청취자 문자메시지를 챙겨줄 자료조사친구도 없다. 오로지 나혼자.

하필, 오늘은 1시간 10분 생방 중 전화연결만 4개.

전화인터뷰 내용을 잘 듣고 있다가, 다음 전화를 미리 실수없이 연결해야 하고,

중간중간

진행자가 보고 읽어야할 문자메시지도 정리해서 PC창에 띄워줘야 한다.


하아...........

1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어떤 아이템을 누구에게? 그것도 휴일에? 다짜고짜 부탁을 한담?

섭외가 돼도 10분안에 질의서도 써보내야 하는데????


하지만, 이런 모든 물음표는 이순간 속절없는 사치일 뿐이다. 생방송 '펑크'라는 현실에 맞닦뜨린 방송작가에겐.


무조건 12분을 해결해야 했다. 해결해야지....그래야지....그래야만 한다.....

그리고 해결했다. 생방송은 무사히 끝났다.


방송을 마치고 사무실로 올라가는데,

질문이 다시 생각났다. '시사라디오 지겹지 않아요?'  


“피디님. 아까 질문이요...지겹지 않냐는....

지겨울리가요. 지겨울새가 있어야 말이죠


이런 일로 호들갑 떨 짬밥은 지났다.

그럴 시간에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장에서 영원히 퇴장하는 얼마남지 않았을 시간까지

나에겐 쫄깃한 이런 일은 또 몇번이나 남았을까?


그나저나

어젯밤 꿈 속에서 나만 두고 사라진 연사들...미워....ㅎㅎ

무엇보다, 휴일에 갑작스런 전화받고도

30분 만에 준비해서, 생방송 인터뷰 응해주신 그분께 감사~~ 


(사족. 애초 인터뷰를 약속했던 연사에게 전화가 온 건 3시 18분이었다.

생방송인터뷰 약속시간은 3시 1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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