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미진 Jan 27. 2019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_8

잘못된 트랙 위에 서서 경기를 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13년부터 햇수로 5년 9개월 째 애 엄마로 살고 있고 몇 안되는 친구들도 거의 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가진 엄마가 되었지만 오히려 자주 만나게 되는 친구들, 자주 연락하게 되는 것은 모두 미혼인 친구들이다. 아마도 둘 다 아이가 있는 경우는 서로들 애 뒷바라지에 살림에 업무에 바빠 도저히 만날 짬이 안 나기 때문일거다.


 문제는 그렇게 자유로운 미혼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자꾸 내 인생이 더디고, 미래가 없는 것 같고, 구속과 속박으로 발목이 꽉 잡혀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운동 한 번 가려고 해도 며칠 전부터 돌봄 선생님을 신청하고 일 마치고 대치동까지 가서 애를 픽업을 해서 잠실 집까지 돌아와 애 저녁을 먹이고 선생님께 인계를 하고 나서야 겨우 집을 나설 수 있으니 운동 가기도 전에 이미 운동 3타임은 한 것 같은 기력과 체력 소모로 방전된 나와는 달리 회사 일로 피로했을지언정 제 한몸 챙겨 가면 되는, 운동하고 집에 가서는 맥주 한 잔 하며 TV보다가 편안히 잠들면 되는 그녀들을 보니 내 삶이 너무나 비극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미혼이거나, 혹은 기혼이지만 아이가 없는 동생들과 만나서 노는 데에도 나는 위의 하원-돌봄선생님 인계까지의 기력 털리는 과정에, 자기랑 애만 놓고 놀러나간다고 입이 댓발은 나와서 일주일동안 신경질을 바락바락 내는 남편, 돌아가서는 또 뼈가 빠지게 육아에 살림에 삐진 남편 비위맞춰줘야 하는 후처리까지 어쩌다 한번 놀러나가서 신나게 수다 떨고 웃고 술마시는데에도 딸려오는 피로감이 어마어마한데 그것은 그냥 오롯이 나만의 고통일 뿐 그런 내 상황을 배려해주거나 공감해주기를 바랄 수는 없었다. "난 언니처럼 못살것같아. 나같으면 이혼했어"라는 말을 들으며 이따위 남자를 남편으로 선택한 나 자신을 원망하는 것도 한계였다. 더이상은 내 자신이 혐오스러워서 죽고싶을 것 같았으니까. 그냥 천천히 그들의 삶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 외에는 내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우사인 볼트가 마라톤에 나가지 않는 것처럼
이봉주도 100M레이스에 나가지 않는다

  

요즘은 일 때문에 초조해질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는 나만의 속도가 있다고, 조금 느리더라도 엄마의 속도로 가고 있다고 되뇌인다. 하지만 스스로 되뇌이며 다독이다가도 문득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해질 때가 있다. 우사인 볼트가 마라톤에 나가지는 않는것처럼 이봉주도 100m레이스에 나가지 않는다. 단거리에 강한 선수가 있고 장거리가 맞는 선수가 있듯, 나는 짧은 시간에 모든것을 강렬하게 쏟아붓는 스타일이지 꺼질듯 꺼질듯 꺼지지 않게 오랜 시간을 천천히 타오르다가 마지막에 스피치를 올리는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엄마의 속도로 일할 수 없는 사람인데 그렇다고 엄마가 아닐 수도 없는, 엄마이기를 포기할 수도 없는,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처지에 처해 있는 것만 같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_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