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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진 Aug 31. 2022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퇴사천재방아깨비(1)

홈쇼핑 안 보는 쇼호스트라도 되어야만 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시리즈는 그전까지는 육아와 일 사이에서 고뇌하는 워킹맘으로서의 힘듦과 사회의 불평등을 주로 토로했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 10살이 되니, 이제는 자신을 좀 더 탐구할 여유가 생겨나는 것 같다. 앞으로 쓸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줄여서 내원무...?)는 [퇴사천재방아깨비]라는 소제목을 달고 좀더 커리어와 나의 내면에 포커스를 맞추어 보려 한다.

 [퇴사천재방아깨비]에서는 어떤 일이 나에게 장기적인 보람을 줄 것인지, 마흔을 지나 쉰이 되고 예순이 될 때까지 내가 꾸준하게 해 나갈 수 있는 일인지, 그리고 내가 그동안 숱한 입.퇴사와 이직/전직을 해 오며 왜 계속 이런 선택을 하는지 나 자신을 탐구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쓰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인스타툰과 유튜브도 만들려고 생각중인데, 잘 되는건 둘째치고 그냥 꾸준히라도 할 수 있다면 스스로가 참으로 기특할 것 같다(뭐 하나를 진득하게 오래 못 하는 스타일)




 작년-그러니까 2021년 12월, 나는 마지막 직장(이라고 제발 믿고 싶었던)구청 시설직 공무원을 때려쳤다. 무려 3개월만에.

 7급에 임기제여서 월급도 나쁘지 않았고, 십여년 이상을 이어 온 건축 커리어에도(매우 싫어하긴 하지만) 도움되는, 무엇보다 마흔을 앞둔 39세의 애엄마가 재취업 하는 일자리로는 이보다 좋은 자리가 없었는데 말이다.

 표면적으로는 코로나로 인한 자녀돌봄이 문제라고 했고 그 또한 사실이었지만, 더 크게 나를 괴롭혔던 것은 상사의 히스테리였다. 그렇게 구청을 떠난 후 나는 2022년 상반기 내내 심각한 번아웃과 인간혐오에 시달렸다. 그 전 직장에서도 특정동료 몇몇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터라 심리상담을 계속 받아오고 있었는데, 이 문제를 채 해소하지 못하고 입사한 곳에서 또다시 사람으로 인한(물론 업무도 거지같았다)스트레스를 받으니 정신력이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극도로 예민해진 나는 아주 소수의 한두사람 외에는 모든 인간관계를 끊었고 그 어떤 모임에도 나가지 않았다. 전에 겪은 적 없는 강도의 우울감과 무기력함을 극복하기 위해 명상과 독서, 운동, 정신과와 심리상담만을 받는 일상을 보냈다.

 그럼에도 나는 근본적으로 [사회경제인구로서의 능력]에 대한 불안감이 큰 사람이라 무작정 쉬는 시간을 오래 갖지는 못했다. 의사선생님께서 가능하면 매일 아침 일어나서 일단 밖으로 나가 햇빛을 쬐라고 하셨기에 세수도 하지 않은 채 아파트 공원 벤치에 앉아 몇분이고 가만히 있곤 했는데, 그렇게 멍하니 앉아있다가도 이내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이렇게 있다가 나중에 마트 캐셔 알바자리도 못 구하는 처지가 되면 어떻게 하지',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지금껏 이렇게 커리어 만들겠다고 아등바등 살았는데 급식조리원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싶진 않아...그런데 어느곳에도 내 자리가 없으면 어쩌지' 등등의 걱정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직]에는 다시 속하고 싶지가 않았다. 면접제안이 온 회사 두어 군데와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불쾌한 경험을 하면서 이 생각은 더 굳어졌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건 다시 프리랜서 방송인 일을 하는 것이었다. 2019년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부터 행사는 급격하게 줄어들었지만, 대신 라이브커머스 라는 전에없던 새로운 분야가 부상하면서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났다. 홈쇼핑 쇼호스트보다는 진입장벽도 낮은 편이고, 계약조건에 따라 혼자 집에서 재택방송을 진행할 수도 있었기에 이 시점의 나에게는 이보다 좋은 선택이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내가 홈쇼핑도 라이브커머스도 단 한번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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