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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한의사 Aug 01. 2018

비행기

제주여행 2018년 6월 5일 - 6월 7일

비행기

휴대용 유모차를 검색대에 올리고 너를 앞으로 안았다. 근데 검색대 통과는 한 명씩만 된단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어정쩡하게 있으니 검색요원 누나가 잠깐 널 안고 있겠다고 한다. 너는 낯을 가리기는커녕 마냥 좋다고 덜렁 안긴다. 오히려 좋아하는 눈치다. 그렇게 검색대도 무사히 통과하고 비행기를 기다리며 햄버거를 먹었다.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다. 밥 달라고, 잠 온다고, 똥 쌌다고 울지 말고 제발 무사히 잘 도착하자. 부탁한다. 부우우웅-. 비행기가 이륙했다. 놀래서 울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나 보다. 혹시나 난리를 치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복도 쪽에 자리를 잡았는데 앞으로는 그럴 필요 없겠다. 돌아올 때는 창가 쪽에 앉아서 밖을 보여줘야지.


한참을 별일 없이 잘 가나 싶었는데, 옆에 앉은 승객에게 자꾸 치근덕거리면서 귀찮게 군다. 혼자 여행하시는 여자분이었는데, 좌석 사이에 있는 팔걸이를 자꾸만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괴롭혀서 엄마 아빠가 안절부절못하겠다. 편하게 가야 하는데 아이가 귀찮게 해서 죄송하다 말씀을 드렸다. 다행히 괜찮다며 이해를 해주셨다. 그런데도 너는 사리분별 못하고 급기야 안기려고 한다. 승객분이 다행히 괜찮다며 한번 안아보겠다고 한다. 안겨서 머리카락을 만지고 쥐어뜯고. 경황이 없어서 기억은 안 나지만 침도 줄줄 흘렸던 것 같다.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아서 아빠가 받아 안았더니 막 짜증을 내고 성질을 부린다. 어이가 없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비행기 꼬리까지 달래면서 걸었다. 맨 뒤편에는 승무원 휴게실이 었는데 승무원 분들도 함께 달래 주시고 많이 배려를 해주셨다.


너만 한 애기를 데리고 비행기를 타는 일은 참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비행기뿐만 아니라 공공장소에 가는 모든 상황이 그렇다. 당장에 부모가 힘든 것도 있지만, 공공장소에 가게 되면 본의 아니게 주변에 폐를 끼치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라 참 복잡한 심정이 든다. 그렇게 힘들면 왜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오느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빠도 네가 태어나고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부모의 입장과 심정이 이해가 된다. 혹시 주변에 피해가 가는 일이 생길까 봐 항상 조마조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고, 그 와중에 누군가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분들이 있으면 정말 정말 감사하게 되는 그런 감정들 말이다. 너는 네가 자라는 과정에서 이런 주변의 배려가 있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결국 제주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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