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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한의사 Sep 02. 2019

천지연폭포

2018년 6월 5일 - 6월 7일

천지연폭포

 다시 방으로 들어와서 나갈 채비를 했다. 엄마가 몇 군데 갈 곳을 알아놓긴 했는데 어디를 갈지는 모르겠다. 그냥 편하게 쉬고 오자고 했던 엄마였다. 그런데 손에 들고 있는 메모지에는 천지연폭포, 주상절리, 퍼시픽(돌고래), 자동차박물관, 반딧불, 비자림, 섭지코지, 아쿠아리움, 보롬왓, 만장굴, 돌하르방 공원, 성산일출봉 총 12곳이 적혀있다. 모조리 다 가자는 건 아니겠지. 제주에서의 시간이 오늘 하루, 그리고 내일 반나절밖에 없다. 우선 차를 탔다. 호텔이 있는 표선리에서 공항까지 가는 반시계 방향은 내일 돌기로 하고 오늘은 시계방향, 천지연 폭포로 목적지를 정했다.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것처럼(아빠=길치) 호텔 주변 도로를 몇 바퀴 도는데 20분을 쓰고 출발했다.


 40분을 달려서 천지연폭포 주차장에 도착했다. 도착할 때쯤 분유 한 통을 비웠다. 주차장이 마치 국도에 있는 휴게소 같다. 이런 곳도 특색 있게 꾸며 놓으면 참 좋을 텐데. 우리나라 자연 풍경은 제각기 아름답고 볼거리가 있지만, 사람이 만들고 꾸며 놓은 주변 시설은 어딜 가나 비슷해서 아쉬운 점이 많다. 기념품을 파는 곳에서도 어딜 가나 염주라던가 나무주걱, 안마기 같은 것들이 항상 있다. 여기도 잘 찾아보면 에펠탑 열쇠고리도 나올 것 같다. 예전에 아빠가 부여 낙화암에서 본 나무로 만든 큰 칼이 여기에도 있는데, 이런 칼이 전국 관광지에 500개가 숨겨져 있어서 그걸 다 찾아서 모으면 집에 보관할 공간이 없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여기서 폭포까지 1km 정도를 걸어가야 한다. 매표소에서 티켓을 구입하고 입장. 일렬로 주르륵 앉아있는 돌하르방 옆에서 같은 포즈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다들 모양이 비슷하게 생겼는데 그중에 두 놈이 다른 녀석들이랑 달리 개성 있게 생겼다. 얼굴이 넙데데한 것이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다. 마포을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낸 정청래를 닮았다. 이건 엄마도 인정을 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들이 즐비한 난대림지대가 폭포까지 이어져 있다. 숲으로 된 터널을 따라 거슬러 올라갔다. 날씨가 제법 더웠지만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줘서 걷기에 좋았다. 멀리 폭포가 보인다. 크기는 작지만 소리는 우렁차다. 너처럼. 폭포에 다다르니 사람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이런 곳에는 대부분 명당자리가 있어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엄마랑 아빠도 한참을 기다려서 사진을 찍었다. 가까이서 봐도 폭포는 생각보다 작아서 네가 놀래 자빠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오는 내내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았는데 폭포를 보고는 기분이 좀 나아진 듯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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