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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 Jul 26. 2019

디멘터가 올 것 같은 날엔 해리포터를

그럴싸하게 런던 즐기기 3

유람 핵심어: 해리포터 마니아, 흐린 날에 디멘터가 생각난다면, 시원한 버터 맥주, 그 시간 해리포터와 함께 했던 사람



날이 조금 흐렸다. 구름이 많이 끼고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은 날이었다. 사람들의 행복한 감정을 빨아들이고 절망을 안겨준다는 디멘터가 생각나는 날이었다. 어렸을 적 해리포터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가고 싶은 장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요 다른 하나가 바로 해리포터 스튜디오이다.


영국 런던에 여행을 가기로 맘먹었을 때 주저하지 않고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표를 구입하기 위해서 방문 시간을 정해서 예약 및 구매를 해야 한다. 이 말은 즉슨 하루에 정해져 있는 입장 인원이 있으므로 미리미리 예약을 해두어야 한다. 다행히 성수기 시즌이 아니어서 1주일 전에도 무사히 표를 구할 수가 있었다. 가격은 성인 기준 45파운드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완료하면 이메일로 바우처를 보내준다.


알아두면 좋을 사항은 굳이 예약된 시간에 맞춰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예약 시간에서 3시간 전후까진 자유롭게 입장이 가능한 듯했다. 동행 한 분과 함께 가기로 해서 내 예약 시간보다 2시간 더 일찍 방문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해머스미스 역에 숙소가 있었고 동행과 만나기로 한 역은 세인트 판크라스(St Pancras) 역이었어서 일찍 출발을 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아이스 라떼를 주문하고 기차에 올라탔다. 해리포터 스튜디오에 가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 오로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방문하는 것을 선택했다. (기차요금: 왕복 5파운드)


런던 시내에서 세인트 판 크로스 역까지 이동 -> 왓포드 정션(Watford Junction) 역에 멈추는 급행열차 이용(※주의: 왓포드 정션 역이 종착역인 기차는 완행 기차이다. 반드시 왓포드 정션 역에 멈추고 종착역은 더 멀리 있는 기차를 탈 것) -> 역에서 나와 해리포터 스튜디오 셔틀버스 이용 -> 해리포터 스튜디오 도착
왓포드 정션역에 내리면 보이는 이정표와 셔틀버스


인상적인 입구 벽면을 지나 해리포터 스튜디오의 전경을 보니 드디어 런던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앞에 매표소에서 간단하게 여권과 입장권을 교환받고 들어가면 로비에 커다란 드래곤이 보인다. 표를 보여주고 안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스튜디오를 관람하기 전에 간단하게 해리포터 영화 포스터들이 쭉 진열해 놓고 있다. 한국에서 보던 포스터 말고 다른 나라에서 만든 포스터들도 볼 수 있는 것이 관람 요소이다.


해리포터 스튜디오에서는 방문객들의 몰입도를 더욱 극대화시키기 위한 경험과 함께 관람을 시작할 수 있다. 스튜디오의 직원이 사각형 공간에서 관람객들을 환영해준다. 설명하는 내내 공간 윗부분에는 움직이는 초상화들이 걸려있다. 마치 영화관에서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주의해야 할 사항을 알려주는 영상과 비슷하다. 이 스튜디오에서 가져갈 수 있는 경험을 자랑스럽게 그리고 흥미롭게 설명해주는 직원은 당장 빨리 들어가서 보고 싶게 만들어준다. 기숙사 교복을 입고 있거나 마법 지팡이를 들고 있는 초상화 속 사람들은 관람객과 계속해서 소통하려 하는 모습이다. 중간중간 나오는 위즐리 쌍둥이 형제들도 참 반가웠다.

관람 시작시 몰입도를 극대화해주는 직원분의 멘트와 움직이는 초상화들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정말 디테일하다.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컨텐츠만 있지는 않다. 영화 촬영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 배경, 소품 제작 과정 등 영화를 만들기까지의 자세한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책에 나와있는 설정들을 어떻게 잘 구현했는지,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꽤 재밌었다. 그린핀도르 기숙사에 작은 소품들을 찾아보고,  소망 거울 앞에 괜히 서보기도 하고 벅빅과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해리포터 세계관에 대한 사소한 것들을 정말 행복하게 만끽했던 시간이었다.



한참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다 보니 영국의 유치원생들이 견학 온 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즐겼던 컨텐츠인데 유치원생도 즐기고 있는 것을 보면서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만감과 함께 이제는 모든 연령대를 넘나드는 대중 컨텐츠가 된 것을 실감했던 순간이었다.


가장 좋아했던 장소는 해리포터가 호그와트에 입학하기 전에 해그리드와 방문했던 다이애건 앨리를 재현해놓은 곳이었다. 가게 내부를 들어가 볼 순 없지만 밖에서 보아도 꽤 자세히 내부를 볼 수 있었으며 정말 다이애건 앨리에 있는 것 같은 착각과 즐거움을 주었다. 해리포터가 처음 이 거리를 보았을 때 얼마나 눈이 휘둥그레 해졌을지.


기념품샵은 전시 관람 중간에 1번, 전시 마지막에 1번 방문할 수 있다. 중간 기념품샵에서 어떤 것들이 있는지 둘러보고 마지막 나가기 전에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어느 기념품샵들이 다 그렇듯이 가격이 꽤 비쌌기에 신중히 선택해야 했다. 몇 가지 이유로 아쉽게 구입을 고사했던 건 도비와 헤드위그 인형이었다. 최종적으로 구매한 건 헤르미온느의 시계 '타임 터너' 열쇠고리와 랜덤 레고 피규어를 구입했다. (총 23파운드) 디즈니 랜드에 갔을 때, 디즈니 캐릭터들이 달걀 모양 초콜릿 안에 랜덤으로 들어가 있는 것을 산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집에 와서 뜯어보니 결과는 나름 성공이었다. 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왔다. 나중에 런던에 가는 친구가 있다면 몇 개 더 요청하고 싶은 마음이다. 


해리포터 스튜디오에 온 기분에 흠뻑 취하기 위해 버터 맥주도 먹어보았다. 매우 달달한 보리 음료라는 설명이 딱 맞았다. 총 2시간 넘게 관람했기 때문에 목 축이기에 좋았다. 먹음직스러운 거품이 꽤 그럴듯하다.


버터 맥주와 기타 먹거리를 파는 곳 또한 관람 공간 중간에 위치해 있어 우리와 같이 잠시 쉬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버터 맥주를 시키면 컵까지 함께 구입할지 아니면 그냥 일회용 잔으로 시킬지 선택할 수 있고 컵은 두 가지가 있으니 취향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컵은 집으로 그대로 가져와 책꽂이 한 켠에 전시해 두었다. 


쉬는 공간을 벗어나면 야외가 나온다. 야외에는 버로우가에 있는 두들리네 집, 어느 곳이든지 가는 나이트 3층 구조버스, 위즐리네 아빠가 머글 차를 훔쳐 개조한 하늘색 포드 앵글리아 차량을 볼 수 있다. 두들리네 집 1층에 호그와트 입학 통지서가 휘날리는 장면을 극적으로 표현해 놓았다. 머릿속에서는 책에서 나온 묘사와 영화 속 장면이 보이는 듯했다.


해리포터를 책까지 꼼꼼하게 챙겨봤던 사람이라면 영화에 사용했던 소품 전시가 꽤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입학 통지서가 들은 봉투들, 헤르미온느가 수업 시간 때 사용했던 공책, 사고 친 론 위즐리에게 몰리 위즐리가 보낸 호울러까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건 말도 안 되지만 아쉬웠다.) 해리포터와 함께 한 시간들을 돌아볼 수 있는 경험을 주었다.


또한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컨텐츠 힘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이었다. 남녀노소 국적 불문한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방문하며 컨텐츠를 즐기고 점차 확장시켜가고 있다. 나중에 또 오게 된다면 어떤 컨텐츠들이 생겨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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