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테슬라에서는 미래형 전기 트럭인 '사이버트럭(Cybertruck)'을 공개했다. 공상 영화에 나올 것 만 같은 직선형 디자인과 획기적인 소재로 폭풍적인 관심이 쏟아졌다. 그러나 시연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혁신적인 자동차가 아닌 방탄유리창의 와장창이었다.
사이버트럭에 장착된 방탄유리의 강도를 보여주기 위해 테슬라 수석 디자이너, 프란츠 홀츠하우젠은 주먹만 한 금속공을 차 앞문 유리창을 향해 던졌다. 의도대로라면 공은 그대로 튀어나와야 했다. 그러나 창문에 처절한 금이 간 채로 떨어져 버렸다. 물체를 통과시키지 않아 방탄유리다운 기능은 보여줬다고는 하지만 사전 테스트에선 멀쩡했던 유리가 깨지면서 그 현장을 지켜보고 있던 모두가 당황했다.
바로 내뱉은 앨런 머스크의 "Oh my fxxxxxx god"이라는 한 마디는 그 상황을 설명하기 충분했다. 해외에서 많은 밈들이 생성되었고 한국에서도 혹평이 가득했다. 본 트럭 공개 직후 테슬라 주가는 6.14% 급락한 채 마감했다.
이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사건이 테슬라에게 과연 실패로만 남았을까?
해당 비디오는 바이러스처럼 퍼져서 사이버트럭에 대해 많은 관심을 불러들여왔다. 사전 예약 판매도 20만 대를 돌파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리고 테슬라는 갑자기 티셔츠를 판매했다. 그것도 바로 깨진 유리 이미지가 들어간 검은 티셔츠를. 앨런 머스크는 트위터 3천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지고 있으며 팬층도 두텁다. 앨런 머스크는 1월 15일에 "이 티셔츠는 방탄이에요!" 하고 구매 링크와 함께 트윗을 올렸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약 45$에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제품 설명에는 지난 사이버트럭 시연 이벤트에 영감을 받았으며 100% 면으로 제작된 티셔츠라고 소개되었다.
해외에서는 앨런 머스크 특유의 솔직함과 비정형적인 유머에 어울리는 행보였다고 말한다. 사실 많은 사람을 책임져야 하는 대기업에서 이렇게 반응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기업의 중요한 이벤트에서 사고가 발생한 순간 한국에서는 시말서각이란 소리가 자동으로 나올 테니 말이다. 와장창 깨진 이미지가 돋보이는 티셔츠는 지난날의 사고를 상기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출시하기 전 회사 안에서 맘 졸이는 직원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회사원 입장에서 상상이 갔다. 테슬라의 브랜드 파워와 CEO의 클래식한 독특함이 어우러져 티셔츠는 출시되었고 재밌어하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나도 처음엔 비웃었지만 참신하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최근 무언가를 이뤄내야만 한다는 조급한 내 마음에 가볍게 환기를 시켜준 뉴스였다. 시간이 많았던 과거와 비교하며 왜 아직도 이것밖에 못했지 하는 반성하는 날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모든 실패에 대해 테슬라와 같이 반응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허나 실패를 부끄러워하며 숨기기 급급해하는 것도 또 아니다. 실패도 실패 나름의 스토리가 있고 인과관계가 있다. 이들을 적절히 활용하고 다음의 것으로 나아가 또 다른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나의 와장창들이 나중엔 어떻게 남아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