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침에 대한 피로감
회사 이메일은 물론이요 개인 이메일도 매일 확인하는 편이다. 그래서 인터넷 브라우저로 검색 포털 사이트에 들어간다. 예전에는 메인 페이지에서 나를 붙잡는 것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요즈음에는 바로 로그인을 하고 메일함을 연다. 메일함에 있는 것들은 광고 메일, 스팸 메일 그리고 약간의 뉴스레터이다. 눈으로 대충 훑어보고 브라우저를 종료한다. 내가 포털 사이트에서 확인하는 것은 그게 다이다.
예전에는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화제를 주변인들과 얘기하는 것이 그 날의 주요 주제였다. 하루살이가 바빠 세상 돌아가는 것에 둔감해지려는 것에 도움을 주는 유익한 시스템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친구들하고 이야기하다가 한 번, 혼밥 하면서 한 번 들여다보는 식이었다. 어떤 연예인이 드라마에 출연을 했다던지, 한번 웃고 넘어갈만한 방송사고가 생겼다던지 그런 소식들이었다.
근데 언젠가부터 변했다. 똑똑한 마케터들이 해당 시스템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검색어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른다면 반대로 내가 원하는 검색어를 실시간 검색어를 올리게 하는 방안을 여러모로 고심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름 성공했다.
사람들이 많이 접속하는 시간대를 고려하여 실시간 검색어에는 다양한 마케팅 홍보 문구들이 등장한다. 그것은 때로 제품이기도 하고 이벤트 이름이기도 하다. 기획자들이 고안한 조금은 작위적인 완벽한 문구들이 보인다. 그들이 만들어낸 제품이나 이벤트 이름이 정확하게 검색어 순위에 오른다. 보통 우리가 검색할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단어를 검색하지 않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게 광고라는 것은 꽤 쉽게 알 수가 있다.
광고를 진행하는 방식은 업체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비슷하다. 프로모션 하는 시간대를 협의하고 기업이 원하는 키워드를 선정하면 그것이 바로 퀴즈 정답이 된다. 고객들이 정답을 맞히면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요즘 상테크나 앱테크로 작은 돈을 굴리는 사람들의 또 다른 재테크 수단이 되기도 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건 포인트는 다 주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선착순으로 제공하고 있고 이런 방식을 통해 검색어 순위에 노출되게 된다. 이러한 프로세스에서 이득을 취하는 자들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기업,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업체, 위에 말한 소소한 재테크를 전문으로 하는 자, 마침 딱 내가 원하는 제품을 광고하고 있어 수요가 있는 고객들. 나머지 일반 사람들은 광고라는 것을 아는 순간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나도 그랬다.
처음에는 효과가 꽤 있었다. 호기심에 클릭한 것들이 광고인 것을 알기 전까지는. 그러나 한 번 두 번, 클릭한 검색어들이 광고인 것을 깨닫고 나니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보는 것에 대해 필요성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우리는 광고의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그것이 노골적인 광고이든 간접적인 광고이든 모든 시간 속에서 광고는 계속 노출되고 있다. 광고 채널이 TV나 잡지 같은 한정 되어 존재했던 시기에는 내가 관심 없는 채널은 피하면 그만이었다.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비교적 광고 없이 쉽게 접근이 가능했다.
많고 적음의 아이러니는 이런 흐름에서 나온다. 과거에는 정보를 찾아낼 곳이 적어서 한계가 있었다면, 지금은 너무 많고 넘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광고를 골라내는 판별력이 너무 어려워졌다. 광고가 아닌 척하는 광고가 너무나 많아진 것이다.
물론 이렇게 다각화되고 진화하는 광고의 방법을 지켜보는 것은 꽤 흥미롭다. 광고는 어디서든지 새로운 방법으로 계속 등장할 것이다. 거기서 변별력을 가지고 선택하는 것은 고객의 몫이다.
부족했던 시대에서 넘치는 시대가 되었다. 넘치는 것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불만이 늘어나면 해결책이 생기게 마련이다. 미니멀리즘에 부합하여 플랫폼들도 점차적으로 최소한의 기능을 강조하는 곳들이 늘어날 것이다. 검색 플랫폼 중 구글 점유율이 늘어난 것이나 모바일 메신저들의 라이트 버전들이 그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런 피로감을 줄여주면서 자신의 목적을 다하려는 마케터들은 또 열심히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공부를 하고 사람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