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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롬 Sep 14. 2021

빅뱅이론

시트콤. Netflix. 시즌4 보는 中


나는 킬링타임에 진심인 편이라 시트콤을 무지 좋아한다. 한번 맥락을 놓치면 쫓아가기 힘든 일반 드라마나 영화보다 훨씬 호흡이 짧고, 일단 주요 캐릭터에 대해 어느정도 정을 붙이고 나면 대충 다른 일 하면서 집중하지 않고 슬쩍슬쩍 보아도 소소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킬링타임에 적격인 셈.


대신 시트콤에 재미를 붙이려면 초반에 캐릭터에 정을 붙일 시간이 좀 필요하다. 대부분 시트콤은 특정한 캐릭터를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 활용하면서 유머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애초에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선 웃음이 박해질 수 밖에 없다.


현재는 감히 나의 최애라 할 수 있는 '브루클린나인나인'도 시즌1은 대체 뭐가 재밌는건지 하나도 이해를 못하며 무표정으로 봤었고, '모던패밀리'는 두어 번 시도와 포기를 반복한 후에야 뒤늦게 재미를 알게됐다.


그런 면에서 빅뱅이론은 상대적으로 초반부터 무척 쉽게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는 시트콤이다. 이 장점은 물론 쉘던이라는 독보적인 캐릭터에서 기인하고.


'쉘던 쿠퍼'라는 인물은 초반부터 '천재 + 괴짜너드 + 사회성 제로'라는 명확한 캐릭터로 빅뱅이론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사건사고에서 중심축이 된다. 한번만 봐도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는 강력한 캐릭터로 인해 다른 캐릭터들에 대한 정보가 아직 충분하지 않는 시점일지라도 웃음 장벽이 쉽게 허물어진다. 빅뱅이론은 그래서 시즌1 초반부터 꽤나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시트콤이다.


그러나 그러한 강력한 장점에도 불구, 내가 쉽사리 빅뱅이론을 좋아한다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아무래도 여성캐릭터 이슈다. 나는 사실 시기상 예전에 만들어진 작품들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어느정도 납득하고 넘어가는 편인데, 빅뱅이론에서 페기를 비롯한 여성캐릭터 취급은 좀 너무한 수준. 주인공 크루가 하나같이 '여자=성적대상'으로 대하는걸 너무 당연시한다. 외려 가장 비사회적인 캐릭터인 쉘던이 페기를 가장 인간적으로 대우하는 게 아닐까 싶기까지 하다.


특히 하워드가 잔뜩 페기를 희롱하며 낄낄대놓고, 페기가 반격하자 상처입은 아이마냥 굴다 결국 위로와 사과까지 받아내는 에피소드는... 어차피 킬링타임이니 그냥 좋게좋게 머리 비우고 봐주려 해도 이 부분만큼은 도무지 납득해 줄 수 없는 수준이더라. 이러니 쉘던이 젤 낫다는 소리가 안나올 수 없다.


아무튼 이러니저러니해도 밥먹을 때, 설거지할 때, 소소한 집안일 할 때 등등 최근 나의 백색소음이 되어주고 있는 중. 지금은 시즌4 보는 중인데, 후반으로 갈수록 좀 나아지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있다. 물론 그 전에 다른 시트콤으로 갈아탈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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