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10년 다녀보니
지금 다니는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놀란 점이 하나 있다.
다른 사람들은 너무 높거나 낮은 연봉, 대단한 복지, 까탈스러운 상사 때문에 놀라지만 나는 우리 팀의 평균 신장에 놀랐다.
내 양 옆에 앉은 동료의 키가 왼쪽은 190cm(이하 왼쪽 동료), 오른쪽은 180cm(이하 오른쪽 동료)가 넘어서다.
‘요즘 180 넘는 사람 많은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른쪽 동료는 여자다.
몇 개월이 지나고 190cm의 왼쪽 동료와는 가까워져 ‘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
그 형의 부모님은 결혼을 늦게 하셨다.
그래서 어서 막내아들이 결혼을 하기를 바라셨고 주말에 이를 위해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다.
월요일마다 나와 나보다 키가 큰 오른쪽 동료에게 주말에 만난 여자에게 애프터를 하지 않은 이유를 말해주는데 ‘닮은 점’을 찾기 힘들었다고 한다. 서로의 닮은 점이 없으니 대화가 이어지지 않고 대화가 없으니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악순환의 반복되는 모양이다.
영화를 보러 가서도 본인은 키가 크니 맨 뒷자리를 선호하는데 일반적으로 같이 여성분들은 정가운데를 고집했다고 한다. 사실 그리 크지 않은 키로 살아온 나는 크게 공감을 하지 못하나 오른쪽 동료는 공감을 너무 잘하였다. 그리고 그 영화관 이야기로만 둘이 한 시간은 넘게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나의 주제를 갖고 한 시간 넘게 대화가 끊이지 않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이게 닮은 점이 아닐까?’
그리고 한 1년 여가 지났을까.
오른쪽 동료가 수줍게 청첩장을 건네주었다.
난 심지어 남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뭐야~ 남자 친구가 있었어? 심지어 남편 이름이 왼쪽 형이랑 같네? 형, 이거 보셨어요?”
그 형은 키도 큰데 입도 크다.
그 큰 입이 양쪽으로 최대한 벌어져 웃고 있었다.
이렇게 내가 눈치가 없다.
그러고 보니 둘은 ‘키가 크다’는 닮은 점은 하나였지만 그 공통점을 매개체로 참 많은 대화가 잘 이루어졌던 것 같다.
둘 다 키가 커서 어느 사이트에서 해외직구를 하면 옷이 잘 맞는지, 서로 알고 있었다.
둘 다 키가 커서 어렸을 때부터 맨 뒤에 앉아서 장난치던 학창 시절의 이야기도 참 재미있게 나누었다.
남들은 키가 크면 좋겠다고 하지만 막상 ‘큰 사람’의 생활을 해보니 고충도 서로가 잘 통하였다.
지금 그 둘의 프로필 사진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그 아이도 다른 친구보다 목이 하나 더 있는데 유독 또 다른 키가 큰 여자아이가 있다.
사진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