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10년 다녀보니
“뭘 그렇게 자꾸 물어? 지금까지 업무 히스토리가 그렇다니깐.”
직장을 다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더 듣게 되는 말이다.
짠밥이 늘어날수록 알게 되는 부분이 많아지고 기존과는 다른 개선안이 보이는데 막상 실현하려고 하면 오히려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의 ‘히스토리’와 맞지 않는 것이 이유다.
회사는 그놈의 ‘히스토리’를 참 좋아한다.
물론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지난 사례와 실제 이야기들을 알고 참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가끔은 이 틀 안에 묶여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는 부분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대가 변하고 있고 무서운 90년대 생들이 회사에 속속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역사’가 있다는 점이다.
그 역사는 내가 창립멤버가 아닌 이상 내가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거나 엄마 배 속에 있던 시절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그래서 그 깊은 역사는 절대 무시할 수 없고 무시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점은 우리가 그 역사를 그대로 따를 것이냐, 아니면 조금 더 앞으로 더 나은 역사를 만들기 위해 변화를 줄 것이냐의 선택이 아닌가 싶다.
그 히스토리로 인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의미 있는 의견까지 박탈한다면 이는 우리가 히스토리를 참고하는 이유가 아닐 것이다.
회사에서 경험은 경험과 원칙은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이 경험과 원칙이 ‘정답’을 미리 정해놓는 경우도 생긴다.
“지금까지 이래 왔으니 이대로 진행만 하면 돼.”
“한 번도 이렇게 하지 않은 적이 없어. 왜 불필요한 이슈를 만들려고 하나?”
지금까지 왔던 길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려고 하면 회사는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나도 똑같이 걷는 것에 순응하도록 강요한다.
하지만 우리는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
2020년 새해 계획을 짜면서 그 누가 ‘코로나’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을 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원래 그런 것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원래 그렇게 보이는 것이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누군가는 덤벼야 하나 그 덤벼야 하는 행위 자체를 무서워하는 것일 수도.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행동을 하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유독 회사에서는 이런 마음을 먹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경우도 생긴다.
업무에는 그동안의 히스토리가 있으니깐.
그리고 그 히스토리는 계속 지속되어 왔으니깐.
아무 문제없이 지나오고 있는데 여기서 누군가 질문을 던진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깐.
하지만 대부분의 위대한 결과는 사소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동안의 ‘히스토리’만 따르고 안주했다면 우리는 지금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종이책이 아닌 브런치를 통해 글을 읽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진짜 무서운 일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나는 평생 지금과 똑같은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