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꿈이 같이 들어있다.
서랍 속 잠자던 봄을 꺼내 입고 여름을 걸었다.
이런 땀이 나잖아. 그래도 봄을 벗지 않는다.
날씨는 꼭 내 마음 같아서 당장 저녁만 되어도 금방 겨울을 가져온다.
그뿐이랴, 후드득 때려 부어서 우산을 감싸 쥐고 걸으면 어느새 햇볕이 빼꼼 인사한다.
휘둘리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자연 앞에 선 인간은 이토록 나약할 뿐이다.
그래도 맞춰드려야죠.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요.
오늘따라 주머니가 자꾸만 거슬린다.
옷매무새를 아무리 고쳐봐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주머니를 뒤적였다.
불안이 들어와서 덜그럭 덜그럭 걸음까지 불편하게 만든다.
아뿔싸.
외출하기 전
불안을 빼는 걸 깜빡 잊었구나.
꼼짝없이 오늘은 주머니에 든 불안을 모른 척 넣고 다녀야 했다.
가끔은 이 주머니에 꿈 이 들어오기도 한다.
저스트 슬리피가 아니라 드림 컴 트루의 그 드림 말이다.
그런데 주머니에 꿈만 든 날은 세계 무대에 서는 내가 환호성을 받고 있지만
불안이 같이 꿈과 든 날엔 아주 작은 육면체에 갇힌 내가 끊임없이 쪼그라들어
설 자리는커녕 앉을자리도 없이 초라해진다.
꿈과 불안.
평행관계처럼 달리는 이 두 단어가 나의 주머니에서 덜그럭 거린다.
서 있기조차, 그냥 눈을 뜬 아침조차 힘겨운 날에도 주머니에 슬그머니 든 불안을
사실은 모른 척 가지고 나간다.
허상처럼 든 불안이 가끔 찾아오는 행복에 녹아 없어지길 바라기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