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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s Jang Jul 04. 2022

헤어질 결심을 하는 사람들...

 평일 교외 커피숍을 전전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일까? 교외에 산다는 이유로 괜히 산을 보고 커피를 마시고 싶다, 강을 보고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커피숍을 찾는 나 같은 사람들 말고 대중교통도 없는 이곳에 오려고 구불구불한 길을 몇 시간씩 달려와야만 하는 사람들.


 천장은 높고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있는 곳. 누군가의 속삭임도 웅장하게 들리는 그곳에서 결심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저는 정말 너무 우울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병원에 가보라니깐 그래."

"이런 만남은 10개월 이상 가기 힘들대요."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말이야?"

"자기한테 너무 실망했어요. 어떻게 그때 나를 그렇게 버려둘 수가 있어요?"

"나는 다 그냥 재미있게 노는 줄 알았지."

"우리 목사님한테도 이야기했고 종교의 힘으로 극복해 보려고요. 월삭 예배에 가야겠어요."

"근처에 차돌박이 잘하는 집 있는데 좀 있다가 거기서 밥이나 먹자."

"이렇게 우울한 게 병일까요? 살고 싶지 않아."

"병이라니깐. 병원 가서 약 먹으면 괜찮아져."


 하얀색으로 세련된 셋업을 입은 여성과 머리가 하얗게 센 남성의 언성은 점점 높아졌다. 이러다가 싸움이 나지 않을까? 그냥 나갈까? 조마조마하면서 망설임 끝에 에어 팟을 꾹 눌러 소리를 차단했다.


 희미해지는 소리와는 별개로 심각한 대화는 한참이나 계속해서 이어졌고 지나가는 카페 주인과 몇 마디를 나누고서야 커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돌박이 먹으러 가나?'


 먹고사는 일에 문제없어 보이는 그 화려한 뒷모습을 보며 저 나이가 되어서도 사랑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번 죽고 살고 하는구나. 앞으로 가야 할 세월이 한참 남아서, 저럴 기운이 남아있지 않을 것 같아서 한숨이 나왔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탕웨이는 박해일이 말한 "사랑한다"는 말 때문에 그녀의 사랑을 이어 갔다고 했다. 박해일은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


영화에서 사랑한다는 대사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수많은 말을 들었을 때 왜 헤어질 결심을 하지 못했을까.

"네 생각이 안 났어." 이 말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었고

"혼자 가." 이 말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었을 테고

"왜 이렇게 피곤하게 해?" 이렇게 수십 번씩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가장 객관적이지 못한 사람은 항상 당사자다.




"벌써 시동 켰어."


 아직도 이런 거에 긴가 민가 하는  유치해서 콧방귀를  뻔했지만 아무것도 장담해서는 안된다며, 머리가 하얗게  때까지 누구도 아무도 모르는 거라며  손가락으로 콧방울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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