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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s Jang Jul 07. 2022

내 마음을 알려줘 (애플워치)

 애플워치를 산 후 가장 큰 생활의 변화는 심박수를 체크하는 버릇이다. 덕분에 더 오래 달리거나 더 빨리 달릴 때 높아지는 숫자를 보는 게 일종의 즐거움이 되었고 어쩔 때는 '내 심장이 이렇게 열심히 뛰고 있구나.'라는 숭고한 생각까지 든다. 


 그런데 이렇게 육체적으로 심장을 뛰게 하는 일 외에도 순전히 기분 탓일 것 같은 사건, 정말 심장이 터지도록 설렌다거나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진짜" 심장이 반응할까? 궁금했다.


 시계를 차고 치과에 갔다. 내 이름이 불리고 아직 의사 선생님이 오시기 전. 심장박동 체크.

점점 올라가는 숫자.

보통 60~70 BPM으로 뛰던 나의 심장이 점점 빠르게 속도를 올린다. 

'치과는 무서울 것 같은 곳이 아니고 정말 무서운 곳이구나.'

지잉 소리와 함께 100 BPM까지 다다른 나의 심장.

마음도 아프고 이도 아팠다.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5분 전, 4분 전, 1분 전.

서서히 올라간다. 

아무리 굳게 마음을 다잡고 '나는 괜찮을 거다...' 속으로 되뇌어도 그 긴장감이 화면에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화장실도 가고 싶고, 땀도 난다. 왜냐하면 내 심장은 지금 열심히 뛰고 있으니깐. 


 누가 뭐래도 가장 궁금했던 건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사랑. 내가 정말 이 사람에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테스트가 가능할 것인가! 

카톡의 1이 없어지는 순간. 

답변이 오는 순간. 

눈을 감고 얼굴을 떠올리는 순간. 

치과에서보다 더 요동치는 심장아. 진정해. 단지 살짝 상상을 했을 뿐인데 달리기보다 더 빠른 BPM. 

'설렜네 설렜어.'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미니멀리스트 곤도 마리에처럼 옷가지를 하나씩 들고 심박수 체크하려다 멈춘다. 


 요물 같은 애플워치는 가끔씩 내 마음을 나도 모를 때, 짜증과 화가 섞여 어떤 상태인지 규정하기 어려울 때 큰 의지가 되었다. 내 감정을 화면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에 안심했다. 


 모든 장난감이 그런 것처럼 처음 받았을 때의 애플워치에 대한 지나친 애정과 관심은 서서히 사라졌고 심지어 나의 심장박동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분명 같은 운동을 하여도 치솟지 않고, 누군가를 떠올려도 심장이 터질 것처럼 아프지 않다.


'무뎌진다는 걸 이렇게도 확인할 수 있구나.'



무뎌진다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닐 테다. 

그만큼 더 튼튼해졌고, 

익숙해졌고

안정되었을 거다. 

무뎌져도 괜찮다는 것일 거다. 



 그러니깐 이제 심장박동수에 대한 집착 같은 건 놓아줘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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