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is Jang Aug 29. 2022

Work Hard, Play Harder 같은 소리

 직장인 12년 차에 들어섰다. 입사 첫날부터 퇴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항상 가슴속에 사표를 품고 '회사라는 조직은 나와 맞지 않아.' 라며 자조하길 십수 년째지만 아직까지 버스에 오르며 지하철을 갈아타며 오늘의 To do List를 몇 번이고 되뇐다. 

 

 이 정도면 회사랑 맞지 않는 것 같다는 고백은 애초의 거짓말일지도 모르겠다. 잘 맞는 건가? 아니면 뭔가 거대한 내속에 잠재된 야망이 여기까지 나를 몰고 온 것인가? 당연히 숨만 쉬어도 나가는 카드 명세서와 노후에 대한 두려움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연료이지만 그것보다는 당장 회사를 나가게 되면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내리지 못한 탓도 있다.


 노트를 펼치고 회사를 나가게 되면...이라는 가정, 무엇을 할 수 있나... 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 끄적여 보았다. 아직까지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도 아닌 입장에서 "회사원"이라는 수식어를 제외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그냥 옆에 사는 사람, 뭐를 하고 사는지 수상한 동네 사람 1, 도서관에 매일 출몰하는 정체불명의 Someone 이 되어 버린다. 


 최소한 뭘 해야 포도청인 목구멍을 채울 수가 있나.(포도청이 내가 생각하는 과일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의 충격만큼이나 이 속담은 무시무시한 뜻을 가지고 있다.) 고민을 거듭, 장사를 하자니 아는 분야도 없고, 식당을 하자니 이 정도의 실력과 속도로는 어림도 없을 테고 그렇다고 체력이 좋은 것도 아냐, 알바를 하자니 나이가 많아서 써줄 것 같지 않고, 유튜버를 해야 하나? 정녕 그 방법밖에 없는 것인가? 허무맹랑한 상상의 날개를 펼치다가 입국심사 직업란에는 무엇을 써야 하나? 에서 생각이 막힘. 다행이다.  


 타이틀이 사라졌을 때의 공포는 생각보다 많은 불안을 가져온다. 순식간에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린다. 그러니 한 직장에서 몇십 년째 일하다 그만두게 되었을 때의 우리네 부모님들의 그 허무함과 불안함은 감히 상상도 못 할 만큼 무서웠을 것이다. 


 쿨하신 사장님들께서 가끔 직원들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혹은 멋짐을 뽐내기 위해 Work hard, Play Harder라고 열변을 토하신다. 일단 일을 열심히 하게 되면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 마당에, 어디서 놀 에너지까지 끌어 와야 하는지 당최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일하고 놀고를 반복하는 것은 벌고 쓰고를 반복하라는 말이 아닌가요? 어디 돈 한 푼 들지 않는 놀이가 요즘 세상에 어디 있다고... 교묘하게 일하기를 멈추지 않게 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 아닌가요? 


 다행히 나에게 Play Harder 하라고 주창하는 사장님을 만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만약에 만나게 될 날을 위해 다시 한번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본다. '일단 나에게 주어진 일을 야무지게 해치워야지. 그리고 몰래 "플레이 하더" 하지 않고 잠시 멈춰서 멍을 때려야지.'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를 생각하자. 그리고 내가 나로서도 충분히 세상에 일원으로 발을 딛고 설 수 있게 지금부터 딴생각을 시작해자!' 





 

 


 

작가의 이전글 내 마음을 알려줘 (애플워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