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좋아하는 시인이 근처 도서관에서 강연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의 시들은 연애편지를 비롯하여 나의 말에서 또는 글에서 자주 맴돌았다.
반가움에 종일 들뜬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하루의 일정을 미리 끝낸 참이었다. 딱 하나, 도서관옆 다이소에서 몇 가지 생활용품을 사는 것만 제외하고...
시간을 계산하여 물품을 담고 결제를 했다. 어깨에 착 감기는 에코백을 씩씩하게 메고 집으로 돌아가 물건들만 몇 개 내려놓고 다시 도서관으로 달려가면 되는...
밤은 어두워지고 빠르게 집에 도착하기 위해 주차장을 가로지르는 순간,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어렴풋이 보이는 실루엣과 함께 저~기 어느 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시인이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도서관에 들어가기 전 잠깐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 눈이 마주쳤으나 서둘러 시선을 피했다.
집으로 돌아와 물건들은 내려놓았는데 도서관으로 향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연초였으면 괜찮았으려나?'
준비했던 질문들만 연기처럼 사라졌다. 캄캄하고 캄캄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