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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s Jang Oct 29. 2024

도서관의 쓸모

끝날 것 같지 않던 올여름, 참 길고도 더웠다. 벌써부터 내년이 걱정이지만,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이 있는 건 걸어갈 수 있는 반경 내에 도서관이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도서관은 책을 읽으러 가거나, 읽을 책을 찾으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보다 더 다양하고 다채로운 쓸모가 있다.



1. 꿈을 꾸는 사람들

점심시간 이후 도서관의 모습은 다양한 자세로 낮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로 붐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와 백색소음. 밤새 잠을 설친 사람들도 고요하게 책을 읽다 보면 눈을 뜨고 있는 게 더 힘들 정도로 어느덧 스르르 눈이 감겨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도서관들은 안락한 1인용 의자까지 겸비하여 그야말로 최적의 수면을 보장하곤 하니깐 식곤증에 얼마간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을 마냥 탓할 수만은 없다.


2. 문제를 푸는 사람들

방과 후 도서관은 중고등학생들의 아지트가 된다. 음식물 반입 금지라고 분명 적혀 있지만 가방에 젤리 빵 음료수 등을 몰래 싸들고 와서 문제집을 푸는 아이들도 있다. 몰래 간식을 하나씩 꺼내 먹으면 그게 또 스릴 있다는 걸 벌써부터 알아버린 아이들의 속닥속닥 거리는 소리는 조용한 곳에서 더 크게 들리곤 한다. 


학생들 외에도 문제를 푸는 사람들은 곳곳에 있다. 토익문제, 자격증문제, 취업문제를 풀기 위해 적어 내려간 빽빽한 노트들과 OX를 매겨 놓은 문제집들. 그 보다 더 험한 인생의 문제를 풀기 위해 빽빽하게 적고 있는 성경구절들 불경구절들까지... 어린아이들부터 은퇴한 이들까지 모두 각자의 문제 풀기에 바쁘다.


3. 동영상은 내 친구

무료 와이파이는 물론이거니와 대형모니터까지 예약가능하니 몇 시간째 시리즈를 정주행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서 보는 이들도, 공부를 하다 몰래 머리를 식힐 겸 짬짬이 보는 사람들까지를 포함하여 동영상 보기는 수많은 책들 속 아날로그 풍경에서 디지털 풍경으로 휴식 시간을 대체하고 있다.  


4. 바느질하는 사람들

뜨개질을 하는 사람들은 심심치 않게 있고 옷 수선을 위해 청바지와 반짇고리 및 다양한 패치까지 등장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순간도 있다. 몇 시간이고 앉아서 바느질을 하는 일이 독서와 마찬가지로 엉덩이로 하는 싸움이겠거니 생각하며 그 긴 여정에 응원을 보냈다.




대낮에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어디서 무료함을 달랠까.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를 넘어 어떻게 더위를 견디고 추위를 견딜까를 생각하다 그중 어떤 이라도 도서관에 있을 거라 생각하면 안심이 된다. 


잠을 자다, 바느질을 하다 어쩌다 넘긴 책 한 페이지에서 인생의 무언가를 발견하면 그 또한 더할 나위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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