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들어서고 보니 묻는 사람도 대답하는 사람도 조심스러운 결혼 유무에 관한 질문을 받는 때가 많아졌다. 심지어 얼마 전 면접장에서도 "이건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그러는데 혹시... 결혼하셨나요?"라고 물어보길래 괜히 소심하게 asmr 목소리가 되어서는 "아니요..."라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가끔 곤란한 것은 잘 넘어갔구나 싶었을 때쯤 한마디 더 보태는 "아! 비혼주의시구나!" 하면서 질문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나도 모르는 새 내가 비혼주의자가 되어있다니... 이럴 때면 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비혼주의는 아닌데요..."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쯤 되면 모두가 어색해진다.
얼마 전 부모님께서 혼자 살려면 건강해야 한다며, 보살펴 줄 사람이 없으니깐 건강 잘 챙기고 돈이 좀 들어도 영양가 있는 걸로 챙겨 먹으라며 당부 전화를 하셨다. 엄마 친구는 40대에 사위를 봤다며 너도 이제 적은 나이 아니라길래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느냐며 "매일매일운동하며 잘 챙겨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혼주의자 아니라니깐요... 나참." 단호하고 강단 있게 전화를 끊었다.
매일 전화를 하고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생뚱맞게 갑자기 대낮에 전화를 해서는 이렇게 설교를 늘어놓는 건 무슨 영문인가? 하다가도 누가 주변에서 뭐라고 했나? 아님 유튜브에서 또 뭘 봤을까?
질문이 길어질 때마다 '그냥 비혼주의라고 말할걸 그랬나? 그러면 조금 더 이해를 받으려나? 비혼주의자라고 선언하고도 나중에 결혼한 사람들도 많던데... 일단 선언이라도 하면 뭐가 달라지는 건가?라는 궁금증과 '이렇게 명명하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꼭 선언까지 할 일이야?'라는 생각에 다시 아무것도 안 하기로 마음먹는다.
어떤 질문들은 상처가 되기도 한다.
딩크족이 아닌데 혹시 딩크세요?라고 물어본다거나, 대학교 때는 뭘 공부했는지, 애들은 몇 살이고 배우자의 직업은 뭔지... '말을 내뱉기 전 생각해야 할게 많구나...' 무심코 던진 궁금함에 돌을 맞는 아픔을 느낄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친밀함도 좋지만
우리 서로 조금만 덜 궁금해하기로 해요!
명절이 다가오고 사람들의 질문 공세에 씨름할 생각에 벌써 스트레스로 머리가 아프다. 이번에도 누군가가 비혼주의자 냐고 묻는다면?
"글쎄... 아마 60대 70대쯤 인생의 반려자를 찾지 않을까요?"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에서 아직은 아무것도 선언하지 않은 "비선언 상태"라고 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