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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s Jang Nov 22. 2024

다 귀찮음의 문제

 어우. 왜 이렇게 귀찮은 게 많은지, 귀찮은데, 번거롭게, 굳이라는 단어들이 계속해서 졸졸 따라다닌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일상의 변화라는 건, 이 귀찮음을 극복한 순간과 그렇지 못한 순간들로 큰 전환점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귀찮은 건 그렇게 시간이 많이 들지 않는 일들이다. 고시 공부를 귀찮아서 못하겠다고 하지 않고, 귀찮아서 결혼을, 혹은 양육을 포기하지 않는다. 대신 귀찮아서 부모님을 뵈러 가지 못하겠다든가(물론 이런 경우 밖으로는 큰 명분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귀찮아서 친구들을 만나러 가지 않겠다는(이 또한 큰 변명이 있어야 하지만...) 말은 쉽게 내뱉을 수 있다. 


 아니 귀찮은 일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아침에 이불을 크게 털고 미지근한 물을 한 모금 마실 때부터, 잠들기 전에 핸드크림을 바르는 순간까지 매일 겪지만 매번 귀찮다 입 밖으로 내뱉는다.


 사소하지만 신경을 써야 한다면 또 굳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이 일들 때문에 양말을 뒤집어서 빨래통에 던지게 되고 반찬통에서 반찬을 덜어먹지 않게 되고, 하루 3 단어만 외우면 되는 걸 미루고, 운동복 입기를 그만둔다. 약속을 미루고, 지원을 미루고, 결정을 미루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행운도, 운명도 같이 미뤄진다. 종종 사라진다. 


 

 그렇다고 그렇게 귀찮은 것들을 하지 않은 시간들에 뭘 대단한 걸 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그냥 조금 더 누워있거나, 조금 더 유예할 뿐, 그 귀찮은 것 중 몇몇은 부메랑이 되어 귀찮음 x 귀찮음, 귀찮음 X 후회 X 좌절로 돌아오기도 한다. 






 인생이 선택한 것들의 합일뿐만 아니라 선택하지 않은 것들의 합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많은 귀찮은 순간들 사이 기회 또한 사라졌을까? 몇 번이고 오늘의 해야 할 일들을 적어놓고 완성하지 못한 to to list들을 뒤적이며 후회를 할까? 



 사실 이 귀찮음이 두려움이었는지, 우울감이었는지, 무신경이었느지도 모르겠다. 다만 귀찮음이라는 이름하에 망설이게 했던 것들 속에 아쉬움만 남는다면 노트를 펼칠 것, 전화기를 들 것, 신발을 신을 것. 그리고 나갈 것. 


어떤 형태로든 상처가, 고단함이 메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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