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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나 Jun 29. 2021

세븐틴이 자가격리를 활용하는 법

컴백 3일만에 자가격리, 솟아날 구멍은 있다

세븐틴이 8개월 만에 컴백했다. 그리고 활동 3일 만에 열흘 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세븐틴은 타이틀곡 Ready To Love를 필두로 총 6곡이 수록된 미니앨범 8집 <Your Choice>를 지난 6월 18일 발매했다. 그리고 3일 뒤인 6월 20일, 1년 반 - 2년 만에 진행된 대면 팬싸인회를 마지막으로 세븐틴은 10일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모든 활동은 연기되었다.


세븐틴과 함께 작업했던 한 스태프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밀접접촉자로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메..?

현실이었다.


남들에겐 여름이었겠지마는 여기는, 그러니까 세븐틴의 팬덤은 초상집같았다. 일단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이들에 대한 걱정이 우선이었지만 그 다음은 무기한으로 밀리는 스케줄이었다. 이제 겨우 공개 방송 무대 1개만을 소화한 터였다.


모든 방송, 영상통화 팬싸인회, 대면 팬싸인회 등이 연기되었다. 세븐틴과 플레디스는 방역당국에게 협조하겠다며 바로 숙소의 각방에서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15일 접촉으로, 29일 낮 해제였다.


열흘 간의 자가격리. 팬덤은 그대로 무기한 연기되어 힘들어할 세븐틴과 스스로를 걱정하였으나.. 회고해보면 팬으로서는 썩 나쁘지 않은 10일이었다 하겠다.


자가격리 첫 날, 20일 (그러니까 당장 2시간 전에 격리됨)

디에잇이 와서 20분을 라이브 하다가 갔다. 와 첫 날부터 이렇게 챙겨주다니 ㅠㅠ 감동이야..


이 때까지는 몰랐다. 한 명 빼고 열 두명이 브이앱을 오게 될 줄.


자가격리 둘째 날.

6/21 브이앱 몰아치던 그 날

3명이나 브이앱에 줄줄이 찾아왔다. 도합 2시간을 놀다가 갔다. 각자의 방에서 밥도 먹고 글씨도 먹고 치킨도 먹고 호랑이도 자랑하고 노래 부르다가 갔다.


우스갯소리로 그 전 날 밤에 팬들끼리 '브이앱 해줬으면 좋겠다' '심심하면 브이앱 켜줘' 했지만 그게 진짜로 일어날 줄은... 그러니까 한 두 명 정도는 올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마치 시간표 짜듯 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무튼 이 다음에도 이 남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브이앱에서 팬들과 놀다가 갔다. 헛기침하다가 오아시스 노래 틀면서 헤드뱅잉 하다가 간 사람도 있었고, 훠궈 백탕 홍탕 끓여놓고 홍탕만 주구장창 먹다가 간 사람도 있었고, 큰 손으로 데이지 스마일 비즈 끼면서 팔찌 만들다가 간 사람도 있었고... 무튼 자가격리 중에도 계범주 프로듀서와 함께 줌으로 비트 찍으시며 재택근무하신 작곡가 이우지 선생님 빼고는 모두가 왔다 갔다.


고백하자면, 한 3일째부터는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고 외칠 지경이었다. 또 왔어?! (하지만 5일 쯤부터 덜와서 약간 서운... 이런 팬이라서 미안합니다)


격리 6일째, 금요일 뮤직뱅크에서 세븐틴이 1위에 올랐다. MC들은 자신들이 트로피를 잘 전달하겠다며 유연하게 방송을 마쳤다. 그 날 저녁, 세븐틴 유튜브 계정으로 영상이 하나 올라온다.


세븐틴 - 'Ready to love' 뮤직뱅크 1위 앵콜 줌캠 (SEVENTEEN Encore zoomcam)

세븐틴 1위 줌 앵콜

???????

머리 위 물음표를 뒤로 하고 영상을 틀었다.


저희 오늘 1위했대요-로 시작한 앵콜은 세상에서 제일 박자가 맞지 않는 그룹 인사 say the name, seventeen- 안녕하세요, 세븐틴입니다-로 이어지더니 각자 설정한 줌 배경에 대한 근황 토크(드립)를 하기 시작했다. 1위 소감 후에는 난 데 없이 라이브를 때리자더니 무반주로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슬금슬금 무대의상 자켓을 챙겨온 승관, a.k.a 부교수님은 줌을 조금씩 들락날락 하더니 야무지게 뮤직뱅크 1위 순간을 줌 배경화면으로 설정했다. 멤버들이 사진을 공유해달라고 한 잠시 뒤 에어드랍 소리가 나더니 (3명 정도는 운이 좋게도 부교수님과 같은 방을 쓸 것이 아닌가) 2명 빼고 모두가 뮤직뱅크 현장에 있었다.


Zoom Encore 들어는 봤나

이 앵콜로도 충분히 웃겼는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들은 가수니까 꼭 웃길 필요는 없지만... 아무튼.) 이 마피아 중독들은 줌으로 마피아도 하더니, 노래 이어부르기 눈치게임으로 다음 음악 방송 벌칙까지 정했다. (그리고 얼핏 잘린 클립을 봐서는.. 이 게임만 한 것 같지도 않다.) 각각 영상의 분량은 약 20분. 정규로 편성된 매주 1회의 자체컨텐츠 고잉세븐틴의 분량이 매회 25분-35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가히 대단한 숫자다.


이 사람들.. 격리하면서 자체 컨텐츠만 2개(사실 3개)를 만들어냈다.


세븐틴의 슬기로운 격리생활 마피아게임 편


세븐틴의 슬기로운 격리생활 노래 눈치 게임 편


29일 낮 12시를 기점으로 모든 자가격리는 종료되었다. 당일 오전 10시에 진행한 코로나 검사에서 다행히도 13명의 멤버 모두 코로나 음성 판정되었다.


세븐틴은 본인들의 앨범 중 최초로 Your Choice를 빌보드 200 차트의 15위로 차트인 시키며 빌보드에 데뷔했다. 앨범은 2021년 6월까지를 기준으로 2021년 중 가장 많은 초동 판매량(136만장)을 올렸고, 예고했던 모든 활동들은 이제 시작이다. 열흘동안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자고 싶을 때 자며, 활동기에 잔뜩 쌓였던 피로들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방 한 칸에 갇혀 느꼈을 찌뿌둥함은 이제 모든 활동으로 날려버릴 차례다.


슬기롭고 유쾌하게, 열세 명이 함께라면 항상 그래왔듯이.

세븐틴(Seventeen) - Ready to Love


+

글을 탈고하고 30분 뒤.

다른 영상이 또 올라왔다... 너희 격리 때 얼마나 영상을 찍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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