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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반대

3. 팔로워의 품격

by 유키

신입사원이 회사를 구할 수 있을까

2019년, 한 IT 스타트업에서 일어난 실화다. 전 직원이 참석한 회의에서 CEO가 새로운 서비스 론칭 계획을 발표했다. 모든 임원들이 박수를 치며 동의할 때, 입사 3개월 차 신입 개발자 최 군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죄송한데, 이 서비스가 현재 우리 서버 용량으로 감당이 될까요? 예상 트래픽을 계산해보니 시스템 다운 위험이 있을 것 같은데요."

회의실이 순간 조용해졌다. CEO는 잠시 당황했지만, 검토 후 최 군의 지적이 맞다는 것을 확인했다. 만약 그대로 진행했다면 회사는 큰 손실을 입었을 것이다.

최 군은 "회사의 미래를 생각해서 한 말"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1년 후 CTO로 발탁됐다.

침묵의 공모

조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악의적인 반대가 아니라 선의의 침묵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명백한 문제를 발견하고도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흔한 이유는 "내가 뭔데 반대하겠어"라는 위축감이다. 특히 신입사원이나 경력이 짧은 직원들은 자신의 의견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때로는 경험이 적은 사람의 신선한 관점이 조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어차피 바뀌지 않을 거야"라는 체념도 침묵을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과거의 실패 경험이나 조직의 경직된 문화 때문에 변화의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눈에 띄면 손해"라는 계산적 사고도 문제다.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가 상사나 동료들에게 찍힐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조직 문화에서는 "분위기 깨는 것 같아서"라는 눈치도 침묵의 큰 원인이 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혼자만 다른 소리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심리다.

하지만 이런 침묵이 치르는 대가는 생각보다 크다. 명백한 오류도 아무도 지적하지 않아서 그대로 진행되고, 더 나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묻혀버린다. 무엇보다 조직 전체의 사고력이 저하되고, 위기 상황에서 대응력이 부족해진다. 모든 구성원이 수동적으로 변하면서 조직의 혁신 역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반대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안 된다"고만 하는 것과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제안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반대에도 기술이 필요하고, 그 기술을 익혀야 진정한 도움이 될 수 있다.

건설적 반대의 기술

건설적 반대를 위해서는 먼저 타이밍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할지가 성공의 열쇠다.

공개적으로 제기할지 비공개적으로 접근할지부터 판단해야 한다. 사소한 수정사항이라면 공개 회의에서도 괜찮지만, 근본적인 문제 제기는 사전에 개별 면담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공개 논의로 이어가는 것이 좋다. 다만 시급한 위험 요소가 있다면 즉시 공개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안전이나 법적 위험과 관련된 문제는 체면보다 신속한 대응이 우선이다.

감정 상태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상대방이 흥분했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여유 있는 시간대를 선택하고, 중요한 결정 직전이 아니라 충분한 검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시점에 제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표현의 기술도 매우 중요하다. "이건 절대 안 돼요", "완전 틀렸어요", "말이 안 됩니다"와 같은 파괴적 반대는 상대방을 방어적으로 만들고 건설적 논의를 어렵게 한다. 반면 "좋은 아이디어인데,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어요", "이 부분을 조금 더 검토해보면 어떨까요?",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런 방법도 있을 것 같은데요"와 같은 건설적 표현은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근거의 기술이 핵심이다. 감정이나 개인적 선호가 아닌 객관적 팩트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저는 이게 싫어요"가 아니라 "고객 만족도가 20% 하락할 우려가 있습니다"처럼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정보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문제점만 지적하지 말고 해결책도 함께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옵션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실현 가능한 구체적 방안들을 준비해서 제안하는 것이다.

구글의 '20% 반대 문화'

구글에는 '20% 반대'라는 비공식 문화가 있다. 어떤 아이디어든 20% 정도는 반대 의견이 나와야 건강한 토론이라고 보는 것이다.

래리 페이지가 구글 웨이브를 개발할 때, 많은 직원들이 "복잡하다", "사용자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페이지는 이런 반대 의견들을 무시했고, 결국 구글 웨이브는 실패작이 되었다.

반면 구글 맵스 개발 시에는 수많은 반대 의견과 개선 제안이 나왔고, 이를 적극 수용해서 지금의 성공적인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었다.

똑똑한 반대를 위한 7가지 원칙

건설적인 반대를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 번째는 개인이 아닌 아이디어를 공격하는 것이다. "김 부장님이 틀렸어요"라고 말하는 순간 개인적 갈등이 되어버리지만, "이 계획에 보완할 점이 있을 것 같아요"라고 하면 건설적 논의가 가능해진다. 사람을 공격하면 방어적 태도를 유발하지만, 아이디어나 계획에 대한 의견 제시는 함께 개선해나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두 번째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안 됩니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보다는 "혹시 이런 경우는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요?"라고 질문으로 접근하면 상대방도 한 번 더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된다. 질문은 공격이 아니라 함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시작이다.

세 번째는 상대방의 장점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다. "창의적 접근이네요. 다만 실행 과정에서 이런 부분들을 고려하면 어떨까요?"처럼 긍정적 인정 후에 우려사항을 제기하면 훨씬 받아들여지기 쉽다. 이는 단순한 화술이 아니라 상대방의 노력과 의도를 존중하는 기본 자세다.

네 번째는 데이터로 무장하는 것이다. 감정이나 추측이 아닌 구체적 근거를 제시해야 설득력이 있다. "뭔가 이상해요"가 아니라 "고객 만족도 조사 결과 이 부분에서 20%의 불만이 나타났습니다"처럼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다. 비판만 하지 말고 개선안도 함께 제시해야 진정한 도움이 된다.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해결책을 제안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가치 창출이다.

여섯 번째는 조직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다. 개인적 이해관계나 감정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관점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자세가 있어야 상대방도 진정성을 인정하고 귀 기울여준다.

일곱 번째는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는 것이다. 자신의 반대 의견도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함을 갖고, 상대방의 설명을 들은 후에는 언제든 마음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더 나은 결과를 위한 과정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상황에 맞는 반대 전략

반대 의견의 성격에 따라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기술적 반대의 경우에는 구체적 데이터와 검증 결과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전문가적 관점에서 객관적 판단을 내리고, 예상되는 리스크를 분석해서 대안과 함께 제시하는 것이다. 기술적 이슈는 감정보다는 팩트가 중요하므로, 충분한 근거와 데이터를 준비해서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전략적 반대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우려 사항을 중심으로 접근한다. 현재는 괜찮아 보이지만 향후 시장 변화나 경쟁 상황을 고려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지적하는 것이다. 시장 분석 결과나 경쟁사 동향, 조직의 현재 역량과의 매칭 정도를 검토해서 종합적인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윤리적 반대는 가장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영역이다. 회사의 핵심 가치와의 일치성을 검토하고, 사회적 책임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또한 브랜드 이미지에 미칠 수 있는 장기적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단순히 손실을 피하는 차원이 아니라, 조직의 정체성과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천 체크리스트 : 건설적 반대 역량

준비 단계

□ 반대할 만한 근거가 충분한가?

□ 대안이나 개선안을 준비했는가?

□ 조직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 적절한 타이밍인가?

표현 단계

□ 상대방을 존중하는 표현을 사용했는가?

□ 감정적이지 않고 논리적인가?

□ 구체적 근거를 제시했는가?

□ 질문 형태로 접근했는가?

후속 단계

□ 상대방의 설명을 열린 마음으로 들었는가?

□ 필요시 자신의 의견을 수정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 결론이 나면 적극적으로 협력할 의향이 있는가?

일주일 실습 과제

월요일 : 회의에서 한 가지 질문으로 다른 관점 제시하기

화요일 : 동료의 아이디어에 건설적 피드백 주기

수요일 : 현재 진행 프로젝트의 리스크 요소 하나 제기하기

목요일 : 반대 의견과 함께 대안 제시하기

금요일 : 이번 주 반대 의견들에 대한 결과 점검하기

반대하는 용기, 조직을 살리는 힘

진정한 팔로워는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리더와 조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사람이다. 똑똑한 반대는 조직의 면역력을 키우고, 더 나은 결정을 만들어낸다. 용기 있는 반대가 회사 전체를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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