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키 Jan 07. 2024

남자의 통 큰 욕심

어느 날 가희(가명)에게서 전화가 왔다.     

가희 : 오빠오빠! 겁나 어이없어. 남친이 나보고 가슴확대수술 하래ㅠㅠ

나 : 그 아저씨가? 

가희 : 응응! 가슴이 좀 더 컸으면 좋겠대ㅠㅠ

나 : 돌은 거 아냐? 무슨 남친이 수술을 권해? 헤어져!

가희 : 그치그치? 근데 이참에 수술 할까봐... 남친이 비용을 다 내준대ㅎㅎㅎ

나 : 돌았네. 수술 해야지.     


가희는 약 3개월 후 800만원 짜리 C컵 물방울 수술을 했다며 나에게 인증샷을 보내줬다.  옷을 입은 사진이었지만 거대한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었다. 물론 비용은 전액 남자친구가 부담했다고 한다.     

외모지상주의 시대. 대부분의 남자들이 여자를 볼 때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부분은 얼굴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다른 하나는 바로 여자의 가슴 사이즈다. 가슴이 큰 여자는 어쩌면 얼굴이 예쁘고 가슴이 작은 여자 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남자들이 많은 집단에서는 인기도 더 좋다. 남자들에게 가슴 큰 여자가 왜 좋은지 물으면 이유는 보통 이러하다.     


“볼륨감이 있으면 옷맵시가 산다.”

“만질게 있어야 사랑스럽다.”

“키스할 때 큰 가슴에 손을 얹는 건 아주 중요한 흥분요소다.”     


종합해보면 결국 내 여자의 가슴이 작길 바라는 남자는 거의 없다. 가슴이 크면 머리가 둔해 보인다는 편견이 있지만 대부분은 머리가 둔해도 좋으니 그래도 가슴은 컸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가슴 큰 여자 친구와 사귀고 있는 남자는 그의 친구들 사이에서 영웅취급을 받기도 한다.  친구들 입장에서는 마치 가슴 큰 여자와의 성관계는 만족도가 높을 것만 같아 궁금하다.  아아, 이렇듯 가슴 큰 여자는 많은 남자들의 이상형인 것이다. 남자들 본인의 가슴은 멋지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는 여자의 이상형이 되려는 노력 따위는 하지 않으나 여자에게 바라는 것은 장바구니 한 가득 채워져 있는 동물이 남자다.      

그런 까닭에 여자 친구에게 가슴 확대수술을 권하는 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라, 내면을 보아라, 라는 말은 하기 싫다. 존중한다. 본능적으로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다만 여자의 입장에서는 내 남자가 내 몸에 불만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제안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마음속 깊은 곳에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여자 친구에게 대놓고 “넌 눈이 못생겨서 보기 싫어. 고치자” 라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를까? 


반면 어떤 여자의 입장에서는 가슴성형을 함으로써 내 남자를 만족시킴과 동시에 내 자존감 또한 드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여자에게 있어 가슴은 자존심이라고 하지 않는가? 동성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남자와는 달리 여자는 여자에게 관심이 많으며 이성에게 보내는 시선 이상으로 동성에게도 많은 시선을 보낸다. 특히 우리나라 성인여성 평균 가슴 사이즈가 75A 라는 많은 통계들이 신뢰도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가슴이 작은 여성들이 많은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며 이들은 본인보다 가슴이 큰 여자들을 발견하면 잠시 부러움 섞인 시선을 고정하기도 한다. 가슴성형은 그저 부정적으로만 볼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여자의 가슴을 크게 만드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주 당연하고도 쉬운 방법이 있다. 

첫째, 많이 먹고 살을 찌우는 것.

먹으면 분명 가슴에 살이 찔 것이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좋은 방법은 아니다. 음식물 섭취에 의한 살찌움의 순번에 가슴부위는 한참 나중이다.  발바닥 다음이랄까.  먹어서 가슴을 찌우려면 그 전에 온 몸을 다 찌우게 된다.  미리 말 안한 것이 있다면 남자들이 바라는 가슴 큰 여자는 날씬한데 가슴이 큰 여자다.  90C가 아니라 75C쯤.      

두 번째로는 시중에 나온 가슴확대크림 등의 제품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남자인 내가 봐도 그런 제품의 광고를 보면 정말 가슴이 커질 것만 같다.  바르기만 하면 가슴이 커진다니!  하지만 이 또한 해결책은 못된다. 믿기 힘든 일과 너무 수월한 일은 언제나 사기인 것처럼 이 또한 과대 과장광고가 대부분이며 실제로 허위광고로 적발된 사례도 많다. 차라리 딸기우유가 빠를 수도. 

세 번째, 가슴 확대 수술.

정말 굳이 지금보다 큰 가슴을 가지고 싶다면 가장 현실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의학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의학의 발달로, 특히 우리나라 가슴 성형술은 세계가 인정하는 탑 수준으로 발달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금전적 여유와 수술할 의지만 있다면 가슴성형은 접근하기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꼭 알아둬야 할 것은 사람마다 가진 체형에 따라 만들어낼 수 있는 컵의 크기가 제한적이라고 하니 너무 욕심 부리지는 말기로.     

혹시나 돈 많은 남친을 가진 가희를 부러워 할 필요는 없다. 남자들이 큰 가슴을 좋아한다는 말은 곧 작은 가슴은 싫어한다는 이분법적 의미가 절대 아니다. 스스로가 여태까지 불만 없이 잘 살고 있다면 가슴확대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다. 요즘 대세 아이돌인 BTS가 말하더라. ‘너 자신을 사랑하라’고.

만약 당신이 가슴확대수술을 원하지 않음을 충분히 표현하는데도 당신의 남자친구가 너무도 강력하게 요구한다면, 배려와 존중을 모르는 사람이다.     


남자친구는 다음을 유념.

이왕 비용을 부담해주는 것이라면 괜히 조금 아끼려다가 후회하지 말고 실력이 있는 의사선생님인지, 보형물 종류도 상급으로, 흉터는 최소한으로 남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수술 후 어떤 관리가 필요한지 등 모든 부분을 함께 상의하고 신경 써서 진행해야 한다.  이런 때의 꼼꼼함과 세심함이 남자의 인성, 더 나아가서 여자에 대한 마음의 크기를 드러내기도 하므로 놓치지 말고 기회로 삼을 것.

수술 후 남자의 미적미적한 리액션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져다 줄 수 있으니 결과물에 상관없이 이전보다 훨씬 맘에 든다는 만족감을 아낌없이 표현할 것.  

마지막으로, 이후 만약 반대로 여자가 남자의 물건에 대해 확대수술을 권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현실을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