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답변하는 스타트업 궁금증들

제가 직접 질문받은 것들

by 최지웅

안녕하세요! 이 시리즈는 <스타트업 개발자로 살아남기>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에선 제가 15년간 스타트업 업계에서 생활하며 겪은 이야기들을 제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벌써 9번째 글입니다. 이변이 없는 한 올해는 한 주에 하나씩은 연재를 계속하게 될 텐데요. 많은 분들이 구독과 라이킷을 눌러주시고, 원하신다면 멤버십으로 구독하는 것도 고려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의 글도 시작해 보겠습니다. 오늘의 글은 그동안 제가 이 시리즈를 연재하기로 했었을 때 받았던, 많은 질문들에 대해서 가볍게 제 생각을 답변 형태로 말씀드리려 합니다. 질문은 딱 3개만 꼽아서 답변할 텐데요. 사실 질문 자체고 많은 콘텍스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느끼는 지점들 까지도 같이 한번 이야기해볼게요. 먼저 비슷한 질문들이 가장 많았던 것은 "확신"에 대한 것들이었습니다. 어떻게 그 위험한 업계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합류. 혹은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건 물론 제 시리즈 중에 비슷한 글들이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확신에 대한 질문이 와서 제가 썼던 글과는 조금은 다른 결로 이야기를 풀어볼게요.


1. 합류할 결심. 떠날 결심. 어떻게 이뤄졌나?


일단 개인적으로 한 번도 확신을 가졌던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커리어 전반을 보면 스타트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기업들이 있어요. 소개해드리면 먼저 스마트택배를 서비스하는 스윗트래커. 그다음이 카카오. 그다음이 호갱노노. 그다음이 카페노노. 그다음이 쓰리빌리언. 그다음이 토스페이먼츠인데요. 사실 어느 곳도 합류할 당시에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곳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합류를 결정한 계기들을 써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제가 합류를 결정했던 건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일단 카카오를 제외하고선 전부 저를 필요로 했다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요. 흔히들 개발자들에게 회사에 놀러 오라고 한 다음에 피자 사주고 콜라사주면 일단 개발자 채용의 반절은 끝났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일단 없는 시간 쪼개어 그 회사에 와보았다는 것. 그리고 대화를 하면서 서로의 핏을 보는 것. 요즘엔 이게 0차 면접처럼 "커피챗"이라는 것으로 불리지만, 저에게 모두 그런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내가 가서 뭘 할 수 있을까? 했을 때 답이 나왔던 곳에 합류했습니다. 당연히 저에게 제안을 줬던 회사들도 많았고, 고민했던 곳들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 하는 첫 질문은 내가 저곳에 합류해서 뭘 할 수 있을까? 그건 재미가 있을까? 그리고 나는 성장할 수 있을까? 였습니다.


합류한 모든 회사가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판단했고, 그리고 전부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새로운 앱을 만드는 것. 전혀 다른 도메인에서 일해보는 것. 수준 높은 동료들이 있다는 것. 모두가 그런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개개인마다 정말 다를 거예요. 하지만 저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이 바로 저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저에게 제안을 줬던 사람들에게 하는 질문이 "제가 들어가면 뭘 제일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였습니다. 저에게 그만큼 역할이 소중했습니다.


그래서 그 반대로 떠날 결심은 대부분 내 역할이 없다고 판단했을 때입니다. 소위 말하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생각할 때이죠. 긍정적인 부분은 내가 여태까지 잘 이뤄왔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있으니 정말로 내가 붙잡고 해야 할 일이 없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것은 내가 뭔가 하고 싶은데, 그게 대표나 여느 것에 부딪쳐 좌절될 때에도 비슷하지만 훨씬 부정적인 상태로 나오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제가 그만큼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일이 없거나 역할이 없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죽은 조직에 있으면 저 자체도 일을 하지 않는 상태나 다름이 없고, 그런 상황에선 어떤 재미도, 어떤 경험도, 어떤 성장도 바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써놓으니 오해가 될 법도 한데요. 역할이라는 게 그러면 어떤 사람이 부여해야 하는 것이고, 그 말이라면 시킨 일만 하겠다는 것이냐?라고 오해할 법합니다. 제가 말한 건 당연히 그런 것은 아닙니다. 스타트업에선 개발자가 CS 대응도 하고, 행정적인 처리도 하며, 가끔은 나가서 인터뷰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게 한계로 정해져 있지도 않지요. 그게 스타트업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방향이 확실하지 않거나, 서로 같은 일을 하고 있다거나, 서로 반대방향으로 일을 하는 기분이 들면, 역할이 없다고 느껴집니다.


물리에서도 일의 정의가 힘을 들였을 때 물체가 이동했을 때를 일이라고 부릅니다. 아무것도 이동하지 않는다면 그건 일을 하지 않은 것이죠. 놀랍게도 스타트업이나 기업에서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뭔가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전혀 이뤄진 게 없고, 열심히 했더니 알고 보니 누군가 똑같은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열심히 했는데 서로 벽을 사이에 둘 고 밀다가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제가 말하는 역할이 없다는 것은, 결국엔 일을 해서 무언갈 이동시키는 행위가 없다고 느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코드를 계속 짠다고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 해결로 임팩트를 일으키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밭을 갈아내는 기초작업이라도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게 안될 때가 분명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그런 상황이 되면 많은 이들이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나의 북극성이 뭐지? 라며 대화를 할 수도 있고, 우리가 왜 이러고 있지? 라면서 회고를 해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결론이나 방향이 보이지 않을 수도 물론 있는 것이죠.


그게 오랜 기간 계속되면, 저는 떠날 결심을 하게 됩니다. 제가 떠난 모든 경우에서 그런 답답함이 결국 저를 떠나게 만들었던 습니다. 여러분은 어떨 때 확신을 가지고 합류하고, 어떨 때 확신을 가지고 떠날 생각을 하시나요? 이건 저도 궁금하네요.


2.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혹은 대기업)에 가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건 정말로 많이 질문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제 글이 주니어분들이 많이 보시는 것 같더라고요. 스레드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여러 번 채용절차에서 탈락했다거나, 아니면 어떤 접근법으로 접근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당연히 저라고 어떤 기업에 100% 합격하는 방법을 아는 것은 아닙니다. 이건 사실 일반적인 스타트업과 좀 큰 기업과 다를 텐데요. 아마 아시고 싶어 한 건 대부분 카카오나 토스의 합격방법을 물어보는 것으로 느껴지긴 하니까. 제 나름대로의 이야기로 조금 풀어보겠습니다.


당연히 현재 재직 중의 채용프로세스를 오픈하는 것은 정말 큰 문제라서 당연히 그런 글은 아닙니다. 하지만 보통의 IT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시한 건 바로 '핏'입니다. 얼마나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와 JD에 잘 맞는 사람이냐는 것이죠.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래서 좋은 곳에서 이것저것 좋은 경험을 많이 해보아야 합니다. 그 경험들 중 어떤 것이 내 이력서에 들어갈지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회사를 다니면 굉장히 다수의 프로젝트를 경험하게 됩니다. 거기서 어떨 때는 메인이 되는 기능을 할 때도 있고, 어떨 때엔 별거 아닌 부분을 조연처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리드해보기도 하고, 혹은 프로젝트가 실패하기도 합니다. 많은 프로젝트를 경험했다고 해서 그걸 전부 이력서에 쓰지는 않으시는 게 좋아요. 적어도 공고에 나온 JD와 우대사항을 꼼꼼히 읽어보면, 거기에 뜻하는 바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본인이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는데, 그런 JD를 보고도 인식하지 못한다면 사실, 그건 그냥 나를 좋게만 봐달라는 짝사랑과 비슷한 것이 됩니다. 사랑은 서로가 맞아야 하는 것처럼, 채용도 그게 대부분 맞아야 하는 것이라는 걸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사람을 한번 채용하면 다시 내보내기 힘들기 때문에 그 상황을 굉장히 두려워합니다. 일단 즉전감으로 데려온 다음에 두고 보다가 내보내는 그런 상황이 대부분 아니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서 문제없고, 특히나 채용과정에서 애매함을 느끼면 안 뽑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기업에 이력서를 낼 때에 제 이력서는 굉장히 다릅니다. 그것은 어떤 양식이 다르다기보다는 강조할만한 프로젝트의 성격이 다릅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는 네이티브앱, 백엔드, 웹프런트나 AWS 관련한 devOps와 어떤 기업에서는 기획서도 만들어보고, 점점 매니징의 영역이 커져오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하나의 스페셜리스트가 될 것이 아니라면, 어떤 경험이 나중에 어떻게 발전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JD를 보고 제 프로젝트 목록에서 나름의 취사선택이 가능한 것입니다.


신입의 경우는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것이 있을 겁니다. 어려운 부분이죠. 경험이 적을 땐 그 맥락을 잇는 게 중요합니다. 왜 이직을 결심했는지. 왜 다시 일을 시작할 때 이 일을 하고 싶은지. 작은 프로젝트였지만 스스로 어떤 식으로 발전과 성장을 도모했는지. 그런 것들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어떤 정량적인 지표와는 조금은 다릅니다. IT 기업이 은근히 학력을 많이 안보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가르쳐온 것들을 잘 수행하는 사람보다는,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일을 벌이고, 그걸 또 어떻게 수습하는지의 과정은 사실 어떤 감각과 닿아있습니다.


주어진 일을 잘 수행하는 것에 대한 스킬은 경험하다 보면 누구나 늘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파악하고, 추진하고 이곳저곳을 파악하며 인식하는 것은 사실 배운다기보다는 느끼는 것에 가깝습니다. 특히나 AI 시대에 이런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 봅니다.


3. AI 시대에 개발자(스타트업)들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이 질문도 정말 많고, 사실 저도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저 스스로도 아직 답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일 것입니다. 최근에 AI 가 많은 일들. 특히나 코딩까지 해주면서 바이브코딩이 떠오르고, 개발자가 망했다는 이야기도 참 여러 군데에서 많이 들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스타트업 창업이 1인으로도 너무나 가능하고,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고들 합니다.


일정 부분 동의하는 부분이긴 합니다. 서비스를 론칭하고, 초기에 운영하기에는 굉장히 진입 장벽에 많이 낮아졌습니다. 웬만한 랜딩 페이지나 일부분 로직이 들어가는 페이지들도 AI와 함께라면 뚝딱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도메인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는 분들이 오히려 개발자들보다 훨씬 더 일적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게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차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그 차가 고장 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가 정말 잘 움직이고, 기름도 덜먹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아직까지 모릅니다. 물론 에러가 나면 그대로 긁어서 AI에게 시킬 수 있고, 기존 코드의 콘텍스트를 AI에게 줘서 더 개선하는 것. 가능하고, 그것도 머지않아 정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아니고, 그리고 그런 것들을 잘 찾아내는 사람이 AI와 협업하게 될 때에 훨씬 더 큰 시너지가 있습니다.


누구나 앱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정말 왔다고 가정해 보아도, 내가 그 앱을 써야 할 이유까진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더 숨 막히는 경쟁이 함께할 것이고, 특히 AI 기업들이 오히려 그런 양상을 보고 더 잘 만든 것들로 흡수해 나가는 것들도 벌어질 겁니다.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그것이 쉬워져서가 아니라, 그것이 정말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야 할 때라는 걸 전 꼭 말해주고 싶었어요.


개발자들은 지금 AI 트렌드를 다 따라갈 필욘 없지만, 기본적 개념을 알아야 할 시기일 겁니다. 협업으로 코딩을 해보고, 하네스를 세팅하여 여러 에이전트들을 부려보는 일들도 해볼 시기입니다. 그다음은 누구도 모릅니다. 어떤 미래가 펼쳐져도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할 듯합니다.


어떤 세상이 도래할 것인가 예상하는 재미도 있을 것입니다. 저도 나름 생각한 것들이 있는데, 여기 안에서 써 내려가기엔 글이 길어질 듯하니 다음 기회에 더 써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여하튼 지금 시대의 개발자들과 스타트업들은 더 빨리 만들어지고, 더 빨리 망하고, 더 빨리 변화할 겁니다. 그 변화를 즐겨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누구나 지금 이 파도와 소용돌이 사이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혼자만 그러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면 됩니다. 기존에 해왔던 것들을 닦고 조이고, 기본을 익히고, 근원적인 질문에 답할 줄 알며, 일의 효용보다는, 일의 의미를 찾아가는 시간을 점점 더 늘리길 추천드립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뽑은 세 가지 질문이었습니다. 두서가 없지만 도움이 되었을까요? 그럼 다음 주에 열 번째 글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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