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무엇이기에
안녕하세요! 이 시리즈는 <스타트업 개발자로 살아남기>라는 시리즈입니다. 오늘은 발행 시간이 굉장히 늦었네요. 그래도 월요일 연재는 8주째 잘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멤버십이 아닌 글을 씁니다. 사실은 지난주에도 멤버십 대상 글이 아니었는데요. 한 번 멤버십글로 잘못 발행하고 나니, 수정이 안되라고요. 그래서 구글 검색으로 많은 분들이 발길을 돌리셨을 듯하여, 조금은 안타까웠습니다.
그런 면에서 스타트업의 보상 같은 것 말고, 스타트업의 정의라는 것으로 다시 돌아가보려고 해요. 스타트업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사람들에게 화제이고, 지금은 조금 풀이 죽었지만 그래도 열광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는지에 대해서 제 시선으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사실 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 건, 스레드에서 다음과 같은 문답을 발견하면서부터였습니다.
실제 문답을 확인하고 싶다면, 스레드 원글로 가시면 됩니다. 사실 이 그림 안에 제가 말하고 싶은 게 다 들어있는데요. 지금의 스타트업이라는 말이 널리 통용된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애초에 단어자체가 오해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책은 읽어보지 않았는데요. 곧 읽어보고 리뷰도 써볼까 합니다.
이 글에서 나타난 것처럼 스타트업의 가장 큰 목적은 "성장"입니다. 그것도 100배 이상의 엄청난 성장입니다. 그래서 이 말도 안 되는 모험 비즈니스에 쩐주들이 몇 십억씩을 넣는 구조가 탄생하게 된 겁니다. 요즘 스타트업들이 많이 어렵습니다. 왜 어려울까요? 돈이 말라서 그렇습니다. 자본가들이 투자에 좀 더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수단을 원한다고들 합니다. (실제 쩐주들의 생각은 직접 들은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저 글을 작성하신 이안님도 VC(벤처 캐피털) 업계 출신이신데요. 자본가들 쪽의 시선에서 보자면, 이건 돈이 되기 때문에 그동안 호황을 누려왔습니다. 펀드를 만들어서, 파트너들이 돈을 넣고 그걸 VC에서 굴립니다. 좀 될 것 같은 곳들이 IR을 하고, 그중에 좀 괜찮아 보이는 기업에 적게는 몇 억. 많게는 몇 십억씩 투자를 합니다. 투자라는 것은 말 그대로 지금 가치의 지분을 돈을 주고 사 오는 것입니다.
그런 뒤 스타트업은 성장합니다. 성장해서 1년 뒤에 갑자기 원래 평가했던 가치보다 5배가 올라있습니다. 그때 또 추가투자를 받습니다. 원래 투자했던 곳들이 더 투자할 수도. 아니면 그때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아니면 그냥 있을 수도 있겠죠. 그렇게 투자라운드가 열리면 이미 5배가 올랐음에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왜냐면 앞으로 더욱 성장할 테니까요.
그리고 투자 라운드가 계속해서 열리다가 상장이 되기도 하고, 다른 회사에 M&A 되기도 합니다. 그럼 그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겠지요. 그렇게 해서 회수된 된 한 곳에서 말도 안 되는 수익률을 올리게 됩니다. 그럴 동안 다른 100군데에 투자했던 돈들은 대부분 다 사라집니다. 그렇게 잘되는 스타트업들이 거의 확률은 1% 쪽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100군데에 돈을 뿌려서, 한 군데에서의 수익이 전체를 커버하고도 수익률이 남는 그곳. 그곳이 바로 스타트업 업계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여러 기업들은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은 어느덧 빅테크가 되거나, 여러 좋은 기업들로 탈바꿈했습니다. 그렇단 얘긴 스타트업 시절의 이야기는 거의 일반적인 회사가 아니라, 미친(Positve) 집단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겁니다. 아무것도 없는 회사에 가치를 측정하고, 갑자기 향후 10년 안에 그걸 수백 배 단위의 기업가치로 만들어내야 하는 곳이 바로 스타트업입니다.
애초의 이 쪽업계의 게임의 룰이 그렇습니다. 이 룰은 이 판이 만들어진 이후에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지요. 그런데 요즘 용어의 양태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습니다. 왜냐면 기업들이 그 성장에 꽂을 돈이 사라지면서, 스타트업들이 자구책으로 스스로 매출을 만들면서 성장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으니까요.
예전 같았으면 투자를 받고, 그 투자금액을 소진할 때까지 공격적으로 인력이나 기술에 투자하며 성장하다가, 한껏 커진 기업가치로 또다시 투자를 받아 그것을 반복하는 업계였다면, 이젠 투자를 계속 받는 것이 힘들어지고, 기업 가치의 성장이 공통적으로 둔화되거나 혹은 삭감되어서 이 업계 자체가 성장과는 거리가 멀어져 버린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스타트업에서 별로 쓰이지 않았던,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라던가. 아니면 정부의 자금을 탈 수 있는 법. 아니면 원래 있던 기술자들의 실력을 자사에만 쏟지 않고 SI를 하는 등의 여러 가지 부차적인 생존에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게 되었죠. 아마 <실리콘밸리에 속았다>라는 책에는 그런 스타트업의 빛나는 부분이 아닌 제가 말한 어두운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기본으로 돌아가자면, 사실 투자 없이 매출과 순익이 나는 회사라면, 정말 투자를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그 사업을 잘 일궈나가면 됩니다. 어떻게 스케일업을 할 것인가. 어떻게 비용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커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면 됩니다. 하지만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자신의 기업이나 대표를 믿고 돈을 준 사람들의 돈을 불려주겠다는 계약입니다. 그리고 그 투자금으로 무엇인가를 해보겠다는 선언입니다.
보통 투자자분들과 사이가 안 좋은 스타트업 업계의 분들을 만나보면, 이런 곳에서 서로의 기대가 다르다는 걸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겪어온 여러 스타트업의 대표님들은 달랐습니다. 투자자와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성과를 보여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물론 그 성장이라는 것이 조금은 두루뭉술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매출액이고, 누군가에겐 기술력이며, 또 누군가에겐 유저수일 것입니다. 그것은 자본마다, 어떤 걸 혁신하려는 스타트 업이냐에 따라 너무도 다릅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업계에 있다면 스타트업이라는 것은 그냥 성장 빼곤 아무것도 없는 집단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건 굳이 대표나 창업자들에게만 지워져서는 안 됩니다. 이 업계에 들어온 누구나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분 하나 없는 그냥 직원이라도, 그런 리스크가 있는 곳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너무나도 다릅니다.
이런 리스크가 있으니 언제든 발을 뺄 준비를 해야겠다. 이런 게 아닙니다. 하루하루가 생존의 문턱 앞에 있는 경험을 해보면서, 나도 성장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마음을 가지지 않으면, 이 업계에 있는 의의 자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스타트업이 유망하다던데 거기로 가면 얼마나 벌 수 있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을까를 질문해주는 주니어분들이 많습니다. 그때그때 짤막하게 대답해 드렸지만, 여긴 그런 곳이 아닙니다. 매일매일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받으며, 그리고 돈을 빌려준 투자자들의 매서운 자본의 눈살을 받으며, 그걸 증명해야 하는 무대에 가깝습니다. 무대에서 한 번의 실수로 바로 탈락자가 될지도 모르는 냉정하고 무서운 곳입니다. 보통 스타트업을 어떤 물건에 비유할 때 로켓에 비유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합니다.
그래서 제가 살아남아 있는 것도 저는 신기합니다. 여러 스타트업들을 지나오면서, 정말 운이 좋았던 듯합니다. 연봉을 삭감하고 뛰어든 적은 있지만, 월급이 밀린 것도. 하루하루 성장하지 않았던 서비스는 없었습니다. 모두가 성장했고, 실제로 어떤 과실을 맺은 곳들도 있습니다. 이곳이 정말 좋고, 유망해서가 아닙니다. 운이 좋았고, 시대의 어떤 흐름 속에 잘 올라탄 덕이겠지요.
하지만 그럴 때 일 수록 여긴 정말 위험천만한 곳이었구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이 생존은 의미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게 제가 스타트업 업계에만 10년 넘게 있었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창업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곁에서 위험한 걸 너무 많이 봐왔던 탓일 겁니다.
그럼에도 제가 개발자들에게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스타트업을 추천하는 이유는, 그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환경에 자신을 밀어놓고, 자신 또한 성장하는 경험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하나하나 차분히 밟아가는 성장에도 분명 강점은 있습니다. 그렇게 쌓아올린 자신이 단단게 기반을 잡고 있는 많은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요즘같이 하루가 지나면 또 다시 경쟁하고 배워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에서, 그런 환경에서 일해보는 경험은 인생에 어떤 또 다른 국면을 열어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곳이 너무나 좋은 곳이어서, 유망해서, 너무나 좋은 곳이라서는 아닙니다.
이런 가정하에, 제 시리즈를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주에도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