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3분
원고 삼매경인 밤
불과 5분 전 '일찍 자'라며
내 방 앞에 서서 인사하고 방으로 사라진
아버지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당신이 누워있을 침대와
내가 앉아있는 침대
직선거리 10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전화가 웬 말인가
저녁 반주 덕에
잘못 눌린 거라 생각하며 별 기대 없이 받았는데
대뜸 물어온다
"창문 열어놨어?"
"응, 열어놨지."
"빗소리 좋지? 빗소리 들으라고 전화했어. 잘 자."
'오늘밤 달이 참 예쁘네요'에 버금가는 낭만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담백하고도 절절하다
멋지게 한 문장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은데
빗소리 들어야 해서 문장을 지을 여력이 없네
참 별 거 아닌 일이
사람을 웃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