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의 오래된 식당에서 한 끼 식사하다 주워들은 이야기. 최근 식당 주인장에게 낙상 사고가 일어나 병원을 찾았더니 스테로이드 주사를 놔준 모양이다. 오랜 세월 고된 노동을 해온 탓에 주인장의 몸뚱이는 이곳저곳 고장 난 상태였고, 마침 놀러 온 이웃에게 육체의 고충을 토로하다 ‘삶이 공허하게 느껴졌다‘는 이야기로 흘러가버린 전개.
나에게 식사를 내어주고 귤 한 봉다리 주섬주섬 챙겨 이웃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다가가는 주인장.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이웃이 한마디 건넸다.
“언니, 그런 소리 하덜 말어. 나는 여태껏 내가 살아온 인생에 후회가 하나도 없어. 나는 진짜 열심히 살았거든. 그래서 후회 안 해.”
주인장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맞은편에 앉아있던 주인장의 남편이 한마디 거든다.
“아니, 이 사람은 지금 몸이 아프니까 그런 거지. 괜히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까먹던 귤을 한 손에 든 채 이웃이 주인장을 다그친다.
“언니, 몸은 열심히 안 산 사람도 아파. 언니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어. 지금까지 이 식당 하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거야. 그러니까 그런 생각하지 말어. 돈 있는 집에서 태어났으면 고생은 안 했겠지. 그건 그 사람들 이야기고. 오히려 그러면 열심히 안 살았을 수도 있지 우리처럼. 우리 삶이 얼매나 좋아. 진짜 열심히 살았잖아.”
주인장은 이웃의 위로에 동조하며 한마디 얹는다.
“아니이 의사가 그러더라고. 이 몸으로 어떻게 일을 해왔냐고. 아팠을 텐데.”
남은 귤을 한 입에 쏙 넣으며 이웃이 거든다.
“그렇지 아프지. 얼마나 고생했어 언니가. 요즘도 은희언니가 물어봐. 언니 아직도 식당 하냐고. 대단하다고. 오래 하는 게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언니.”
그리고 감기약을 오래 먹으면 혈압이 올라간다는 이야기. 혈압이 200까지 올라가다 보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이야기. 나이 들면 가장 무서운 게 넘어지는 것과 감기에 걸리는 것이란 이야기. 긴 병엔 효자 없다는 말처럼 너무 오래 아프면 아들이 싫어하니 (아들은 옆에서 식당 청소를 하며 그네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자는 이야기. 끝없이 이어지는 건강과 삶, 인생과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뒤로 하고 식당을 나섰다.
삶이란 무엇이고 이웃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