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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 jakka Nov 23. 2020

8. 참을 수 없는 재능의 가벼움

백텀블링에 대한 고찰(with heels)

이 글은 대한민국의 한 배우가 뭔가를 해내기 위해 노력한 모습을 기록한 글이자 살기 위한 노력을 적은 글이다.


약 4년 전이었지? 맘마미아 공연 중 십자인대가 나간 것이. 잘 가. 그때 깨달았어. 아!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구나. 아 그래서 다칠 수 도 있구나 하고 말이야. 참고로 난 나를 꽤 믿는 편. 아니 내가 날 믿지 않으면 누가 날 믿지? 하지만 다친 후 깨달았어. 나를 적. 당. 히 믿어야겠구나 하고.  


뮤지컬 킹키부츠 명장면 중 하나인  섹스이즈인더힐Sex is in the heels에서 난 힐을 신고 텀블링을 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그때 꽤 스릴 넘치지? 배우 한선천이가 킥 차고 다리 확 찢어버리고, 내가 텀블링하는 바로 거기. 두 테크닉 다 꽤 위험하지만 이 장면을 하이라이트로 몰고 가기 위해선 필수라고 할 수 있어. 노래에도 고음이 있고 글에도 하이라이트가 있듯이 말이야. 그래서 킥&점프와 텀블링은 아주아주 잘해야 해. 저 텀블링은 이 다이아 언니(나 임)의 존재 이유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 암튼 저걸 할 때 말이야. 난 나를 믿지만 절대적으로 믿지 않아. 힐 신고 텀블링을 해야 하는데, 조심조심 안 하면? 다친잖아. 그럼 다치는 건 누구? 나. 책임은 누가질 거인가? 나야. 


사실 텀블링'만' 하는 건 쉬워

(섹스이즈인더힐Sex is in the heels의 마지막 포즈. 맨 앞에 핑크 구두에 핑크 선글라스가 나)


그런데 분장에 가발까지 하면 난이도가 생각보다 꽤 올라가. 내 가발 다 알지? 금발 단발인 거. 텀블링하기 전에 턴 돌잖아? 그러면 속눈썹에 머리가 걸려 가끔. 그러면 눈이 앞을 가리거든? 그런데 음악에 맞춰야 하니깐 그냥 뛰어야 해. 이렇게 적고 보니 내가 하는 일이 굉장히 3D 직업처럼 느껴지는군. 내가 날 믿지만 절대적으로 믿지 않는 이유. 이제 알겠지? 그리고 그 하이라이트가 섹스이즈인더힐Sex is in the heels의 중후반부에 나와. 그런데 이때 내 발엔 쥐가 나. 야옹. 미안. 이건 힐이 문제인지 내 발이 문제인지 모르겠어. (그런데 힐이 미국에서 건너온 거고 수제화라 그냥 했어) 암튼 저렇게 쥐가 난 상태로 뛰어야 하는 거지. 


그래서 제대로 뛰기 위해서, 안다치기 위해서 요가도 하고 필라테스도 하고, 텀블링 학원도 다니고 그랬어. 그래서 안 다친걸까? 오디션 준비 영상이긴 한데, 그게 궁금하신 분들은 https://www.youtube.com/watch?v=fr31uKiKeqM&ab_channel=TheHOJUN 이 영상을 보시길 추천하고, 텀블링만 궁금하신 분들은 7:18초 부터 보면 됨.


 공연 다 마치고, 공연때를 생각해보니, 그때 나의 노력은 과연 100퍼센트였나란 생각이 든다. 만약 다음 시즌에 엔젤을 하게 된다면, 더 잘해볼게. 덤블링은 가볍게 재능은 무겁게. 그리고 앞으로 하게 될 다른 공연들에서도 내 재능과 노력이 더 이상 가볍지 않도록.



ㅁ 댓글과 공유는 큰 힘이에요. 언니 오빠들.

ㅁ 배경화면의 사진은 킹키부츠 KINKYBOOTS 의 사랑스러운 엔젤들Angels 단체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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