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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은 Jul 21. 2020

글쓰기가 힘들다면

혹평을 이기는 법

진짜 재미있었어요.

삼겹살 먹는 장면 너무 웃겨요.

다음 편도 써주세요.


내 글에 이런 반응이 나왔으면 참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동화작가를 꿈꾸던 다른 학생작품에서 폭발적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맞아 맞아  무릎을 치며 박장대소하게 하고

어떻게 이런 장면을 생각했을까 감탄하게 만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그런 글은

내 글과 어떤 점이 다른가?


나는 부러움과 질투심, 부끄러움, 좌절, 의기소침과 무기력 등등

온갖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경의선 숲길을 걸었다.

한숨이 저절로 새어 나온다.

내가 뭐하러 이러고 있나

강사 말마따나 늙어가지고 무슨 영광을 누리자고

안 그래도 한심한 내 능력에 고개를 들지 못하건만

강사는 거기에 쐐기를 박는다.

우리가 늙어서 이런 거 공감하고 그러는 거예요. 하하


나는 하나도 웃기지 않은데 강사를 따라 웃었다.

그래야 지지 않는 것 같아서

그래야 덜 민망할 것 같아서

안 그러면 진짜 내가 늙어빠진 사람이 돼버리는 것 같아서

그냥 웃었다.



우리가 스스로 젊다고 생각하면서 살 수 있는 건 몇 살까지 일까?

소설 쓰기도 힘든데 나이 들었다는 느낌까지 덤으로 얹어지는 이 시간들을 견디면서

내가 계속 수강을 하는 이유를 또 생각해본다.

우울한 마음이 글쓰기의 욕망을 잠식해버리지 않는 이유를.


그러니까 내가 이런 글을 쓰면서 그 이유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곤 하는데

역시 허접한 글 때문에 찾아오는 실망감은

글쓰기로만 어루만질 수 있는 것 같다.

이전 글의 민망함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조금 덜 민망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을 때가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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