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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은 Jul 09. 2020

두 번째 단편소설을 마치고

제목-피오나

주인공 피오나는 사서다. 화자는 30대 중반 남자이고 둘 사이의 사랑을 그렸지만 나는 독자가 피오나라는 인물에 더 공감해주기를 바라고 썼다. 어젯밤 탈고 후 합평반 네이버 밴드에 글을 올렸다. 다시 읽을 때마다 거슬리는 부분이 나와서 마감시간까지 고치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아, 더 이상은 못하겠다 하고 자료를 업로드해버렸다. 합평 시간이 어떨지 두렵기도 하고 기대감도 있다. 결과가 어떻든 원고가 내 손을 방금 떠난 이 순간만큼은 원고지 100매를 다 채웠다는 것, 소설의 결말을 써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대단한 글을 쓰지는 못했겠지만 그래도 두 번째 쓰기는 첫 번째와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쓰는 시간은 확실히 줄었다. 무엇보다 플롯에 대한 어렴풋한 감이 생겨나는 기분이 들었다. 기성작가들처럼 치밀하고 완벽한 플롯 구조로 쓴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인 것 같았다. 작법 책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읽었고 수업에서도 배웠지만 역시 내 글에 그 이론들을 적용한다는 건 차원이 전혀 다른 일이었다.


플롯은 작가의 세계관과 같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소설에 구축한 세계가 어떤 모양새를 갖출 것인가는 결국 작가가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고 느껴졌다. 하고자 하는 말이 분명하다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낼 탄탄한 플롯을 이루고 있을 것 같았다. 글을 쓰면서 계속 고민한 부분도 그것이었다. 나는 이 소설에서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사랑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사랑에 뛰어들기를 겁내는 사람들, 사랑하고 있지만 온전히 마음을 바치지 못하는 사람들,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특히나 20-30대 사람들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나이의 사람들이 더 늦기 전에 모든 것을 제쳐놓고 온 힘을 다해 사랑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싶었다. 그러지 못하는 청춘들을 주변에서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었다.


나의 의도가 잘 반영되었는지 합평을 얼른 들어보고 싶기도 하지만 솔직히 글을 막 끝낸 지금은 끝냈다는 충족감, 그리고 3주 이상 끌어안고 있던 글에서 해방된 기분을 더 즐기고 싶다. 아마 기대했던 만큼 사람들의 공감을 못 얻을 수도 있고 혹평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실망감을 안고 이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피오나와 함께 했던 시간 동안 행복했고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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