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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Oct 13. 2017

좋은 스토리텔러가 되는 연습

자신을 관찰하고 남을 관찰하기

'어떻게 이야기를 짜야할까.'

그런 이야기를 나누게 될 때가 잦다. 닷페이스 안에서 나는 팀원들이 발제를 하고, 이야기를 초기 단계까지 발전시키고, 완성해내는 단계 곳곳에 함께 들어간다. 나는 좋은 이야기꾼이 되는 것을, 좋은 조언자가 되는 것을, 누군가의 강점을 키워내는 것을 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많이 실패한다. 나는 계속 배운다.


나는 항상 내가 좋은 이야기꾼인가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마치 노하우인양 무언가를 기록하는 것에 항상 부담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기억력이 좋지 않은 미래의 나를 위해 내가 이야기를 짜고, 조언하고, 누군가 '자기다운 스토리'를 만들어내도록 돕는 과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적어두기로 한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좋은 이야기꾼이 되기 위한 과정에 대한 것이다.


1. 보는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시작하기


스토리는 누군가를 매혹하는 과정이다. 시사도,교양도,광고도 똑같다. 현수막도,과자포장도,그것이 알고싶다도,피지 코팩 영상도 다 똑같다. 본질은 마음을 얻는 것이다.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마음을 얻고 싶어하는 것인지, 그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 누구에게 말할 것인가. 누구의 어떤 마음을 얻을 것인가. 어떤 시간에, 그 사람은 어떤 표정으로 어디에 서있는가. 그리고 나는 그 사람이 이 스토리를  '통과', 지나가고 나면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키길 원하는가.


훌륭한 스토리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이 좋다는 생각이 들면 무엇을 보든 '이것은 왜 좋을까'라는 것을 계속 생각한다.

그 수천,수만가지의 사례 중에

이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례다.


한 경비원이 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 앞에 붙여둔 말. (트위터 어디선가 본 사진인데 캡쳐만 해두고 출처를 표시해두지 않았다. 아시는 분이 있으면 댓글로 부탁드린다)

나는 얼마나 많은 '공지'들이 사람들에게 협박을 하는지 알고 있다. 오늘 내가 앉아있던 지하철역공공화장실, 변기위에 앉은 나에게 눈높이를 맞춰 쏟아지던 '협박의 텍스트'. 윽박지르는 건 제일 비효율적이고 흔한 소통 방식이다. 이 경비원분은 더 나은 방식을 택했다. 보는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 것.


사람들이 택배를 찾아가지 않으면 경비실에는 택배가 쌓인다. 인터폰을 해야한다. 계속 한다. 집에 사람이 없다. 그래도 또 한다. 어렵사리 통화가 된다. 찾아가겠다고 한다. 실제로 찾아가려고 마음도 먹는다. 그런데 슬슬 눈이 감긴다. 야근은 11시쯤 끝났고 집에 도착해서 샤워를 끝내면 파래무침처럼 머리를 베개에 널어놓고 잠든다. 내 택배도 아니고 엄마 택배, 동생 택배면 더 그렇다. '내일 찾아가야지' 웅얼대고 미룬다. 다음날 퇴근길,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잠깐 '뭔가 잊은 것 같은데?' 생각하다 버튼을 누른다. 이미 늦었다. '아차' 나중에야 깨닫는다. '가자'고 마음을 멱살잡아 일으켜서 간다.


그 전에 엘리베이터 앞에 선 그 떄, 저 글을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풋 하고 웃고 택배를 찾으러 가지않을까?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하고 싶은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누구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상상 속의 그의 마음에 되도록 정확히 빙의한다. 위 사진의 스토리대모/대부가 대단한 가장 큰 이유는 사실 남의 마음을 살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도 그렇지만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매일매일 일상에 치인다. 누군가의 마음을 살필 만큼, 유머감각을 발휘할 만큼, 입장바꿔 생각할만큼, 딱 그만큼의 여유가 어려운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좋은 이야기는 세상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2. 나를 잘 알기.

내가 이야기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스스로 알기  

발제 후 제작이 결정되면 취재를 거치고 구성을 짠다. 각 단계가 다 어렵지만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결정이 된다. 제일 고뇌에 빠지는 건 구성을 짜는 단계이다.

'대체 무엇을 뺄 것인가'

'대체 무엇을 주제로 보여줄 것인가'

이 단계에서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는 대화를 나눈다.   나는  우리 사무실에 있는 작은 2인 이케아 소파와 에디터와 나란히 앉거나, 책상 옆  바닥에 쭈그려 앉거나, (바닥에 누워서도 가끔...) 여튼 옆에 붙어서 이야기를 듣는다. 이 과정에서  지양하려고 하는 것은, 텍스트로 된 구성안을 보고 읽으면서 서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썸머, 이번 인터뷰에서 이러이러한 부분이 있었고 이러이러함 셋째줄 넷째줄 부분에서 나온 이야기를 강조하고 싶은데, 이 구성이 두번째 장의 블라블라와 이야집니다."


콘텐츠를 구성하는 사람의 머릿속이 충분히 깔끔해진 뒤고, 표현만 다듬어야 한다면 이렇게 해도 상관이 없다. 이것은 글자의 편집이다.


그러나 글자의 편집 이전에 필요한 게 있다. 말의 구성이다. 나는 우리 콘텐츠가 유통되는 영역에서도, 그리고 수많은 영역에서 사람들이 '말'을 가장 강력한 소통 수단으로 써왔다고 믿는다.


우리는 말걸듯이 이야기를 짜야한다.


글은 복제가 빠르고 압축이 쉽다.

그러나 말만큼 직관적인, 유구한 수단이 없다.

사람은 면대면으로 누군가에게 말을 걸 때는 상대의 표정을 살핀다.

면대면으로 말을 걸 때는 상대와 나의 관계가 얼마나 낯선지, 그리고 내가 이 이야기를 갑자기 꺼내면 상대가 얼마나 놀랄지, 내가 어떤 표정으로, 어떤 첫말을 꺼내야 당황하지 않을지 신경쓴다.


그러나 '글로 구성하는 말'은 덜 그렇다. 상대의 반응을 예측하지 않는다. 천자 이천자의 글을 건네며서 '난 이 말이 하고 싶었어' 라며 핵심이 되는 한 가지 말을 전하려 한다. 천자의 글은 한 마디가 아니다. 천자의 글 사이사이에서 그 글을 읽는 사람은 숨 쉬고, 생각하고, 망설이고, 지루해하고, 머리를 긁적거린다. 글을 쓰더라도 그 호흡을 알아차리고 쓸 수 있다. '이쯤 궁금하겠군. 이쯤 갸웃하겠군. 이쯤 이 글을 왜 읽기 시작했는지 까먹겠군' 잘 읽히는 글은 말과 같다.


피드백을 할 때는 종이와 자료와 이미 이 주제에 대해 알고 있는 나라는 사람을 다 잊고 말을 해보라고 한다.  그냥 오랜만에 만난 친구. 타겟과 관련 있는 친한 친구 XX를 생각하라고. 그  친구와 오랜만에 연어 부수러 갔는데  "너 요즘 뭐해?"라고 한다면? 그 때 내가  소개하고 싶은, 내가 만난 정말 매력적인 인터뷰이. 뭐라고 할 것인가. 아무  배경지식 없고, 아무 관심 없고 시끄러운 그 맛집에서.


상상해보자.

무슨 말을 했을까?

어떤 이야기부터  꺼냈을까?

이 친구가 이해하는 부분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뭐였을까?

지루한 표정은 언제였을까?


그 말들이 중요하다.

힌트가 된다.



닷페이스에서는 '나는 이런 걸 못해'라고 하면 '그건 네가 잘할 필요가 없어'라고 말한다.

잘하는 걸 잘하면 된다. 평균의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스토리를 짜는 방식도 그렇다.

누군가는 대화에 특화된 사람이다. 그러면 그 사람의 이야기는 마치 그사람의 지문이 남은 것처럼 '대화'하는 느낌이 항상 묻어야 한다.


누군가는 질문에 특화된 사람이다. 그러면 그 사람의 이야기는 좋은 '질문'과 그 '질문'을 따라가는 과정이 잘 드러나야 한다.

누군가는 묵묵히 이야기하는 진심을 잘 끌어낸다. 그러면 그 사람의 이야기는 '묵묵함','진심'이 잘 드러날 수 있는 제작과정으로, 결과물로 이어져야 한다.

누군가는 숫자를 잘 보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이야기에서 숫자들을 꺼내야하고 그 숫자를 꺼내서 이야기로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쓰고,개발해야한다.


각자가 이야기꾼이 되는 방식은 다 다르다.

멋대로 되는 것이다.

자기 멋대로 살다보면 자기 멋에 따라 이야기의 패턴이 생긴다.

나는 일종의 지문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걸 찾아내기 위해선 자주 이야기를 꺼내봐야 하고,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주제를 찾는지, 찾아낸 주제를 해결해내는 방식이 어떤지 돌아봐야 한다. 그러면 자기의 '지문'같은 것이 보인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말걸기다. 나를, 그리고 너를 잘 관찰하는 사람만이 설득의 틈새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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