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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Dec 10. 2018

<세탁소의 여자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1

숏폼 다큐멘터리 콘텐츠 펀딩 과정 1편 By 닷페이스 

안녕하세요 오늘은 <루프 5/5 페스티벌: 독자가 돈을 내는 콘텐츠> 발표에서 소개한 자료를 들고 왔습니다.

루프(Roof)는 콘텐츠 씬의 창작자들,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정기적으로 이야기를 나눠온 모임입니다. 5번째 모임을 기념비적(?)으로 만들기 위해 샌드박스 네트워크의 권도연 님, 메디아티의 이선재 님이 주도하여 좀 더 큰 규모로 행사를 꾸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행사에서 저는 닷페이스가 여름부터 하반기까지 진행한 <세탁소의 여자들>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를 했습니다.

여름에 기획을 시작해 지난 10월 펀딩과 콘텐츠 발행을 마친 프로젝트입니다.

낙태죄 폐지를 주제로 하여, 페미니스트 출판사 봄알람과 닷페이스가 함께 기획했습니다. 

총 4편의 영상으로 도합 30분 정도의 분량으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이 발표 자리에서는 콘텐츠 기획에 관한 이야기를 하진 않았고요.

'콘텐츠 펀딩'의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특이하고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분들이 이런 종류의 프로젝트를 '복제'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상세히 소개를 드렸습니다.

그 내용을 글로도 풀어볼까 합니다. 

<세탁소의 여자들> 프로젝트는 콘텐츠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했습니다. 펀딩 진행 기간은 총 4주. 텀블벅의 '웹 다큐멘터리' 분야로 펀딩을 진행했고요. 1865명의 후원자 분들이 함께해주셨습니다. (펀딩을 함께 해주신 많은 후원자 분들 덕분에 이렇게 이 프로젝트를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펀딩 목표 금액은 총 3천만 원이었고, 펀딩을 시작한 지 10일 차에 달성이 되었습니다. 최종 펀딩 달성 금액은 약 5천만 원. 초기 목표금액의 164%가 달성되었습니다.  

닷페이스에서 콘텐츠 펀딩이란 모델을 시도하게 된 데에는 맥락이 있습니다. 2018년 초, 닷페이스는 '획을 긋는' 중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이를 진행하기 위해 중장기 프로젝트를 지지하고 지원해줄 '후원 멤버십'을 론칭하였습니다. 


닷페피플 멤버십 소개 페이지 (dotface.kr/membership)

닷페피플은 월 11,000원 이상을 매달 후원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이 있었기에 중장기 프로젝트와 같은 것을 엄두 낼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왜 또 따로 콘텐츠 펀딩을 했냐, 하는 부분이 궁금하실 수 있을 텐데요. 프로젝트 자체를 더 키우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닷페이스 자체를 좋아하거나 지지해주고 싶지는 않아도 닷페이스가 다루는 이 '이슈' 자체는 밀어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 커뮤니티. 콘텐츠 펀딩을 통해서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하나 닷페이스의 수익모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광고입니다. 브랜디드 콘텐츠를 통해 재밌는 사례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지만 돈을 받는 콘텐츠는 '갈등'의 지점을 정면 돌파하긴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논란의 소지가 있거나, 싸움이 날 만한 주제는 다루기 어렵죠. 콘텐츠 광고가 주요 수익모델이 될 경우 우리는 '맹숭맹숭한' 이야기만 하게 됩니다. 우리 미디어가 뚫고자 하는 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를 전하기가 어려워지는 거죠. 


 콘텐츠 펀딩은 갈등의 지점을 뚫어도 된다, 그렇게 해라,라고 원하는 '독자가 돈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정확히 보여줄 수 있고, 미션에 충실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왼쪽이 닷페이스 미디어 커뮤니티이고, 오른쪽 더 진한 원이면서 닷페이스와 '바로 접점'이 있지는 않은 사람들이 포함되어있는 것이 '이슈 커뮤니티'입니다. 이 이슈 커뮤니티는 설명하자면 이런 거죠. 낙태죄 폐지에 관심이 있고, 평소 닷페이스도 알고 좋아하는 20대 여성 + 낙태죄 폐지에는 관심이 있지만 평소 닷페이스를 보지는 않는 30대 후반 여성이 모두 있는 원인 겁니다. 이들은 이 '이슈' 자체에 대한 고관여 독자입니다. 해당 이슈의 중요성을 알고,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당사자이거나 지지자이고, 이 이야기가 세상에 나온다면 기꺼이 '지불 의사가 있을' 미디어 커뮤니티인 거죠. 

헤이조이스 이나리 님의 독서 포스팅에서 인상 깊은 문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불확실성에서 살아남으며, 결정적인 발언권을 갖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번 세탁소의 여자들 펀딩 프로젝트는 내부에서 비슷한 선행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Here I Am 프로젝트의 경험입니다. (이 사례는 다른 포스팅에서 다룬 적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issingmay/125

진행 과정은 이랬습니다.

내부에서 선행 경험이 있긴 했으나 추가 스터디가 필요했습니다.

Here I am의 경우 십대여성인권센터에 '후원을 하기 위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콘텐츠 펀딩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콘텐츠 제작비 펀딩이 메인인데 둘은 펀딩 동기가 완전히 다를 수 있는 거죠. '콘텐츠가 만들어지길 바란다'라는 단순한 마음으로만 동기가 부여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콘텐츠를 소유하는 것도/ 구독하는 것도 아니라면 '왜 돈을 낼까'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콘텐츠 펀딩에 대한 통합적 경험은 '콘텐츠 자체'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

유형의 굿즈, 무형의 경험까지 함께 상품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걸 전제로 했습니다. 



오른쪽 아래 작은 글씨를 들여다보시면 아시겠지만 (선행사례 많지 않음 주의)입니다.

콘텐츠 펀딩은 목표액이 실제 달성액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달성된 경우도 많지 않았습니다.

소재 중요한 경우가 많지만 소재 자체로만 되기는 어렵습니다.

제작비를 펀딩 한다라는 것 때문에 무형의 굿즈(크레디트)만 설계된 경우는 참여가 특히 더 저조했습니다. 


그리고 성공사례인 장혜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펀딩을 살펴봤을 때도 그렇고

'펀딩 페이지 자체'로만이 아니라 이미 팬 기반이 있고 채널 파워가 있는 곳이 (당연한 말이지만) 잘 되더라고요. 


전체 설계에서 핵심 경험은 '이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도록 기여했다는 가치와 자부심'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거죠. 소재나 기획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었습니다. 찾기 어려운, 세상에 없는, 그러나 나와 분명히 상관이 있고 세상에 꼭 나와야 할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원칙이었어요.

그렇지만 그 핵심 경험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굿즈 같은 유형의 경험도 꼼꼼히 설계했습니다. 

이 기획은 봄알람 측에서 먼저 제안했었습니다. 두 단체의 분업이 굉장히 잘 이루어진 케이스였습니다. 


낙태죄 폐지는 헌재 판결 이슈가 올해 안에 있었고 

닷페이스가 지속적으로 다뤄온 이슈이며

좋은 파트너가 있으니 콜라보 프로젝트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

여성 이슈의 경우 펀딩 경험치가 있는 독자들이 많이 있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나중에 설문조사를 했을 때도 결론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기획 주제였다는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상품 설계 시에는 미리 타깃 집단에 '이러이러한 상품들로 우리가 펀딩을 한다면?'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상품 구성을 좀 바꿨고 상품 구성별 마진을 3-40%로 맞추는 걸 원칙으로 하려 했지만 (일부 실패했습니다). '콘텐츠'에 펀딩 한다는 경험 자체에 대해 비교적 낮은 동기를 가졌지만 이 이슈를 밀어주고 싶은 분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유리컵, 책과 같은 상품군을 두고 '콘텐츠' 펀딩에 높은 관여도를 가진 분들을 위해서는 크레디트, 포스터, 토크 상영회와 같은 경험을 준비했습니다. 그 결과 아래 리워드들이 나왔죠.   


백말띠 상징이 새겨진 유리컵 
책,크레딧,포스터,슈퍼크레딧,토크상영회

선택 결과는 이렇습니다. '콘텐츠'에 후원한다는 경험보다는 '이슈' 자체를 밀어주고 싶은 분들이 선택하도록 설계한 상품. 책+유리컵 상품을 가장 많이 선호했고 토크 상영회, 크레디트 등의 상품이 6만 원 상당으로 높은 가격대였음에도 불구하고 100여 명의 후원자가 함께해주셨습니다. 또 하나 살펴볼 만한 부분은 전체 금액의 5%는 상품을 선택하지 않고 그냥 '후원금만 밀어주기'를 선택하신 분들이었습니다.  

상품 설계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부분은 '책'입니다. 

영상에 바라는 것은 '널리 퍼지는 것'. 

그러나 영상으로는 사실상 디테일을 정리하기가 어렵고 부족합니다. 그렇게 할 필요도 없구요. 이런 부분은 사실 텍스트를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유럽 낙태 여행, 취재기를 정리한 이 책 리워드가 좋았던 것은 영상이 채워주지 못한 부분들을 채워주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상 자체로만 만족하기 어려웠을 부분들, 불만족 포인트를 책이 모두 보완해주었고 '소유'하는 경험을 만들어준 거죠. 함꼐 협력한 출판사 봄알람으로서도 책이 더 많이 알려질 수 있어 좋은 협업이었습니다. 윈윈. 

1000권 가까이. 

홍보의 기본 원칙은 세 가지였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방향성들을 가지고 시도할 것. 그리고 측정할 것. 측정한 결과에서 패턴을 발견할 것. 

홍보 게시물마다 매번 링크 유입을 측정했고 출처/인원 구성을 살폈습니다. (이것은 모두 철두철미한 @황유덕과 @김헵시바 님이 해낸 일입니다) 

살펴보면 선행 사례 스터디에서 살폈던 대로 '제작비 100% 펀딩이 거의 마지노선'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0일 만에 100%를 달성한 후 나머지 주차는 첫 주 성과 정도를 달성하는 데 그쳤습니다. 후원을 위한 펀딩은 마지막 주차에 가파르게 그래프가 올랐던 것과는 대비되는 결과입니다. 콘텐츠 펀딩은 초반 홍보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홍보에서는 '실트' 파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텀블벅에서 펀딩을 하고 나면 트위터에 바로 연동해 메시지를 띄울 수 있습니다. 이 때 많은 분들이 초기에 펀딩을 해주시면서 실트에 세탁소의 여자들이 올라갔고, 더 많은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었습니다. 닷페이스를 모르는 분들, 낙태죄 폐지 자체에만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 유입되면서 이슈 커뮤니티가 생겼습니다. 

홍보 캠페인은 가장 많은 유입이 '예고편'에서 발생했고

의외로 '2500만 돌파' 곧 100%가 된다는 포스팅이 두 번째로 많은 유입을 만들었습니다.

이건 저희도 새롭게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만족도 설문조사에서도 여러가지 재밌는 인사이트를 얻었는데요.

만족도 설문조사에 관련한 것은 다음 포스팅에 이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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