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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효이재 Apr 28. 2024

3.1.1.3 슈퍼맨을 향한 인간의 욕망_feat.마약

가장 인간다운 인간 [초개인] (3)

Michael Nyman - The Departure (“Gattaca“ Soundtrack)


 초인_超人은 상당기간, 상당부분 니체가 본래 뜻한바와는 다른 방식으로 읽히고 해석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초인을 슈퍼맨_Superman으로 여겼습니다. 여기에는 정신적 성숙과 성장의 개념보다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물리적으로 극복하고 초월하려 하고자 하는 의미가 좀 더 강하게 담겨 있습니다.


 인간의 지능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오랜 노력, 인간의 힘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오랜 노력 등이 이에 해당될 것입니다. 초인을 자아의 성숙과 성장으로 해석하는 것과 인간 한계에 대한 초능력 적인 극복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 대해 외부로 드러나는 인간행동의 모습에서는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도 있지만 그 근본적인 작동 원리가 다르기에 궁극적으로 그 둘은 같지 않습니다.


테일러리즘이 주창한 과학적 방법론은 분명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초인적인 생산성과 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분명히 그 시대 ‘성과’라는 측면에서는 작동을 했고 때문에 그 방법론 자체가 당대의 최고 발명으로 홍보되고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니체의 위버멘쉬(over human)로서의 초인이나 테일러리즘의 슈퍼맨으로서의 초인 모두 인간이 자신의 삶과 생산활동에 있어 반드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내면의 충돌과 모순, 고통과 번뇌, 감정의 등락 등을 안정화 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자 한 결과적 모습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하는 관점에서 테일러리즘의 슈퍼맨과 니체의 위버멘쉬, 나아가 우리가 주장하는 ‘초개인’은 그 근본적인 작동 방식이 다릅니다. 테일러리즘은 인간의 불완전한 심리, 감정, 비합리성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으로부터 인간성을 제거하는 방식, 즉 인간을 가능한 기계화하는 방식, 다수의 인간을 스테레오 타입으로 변환시키는 방식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려 했습니다.


 정신분석학자 이사벨 멘지스 리스_Isabel Menzies Lyth는 불안과 걱정에 대처하는 조직과 사회의 대응 메커니즘을 연구했습니다.  그는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상처, 죽음이 빈번한 병원 조직의 간호사 집단을 대상으로 이들이 두려움과 불안을 어떻게 견디는지를 관찰했습니다. 병원 조직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지나치리만큼 일을 분절시키고 과업을 체크리스트화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각 간호사들은 병동의 일을 잘게 나누어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그 일만 수행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한 간호사는 병실을 돌아다니며 채혈만 시행합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환자가 어떤 맥락에서 어떤 치료를 받고 있고 또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의 초점은 간호사와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에 있었습니다. 동시에 스스로와 환자를 비인격화하고 개인의 특수성을 차단하는 것에 있었습니다. 이런 방어 시스템 속에서 간호사들은 환자를 이름이 아닌 침대번호나 질병이나 질병에 걸린 장기로 환자를 대했습니다. "10번 침대의 간, 15번 침대의 폐렴." 이렇게 사람을 사물화, 대상화(對象化, objectification) 하는 관행이 고착됐습니다.


 물론 간호사처럼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어떤 직업군은 특별히 개인으로서의 자아와 직업적 자아간의 적절하고 프로페셔널한 분리가 필요합니다. 감정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고, 지나친 개입을 자제해야 합니다. 간호사가 감정과 마음 관리,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를 높은 수준으로 해야 한다는 사명 앞에서 이 시기 병원 조직은 일을 분절하고 사람을 비인격화하는 것에서 그 해법을 찾았습니다. 멘지스는 이런 방법이 주류가 되고 관행이 되면서 성숙하게 개인과 직업 정체성을 분리하는 좀 더 근본적이고 고도화된 훈련은 거의 행해지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을 대상화함으로써 얻는 또다른 고통과 번민, 불안이 병원 조직을 가득 매웠음에도 이런 진실은 시스템에 의해 암묵적으로 묵인되고 부정되었습니다.


 테일러리즘의 인간상은 그 숭고한 목적과는 달리 결과적으로 오히려 대다수 인간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억제하거나 인간이 갖는 복합적인 맥락을 평면화 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멘지스의 분석은 19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조직 경영, 그리고 사회 시스템을 이끌었던 테일러리즘, 관료시스템의 특징과 궤를 같이합니다.


 “불안하지요? 어렵지요? 당신은 생각하지마십시오. 그저 우리가 고심해서 설계한 복잡한 매뉴얼과 체크리스트, 그리고 우리 지시에 시키는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괜찮습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는 불안과 위기 앞에서 스스로가 가진 고유의 맥락을 마주하고 생각하며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훈련 대신 사고(思考)하는 바를 멈추고 오히려 관계와 맥락은 단절한 채 파편화된 과업, 행동을 마치 기계, 로봇처럼 수행하기를 장려하고 문화화해 왔습니다.


 사실 슈퍼맨_superman으로서의 초인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 역사를 통틀어 봤을 때 매우 자연스러운 욕망입니다. 인간은 우리가 가진, 컴퓨터나 기계와는 다른 고유의 신체, 정신적 불완전성과 약점을 우리 스스로 불편해 하며 이를 물리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그 순수한 열망으로 인해 우리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유용한 도구를 발견하고 발명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 이 열망 속에서 우리는 불과 전기와 자동차와 로봇과 인터넷과 인공지능 등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슈퍼맨_superman을 추구하는 것이 곧 위버멘쉬_Ubermensch를 배제하고 배격하는 것과 같은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렇다고 슈퍼맨_superman을 추구하는 것이 곧 위버멘쉬Ubermensch에 도달한다는 것 또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든 논리적으로든 우리가 그 둘 사이의 차이와 균형에 대한 높은 이해와 인식없이 슈퍼맨_superman을 맹목적으로 추구할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고, 그 부작용과 무거운 책임은 고스란히 다시 우리 인간에게 되돌아왔음을 우린 기억해야 합니다.


 이를 생각해 볼 수 있는 현재진행형의 역사, 이야기가 있습니다. 마약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 필로폰 혹은 ‘히로뽕’이라는 은어로 불리는 메스암페타민_Methamphetamine은 최초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무해한 각성제로 시장에 나왔고 이름 날렸습니다. 메스 암페타민은 1893년 도쿄대학 의학부 교수 나가이 나가요시 교수가 최초로 개발하였으며 화학물질로 감기약을 개발하던 도중에 의외의 효과를 발견한 물질이었습니다. 메스암페타민은 일본의 제약회사인 '다이닛폰 제약'에서 히로폰이라는 이름의 피로회복제로 상품화되었습니다.


 메스암페타민은 세계 전쟁사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메스 암페타민은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 동안 병사들의 전쟁과 살인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자신이 초인과 같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복용자가 피로를 느끼지 않게 만들어주고 반사신경과 민첩함을 극도로 강화해 주는 약물로 각광받았습니다. 메스암페타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추축국, 연합국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습니다. 독일의 경우 페르피틴Pervitin이라는 상품명으로 생산해 병사들에게 공급하였으며, 각성제로 널리 이용되었습니다. 프랑스 침공에서 선두에 섰던 에르빈 롬멜Erwin Johannes Eugen Rommel 장군 지휘의 제7기갑사단의 경우 사단장 직할 군수참모가 직접 3만 정의 페르피틴Pervitin을 관리/보급하면서 72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고 강행군을 했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2차 대전 당시 다이닛폰 제약'(大日本製藥:대일본제약)[에서 팔던 메스암페타민의 상표 '히로폰(ヒロポン)'의 광고

 일본의 경우 태평양전쟁 말기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에게 자살 공포를 억제시키기 위해 술과 함께 필로폰을 나눠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군이나 다른 연합군도 '벤제드린_Benzedrine'이라는 상표로 메스 암테타민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폭격기 승무원들이 장기간 비행과 전투를 수행하기 위해서 지급받아서 복용했고, 보병도 전투 직전에 두려움을 잊기 위해 복용하였으며, 생존용 비상식량 키트에도 생존 욕구를 증진시킨다는 목적으로 포함시켰습니다. 일종의 비상용 부스터 같은 개념으로, 예를 들어 영국군 비상식량 키트에는 '에너지 알약Energy Tablet' 이라는 명칭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작은 종이곽에 '정상 병력에게는 주지 마라, 부상자에게는 먹이지 마라, 기력이 남아있는 한은 마지막까지 아껴라, 한계에 부딪치면 여명 때, 정오 때, 황혼 때처럼 하루에 시간을 나눠 먹어라' 등의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습니다.


 메스암테파민, 필로폰은 가히 당시 인간을 슈퍼맨으로서의 초인으로 변신케하는 약처럼 여겨졌습니다. 이는 롬멜장군의 72시간 강행군 일화처럼 신화적인 이야기도 많이 만들어 냈습니다. 미국 국립 약물남용 연구소_NIDA, 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메스암페타민은 소량으로도 잠들지 않는 상태와 신체적 활동을 증가시키고 식욕을 감소시킵니다. 메스 암페타민은 체내에서 빠르게 제거되고 거의 완전히 대사되는 또다른 마약류인 코카인과는 달리, 훨씬 더 긴 작용 지속 시간을 가지며 약물의 더 많은 비율이 체내에서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메스암페타민은 뇌에 더 오래 남아 궁극적으로 자극 효과가 연장됩니다.


 "인간은 정말 가장 인간다운 인간으로서의 초인이 된 것인가?" 


 그런데 그 끝은 이미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인간이 필로폰을 남용한 대가는 매우 컸습니다. 메스암페타민은 빠른 심박, 불규칙 심박, 그리고 혈압증가를 포함한 다양한 심혈관계 문제를 야기합니다. 메스암페타민을 과량 사용하면 고열과 경련이 발생할 수 있으며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습니다. 메스암페타민이 주는 기쁨 효과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방출한 결과입니다. 도파민은 동기, 기쁨에 대한 경험 및 운동 기능과 관련되어 있는 호르몬인데, 남용 약물시의 부작용은 대부분 이 도파민 메커니즘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뇌가 약물 복용을 즐거운 활동으로 여기고 이 행위를 점차 강도높고 빠르게 반복하도록 자아에게 명령한다는 것입니다. 장기간 메스암페타민의 남용은 중독을 포함해 많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중독은 만성적이고 재발하는 질병으로, 강박적인 약물 추구 및 사용을 특징으로 하며, 뇌의 기능 및 분자 변화를 동반합니다.


 메스암페타민에 중독되는 것에 더하여 만성 남용자는 불안, 착란상태(confusion), 불면증, 기분장애와 폭력 행동을 포함하는 증상을 보입니다. 또한 편집증, 시·청각적 환각과 망상(delusion, 예를 들어 피부 밑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포함해 많은 정신병적 특징을 보일 수 있습니다. 정신병적 증상은 메스암페타민 남용을 중단한 후에도 몇 개월 또는 몇 년 동안 신경 손상과 인지 장애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i]


 세계 2차 대전 이후 전쟁의 광기가 미처 가라앉기도 전에 메스 암페타민의 부작용에 대한 심각성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앞에서 밝힌 부작용 말고도 약물 투입을 위해 주사기를 돌려쓰던 행동에서 에이즈 등 광범위한 질병 감염 문제로까지 번습니다.


 처절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또 알려진 이후 메스암페타민은 마약류로 지정되어 판매 금지되었지만 여전히 암암리에 거래되고 사용되고 있습니다. 메스 암페타민이 개발되고 사용되는 시기는 공교롭게도 테일러리즘이 태동하고 득세하던 시기와 오버랩 됩니다. 메스 암페타민의 가장 대중적인 이름 필로폰은 노동을 사랑한다'라는 의미의 필로포누스(Φιλόπονος, philoponus)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필로폰은 전쟁에서 남용되기 전 먼저 기계가 되기를 요 받고 또 스스로 욕망했던 기업 노동 현장에서 남용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맨_superman에 대한, 슈퍼맨을 향한 물질과 도구를 향한 인간의 욕망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지금 이 순간까지도 어떤 과학자는 메스암페타민과 같은 효능을 유지하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하거나 그때 그때 복용 가능한 해독제를 함께 개발하고 있을 것입니다. 또 어떤 누군가는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찰나의 ‘초인’을 경험하기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이를 손에 넣으려 할 것입니다.


 그 개발 혹은 획득이 불법, 비윤리적 행위로 공식 판명 나지 않는 이상 이 자극적인 욕망에 무조건 적으로 돌을 던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쯤에서 진지하게 질문을 다시 던져볼 필요는 있습니다. "그렇다 한들, 그 길에 과연 ‘가장 인간다운 인간’이 있을까요?"


 1997년 개봉한 영화 가타카_GATTACA는 인간이 유전자를 통해 일종의 슈퍼맨_superman으로 타고나는 운명과 자기 주체적인 의지로 만들어가는 운명에 대해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 가타카가 그려내는 미래사회는 유전자 조작으로 우성인자만 지니고 태어난 ‘엘리트’, 일종의 슈퍼맨_superman 들이 지배계층을 이루고 자연적인 선택으로 태어나는 '신의 아이'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철저한 계급사회입니다. 신의 아이 ‘빈센트 프리먼Vincent freeman’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태어난 순간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하며 근시에 걸릴 것이고 30살까지 밖에 살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는 이후 유전자 교정으로 강한 심장을 가진 동생 ‘안톤_Anton’과 차별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는 동생과의 수영 시합에서 매번 지고 맙니다. 인간 프리먼은 미래사회에서 선천적 결함을 그대로 지닌 '부적격자'-열성인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에 다름 아닙니다. 하지만 프리먼에겐 꿈이 있습니다. 바로 최고의 우주항공회사 가타카에 들어가 행성을 탐사하는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입니다.

[영화 가타카, 1997: 아직 못보신 분들은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짓는 미래 사회에서 과연 인간의 의지는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인가?" 


바다 한 가운데에서 시합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며 나아가던 프리먼은 동생 안톤을 구하고 가족을 떠납니다. 이후 가타카에 취직하는데 성공하지만 이미 유전공학 시스템에 의해 ‘부적격자’로 분류된 빈센트는 청소부로 일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는 다른 이의 신분을 얻어주는 브로커를 통해 우성인간 엘리트로 태어났지만 불의의 사고로 불구가 된 제롬 유진 모로우_Jerome Eugene Morrow를 만나 그의 신분을 빌리게 됩니다. 하루하루 신분이 탄로날까 전전긍긍하면서도 꿈을 향해 달려가던 그는 최대의 위기를 맞습니다. 꿈이었던 행성탐사에 참여하기 직전 가타카 내부에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 범인을 찾기 위한 수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자신 역시 수사 대상에 포함될 것이고 그렇다면 범인여부와 관계없이 신분은 탄로날 위험이 높기에 이후의 하루하루는 빈센트에게 여간 두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사과정 전 그가 우연히 흘린 본인의 눈썹 한 가닥이 증거로 입수되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사하러 온 형사 중에는 동생 안톤이 있습니다.


 결국 눈썹의 적격판정 결과 가타카 내에 있어서는 안 되는 부적격자 유전자가 발견되고 안톤은 시스템에서 제시된 부적격자 사진 속 인물이 형 빈센트라는 걸 단번에 알아봤습니다. 안톤은 범인이 빈센트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향해 수사망을 조여갑니다. 빈센트는 꿈을 향한 반평생의 노력이 불과 며칠만에 꼬일 대로 꼬이는 상황 앞에서 자포자기하기도 하지만 그의 의지를 다시 북돋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에게 신분을 빌려준 ‘우성인간’ 제롬이었습니다. 그의 도움으로 그는 가까스로 신분이 탄로날 위기를 피하고, 그 사이 살인사건의 진범 역시 잡히게 됩니다. 이후 그는 동생 안톤을 만나 신분세탁에 대해 말합니다. 동생은 그에게 다시 한 번 수영 경기를 제안합니다.


 우성인간 안톤은 다시 한 번 보통인간 빈센트에게 집니다. 빈센트는 다시한 번 익사할 뻔한 동생을 구합니다. 일련의 과정에서 빈센트의 비밀은 안톤 뿐 아니라 그의 연인이었던 우성인간 아이린, 그리고 우주선 탑승구 앞에서 소변 샘플 적격심사를 하는 연구원 등 주변인물들에게 들키지만 더 이상 그들은 빈센트의 적이 아닙니다. 가장 인간 다운 인간으로서 빈센트를 존중할 뿐입니다.


 빈센트는 결국 우주탐사선 타이탄에 오릅니다. 빈센트가 탄 우주선이 분화하는 동시간대 제롬은 자신의 집 소각시설에 들어가 자살합니다. 그는 빈센트가 평생 써도 남을 만큼의 혈액이랑 소변 샘플을 비축해 놓고 빈센트를 축복하며 자신의 생을 마감합니다. 우주선 출발 전 집에서 신변정리를 하는 빈센트에게 제롬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들의 거래에서 내가 더 이득을 많이 봤어. 나는 너에게 신분만 빌려줬지만, 너는 나에게 꿈을 빌려줬잖아." 


 빈센트는 제롬과 작별할 때 제롬에게 받은 편지봉투를 열어봅니다. 거기엔 오직 제롬의 머리 몇 올만이 있습니다. 신분을 빌려주는 도구로서의 머리카락이 아니라 우주로 떠나는 빈센트에게 남긴 ‘친구으로서의 흔적’ 인 것입니다. 몸 속의 모든 원소도 한때는 별의 일부였기에 “우리는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고향에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빈센트의 독백과 함께 영화는 끝이 납니다.


 가타카의 설정은 더 이상 먼 미래에 닥칠 문제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곧 우리 앞에 높일 현실적 문제이자 질문이기도 합니다.  21년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신경과학분야의 스타트업 ‘뉴럴링크_Neural Link는 원숭이 페이저의 뇌에 칩을 심고, 그 칩을 사용해서 생각만으로 게임 상의 공을 이동시키는 실험의 성공을 알렸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이에 대해 “원숭이가 말 그대로 뇌 칩을 이용해 텔레파시로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뉴럴링크는 컴퓨터와 두뇌를 연결함으로써 인간이 더 높은 수준의 지능을 가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앞설 때를 대비하자는 것입니다. 뉴럴링크의 단기 목표는 상대적으로 생명 윤리 이슈가 적은 영역입니다. 신체가 마비된 사람이 뇌 활동 만으로 컴퓨터나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만, 뉴럴링크 나아가 유사한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Brain-Machine interface를 개발하는 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보편적 인간임은 명백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 시도가, 인간을 진정한 초인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우리 인간은 끊임없이 우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리에게 닥친 위험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타고난 욕망은 무모하리 만치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인류는 인간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서라도 슈퍼맨_superman을 향한 열망과 그를 위한 다양한 노력 역시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분명 그 과정에서 획기적인 혁신, 성장, 진보를 이루기도 할 것입다. 우리는 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잘 적응하고 활용해야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굳이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 혁신, 성장, 진보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슈퍼맨superman이 아니라 영화 가타카의 교훈처럼 ‘인간다운 인간’일 것이라는 점입니다. 인류가 슈퍼맨을 추구하는 그 과정에 적어도 ‘인간다운 인간’, 위버멘쉬로서의 초개인(over-individual)이 배제될 때, 인류는 어김없이 극심한 문제, 후유증을 겪었고, 이 보편적인 진실은 앞으로도 어김없이 적용될 것입니다.


 


References
[i] 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미국국립약물남용연구소), 메스암페타민연구보고서

https://www.drugabuse.gov/publications/research-reports/methamphetamine/what-are-immediate-short-term-effects-methamphetamine-mis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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