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티메프, 그리고 아트테크
그간 필자의 브런치를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필자는 지난 8월 6일 티몬과 위메프 사태를 보며 당시 미술계에 일어난 사기 의혹을 엮어 글을 작성했다. 당시 하단 기사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압수수색이 진행된 갤러리K나 대표가 구속된 청담동 갤러리를 비롯하여, 아트테크를 표방하지만 BM이 다소 의심이 가는 업체들에 대해 글을 3편의 시리즈로 작성한 바 있다.
https://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478975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4083012003435100
하지만, 카카오에서 권리침해 당사자의 ‘명예훼손 게시물 삭제 요청’으로 게시글이 임시조치 되었다. 물론 이런 경우를 예상은 했지만,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글들이 임시조치 되는 모습을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바로 임시조치에 대해 소명을 하려 했으나, 일단 필자가 진행한 것은 변호사님을 통해 필자의 글이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인 부분의 이슈가 있는지를 검토한 것이었다. 다행히도, 업체의 이름을 적시해도 그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의 글들은 명예훼손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
필자에게 온 카카오의 임시조치 안내문이런 결과를 얻고 바로 브런치에 소명을 신청하려 했으나, 아쉽게도 그 절차가 귀찮고 시일이 걸려 이렇게 같은 내용을 새로운 글을 작성하고자 한다. 물론 기존의 글들을 그대로 올릴 수 있으나, 이미 글을 보신 분들을 위해 각 업체들의 공통점과 그 문제점과 위험성에 대해 논하고자 하니 생각보다 읽기 수월한 분량의 글이 되리라 예상한다.
본 글의 초안을 작성하고 추석연휴를 다녀왔더니, 그 사이에 갤러리K의 대표는 이미 지난달 해외로 출국했다는 기사가 나오며 해외도피 행각에 관한 기사를 접했다. 갤러리K의 대표는 이미 지난 8월 압수수색 이전에 해외로 도피를 진행했으며,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공문 등을 언론과 투자자들에게 공문으로 뿌린 것으로 보아 정황상 아무래도 폰지 사기 의혹이 더욱 짙어진 것으로 보인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52/0002088123?sid=102
자, 그렇다면 ‘아트테크’를 표방하는 업체들 중 다소 의구심이 가는 업체들은 주로 어떠한 공통점이 있을까? 먼저 모든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진행하는 부분은 작품 혹은 작품의 소유권(저작권)을 판매하고 이를 외부에 렌탈하여 수익을 만들고, 배분한다. 그리고 투자자 투자한 원금은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100% 원금보장을 약속한다. 하지만, 이런 원금을 보장하는 부분은 금융감독원에서도 원금보장과 고수익을 제시하는 일련의 유사 수신업체를 이야기할 정도로 사기 가능성이 높다.
https://www.ytn.co.kr/_ln/0102_202401251704166397
그렇다면, 이런 폰지사기, 다단계 등의 위험이 도사린 아트테크를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사실 답은 가장 원론적이면서도 고리타분한 해당 재테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재테크의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다. 물론 필자도 여전히 공부를 하는 중이긴 하지만, 아트테크의 접근 방법에 대해서는 별도의 시간을 마련해 소개하기로 하고 이번 시간에는 아트테크를 표방하는 몇 업체들이 가진 공통점을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1. 미술품 렌탈
갤러리K를 비롯해 ‘아트테크’를 표방하는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다루는 수익원은 작품 렌털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들이 제시하는 안정적인 수익과 재매입 보장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의 원천은 미술품 렌털인데.. 사실 조금만 알아본다면 미술품 렌탈의 수익률의 처참함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지금까지 미술품 렌탈 시장은 외형적으로 성장했으나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정상적인 렌탈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최대 미술품 렌탈 업체인 오픈갤러리의 경우 매출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아직 이익이 발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이렇듯 국내 최대 미술품 렌탈업체이자 갤러리K와 달리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오픈갤러리 역시 수익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업체들이 수익을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배분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잠시 언급하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국내 미술품 렌탈시장과 관련된 자료를 찾지 못해 불가피하게 오픈갤러리를 언급한 점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2. 저작권 수입
두 번째로 대표가 구속된 청담동J갤러리를 비롯한 몇 업체들의 경우 저작권 수입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배분한다고 하는데, 이 부분을 좀 짚고 넘어가자. 기본적으로 미술품의 경우 모든 작품의 저작권은 해당 작품을 제작한 작가에게 귀속된다. 이는 어떠한 작품을 구매하더라도 그 작품의 2차 가공 및 저작권을 활용한 행위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2차 가공 및 훼손하는 경우 작가의 동일성 유지권 즉 저작권자의 인격적 권리를 훼손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굉장히 민감한 문제이다. 하지만, 이 업체들의 경우 청담동J갤러리, 엠제트아트갤러리 등의 경우 협력작가 및 제휴작가로 작가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보아 해당 작가들과 저작권 사용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만약 아니라면 위의 문제로 위법한 사항이다) 또한, 그들이 다루는 작가들의 경우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가들이 아니라 한국 화단의 중견 및 신진 작가들이기에 계약을 맺고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동백아트갤러리의 경우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야요이 쿠사마(Yayoi Kusama) 등 유명작가들과 저작권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언급된 작가들의 경우 누구나 알만한 곳이고 각 재단과 스튜디오가 해당 작가들의 저작권을 관리하고 있으며 일반 전시, 옥션 등에서 해당 작가의 이미지를 사용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게다가 저작권 사용이라 함은 홈페이지 등록 혹은 상품 제작에 일시적인 사용을 협의 및 허가하는 것이지 해당 이미지 저작권의 영구적인 사용을 허가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전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말하는 이미지 사용료, PPL 저작권 등의 사업이 실질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그들이 해당 작가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재단 및 스튜디오와 모종의 협의를 통해 저작권을 가져왔다면 문제가 없지만, 통상적으로는 대기업의 광고 정도에서나 활용되는 경우이기에 일반적인 수준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저작권 사용의 예시 - (좌) 펜잘 Q, (우) 한예지 티슈3. 조각투자
다음으로 조각투자를 한다고 명시한 동백아트갤러리의 경우 한 가지 더 문제가 있다. 일단 삼일회계법인에서 2024년 4월 6일에 배포한 조각투자의 이해와 STO시장전망에 따르면, 현재 미술품 조각투자로 운영 중인 곳은 테사(테사), 서울옥션블루(소투), 투게더아트(아트투게더), 열매컴퍼니(아트앤가이드)가 있다. 해당 업체들의 경우 테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여 현재 미술품 조각투자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들이 이렇게 영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2022년 11월경 증선위를 통해 시작된 조각투자의 투자계약증권성 판단으로 인한 조건부 제재에 들어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백아트갤러리가 진행하고 있는 조각투자의 경우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런 류의 사업을 진행한다면 증권신고서를 작성하는 방법 외에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과 연계한 SPC설립 방법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해당 업체는 이 경우 역시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https://www.pwc.com/kr/ko/insights/issue-brief/understanding-fractional-investment-and-sto.html
물론, 그들이 진행하고 있는 미술품 조각투자라는 것이 미술품의 소유권이 아닌 저작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의 분할된 소유권을 판매하는 방식일 수 있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방식의 사업을 영위하는 뮤직카우의 경우에도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허가를 받았고 혁신금융에 선정되었기 때문에 뮤직카우와 같은 방식이라면, 반드시 허가를 받고 사업을 운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https://www.musicow.com/help/notices/453
4. 아트딜러
마지막으로 ‘아트테크’를 표방하는 업체들 중 자격증 혹은 아트딜러라는 명칭을 달아둔 곳이 몇몇 존재한다. 갤러리K의 경우 현재는 축소되어 단순하게 상담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20년 당시에는 해당 자격증을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직업능력원? 의 인증을 받은 공식 자격증으로 소개했었다. 필자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 갤러리K 작품을 전화로 판매하는 아트딜러를 직접 목격한 바 있다. 아직도 귀에 생생한 그의 영업 멘트는 “갤러리K에서 발급하는 공인 아트딜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충분히 신뢰하셔도 된다”였다. 그 어떠한 것도 신뢰할 수 없는 내용들을 가지고 신뢰를 강요하는 그의 모습은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그들이 해당 자격증을 가지고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나쁜 상품(갤러리K의 미술품 혹은 렌탈 서비스)을 판매하고 있었겠지만, 이로 인해 현재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 같다.
갤러리K의 아트딜러 관련 기사 (SOURCE: 세계일보, 하단의 기사발췌)https://www.segye.com/newsView/20240909515182
다른 업체들에서도 갤러리K에서 발견한 ‘아트딜러’와 매우 유사한 ‘아트셀러’,’아트커넥터’라는 명칭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사실 거의 같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온라인 교육 및 실무 교육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추가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광고한다. 여기서 추가 소득이란 신규 회원 미술품 구매 시 구매 금액 비례정산, 미술품 판매 시 평균 약 10%의 수수료를 의미하는데, 이는 다단계를 연상시키는 방식이다. 특히, 특정 업체의 경우 수강료의 일부를 추천인에게 입금시키는 등의 행위를 통해 운영된 이력이 있다 하니, 다단계 방면은 지식이 미천하여 더욱 자세히 적을 수 없지만, 이런 방식의 영업행위는 결국 끝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혹시라도 염두하셨던 분들은 재고하시기를 바란다.
(SOURCE: 조선일보)이러한 주의점들의 제외하고 아트테크를 염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트테크의 대상이다. 그 이유는 아쉽게도 미술품을 통해 수익을 내는 방법은 작품의 매입과 매각 사이에서 나오는 시세차익이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렌탈이라던지 아트상품 등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실적인 수익창출은 불가능에 가깝다. 먼저 미술품의 렌탈의 경우 국내에서는 렌탈비용이 극도로 낮게 책정되어 있어 실제적인 수익을 만들기 어렵고, 아트상품의 경우 해당 작품의 저작권이 작가에게 있고 설사 작가에게 저작권을 받아 제작하더라도 작가의 명성에 비례해 상품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저작권을 받을 수 있는 작가들의 명성을 생각해 봤을 땐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렵다. 자세한 내용은 위에 서술한 1, 2번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다시 돌아와서, ‘아트테크’를 표방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곳에서 어떠한 금융기법이나 신묘한 마케팅을 활용하더라도 작품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시세차익을 떠나서 수익을 만들기 어려운 미술품의 특성으로 인해 '아트테크'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거래가 가능한 작가와 그들의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내세우는 작가들이 어떠한 작가들인지 충분한 리서치가 필요하다. 만약 그들이 내세운 작가들의 경우 1차, 2차 미술시장에서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운 작가들이라면, 소장(Collection)의 목적이 아닌 아트테크의 목적으로는 부적합한 대상이다.(물론 작가들의 명성과 작품성은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란 점을 이야기해 둔다.)
모쪼록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미술', '아트테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일 것으로 생각한다. 모쪼록, 위의 언급한 점들을 참고하셔서 접근하시길 바라며, 일단 현재 열심히 작성 중인 미술시장 돌아보기 시리즈가 끝나면, 그때부터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찾아뵙도록 하겠다. 그럼 다음 이 시간에!
